의과대학원에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NBC TV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무척 편하게 진행된 자리였는데,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기자가 조심스럽게 이렇게 물었다.
“쇼, 당신도 알고 있겠지만 당신과 당신의 어머니를 향한 많은 비난들이 있어요. 어린 아이를 혹사시킨다는 지적과 앞으로의 공부가 당신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찰 거라는 우려 같은 거죠. 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요?”
“제가 증명해 보이겠어요.”
내 대답은 이 말 단 한 마디였다. 당시에는 어린 내가 의과대학원은 물론 박사과정도 끝내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팽배했던 터라, 무슨 말을 하든지 철없는 아이의 허풍이라고 여겨지기 십상이었다. 구태여 길게 설명하거나 변명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법은 오직 하나.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는 일뿐이었다. ---p.24
우리는 흔히 부모님의 간섭이나 어른들의 잔소리로부터 벗어 나고 싶을 때“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고 외치곤 한다. 하지만 정말 내 인생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어떤 장애물을 만나도 스스로의 힘으로 뛰어넘어야 한다. 주변에 휘둘리거나 무너지지 않도록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인생을 멋지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그럴 때에야 비로소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p.27
나라고 태어났을 때부터 공부가 즐거웠을 리 없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공부 대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체스를 두고 싶은 유혹에 빠질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공부를 무척 즐겼다. 이유는 하나다. 내게는 꿈이 있었고 그 꿈은 배우지 않고서는 이룰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 공부하는가?’
이것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장 먼저 품어야 할 질문이다. 공부하기에 앞서, 내가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공부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공부가 내게 가져다주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p.34
집중력이나 암기력이 뛰어나면 당장은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창의적 사고력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어느 순간 한계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학습된 지식 외에는 생각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학을 예로 들어 보자. 흔히 수학이라고 하면 공식을 외우고 많은 문제를 풀고 오답노트를 만드는 기술 위주의 공부를 떠올리지만, 원리를 이해하고 공식을 활용하는 사고력이 바탕이 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단계별로 심화되고 복잡해지는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즉 사고력은 공부에 필요한 능력 중 가장 기본적인 뿌리가 되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p.52
회복 탄력성이란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인데, 심리학에서는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살아간다는 것은 수많은 도전의 연속이고, 그러한 도전 속에서 방황하거나 좌절할 때‘, 내가 원하는 나’‘ 내가 원하는 인생’을 아
는 사람은 곧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를 안다는 것은 환한 등대를 바라보고 항해하는 일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p.69
조금이라도 더 오래, 더 많이 기억하게 하려면 두뇌의 흥미를 자극하는 방법(기억용이성)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하나의 지식을 저장할 때 은근슬쩍(?) 연관된 지식을 함께 저장(메모리 체인)함으로써 기억의 효율을 높이는‘ 꼼수’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꾸준한 반복과 연습을 통해 머릿속에 담긴 지식을 필요한 순간에 효과적으로 꺼내 쓸 수 있을 때(복구력), 비로소 효율적인 학습법이 완성되는 것이다. 두뇌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지만, 이러한 3원칙만 지킨다면 두뇌 정복은 시간문제다. ---p.112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내 하루 일정 중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다음이 잠자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학교 동기들이 “쇼의 능력은 잠에서 나온다”고 놀릴 정도로 나는 충분한 수면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한다. 뒤에서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우리 뇌는 적절한 수면이 보장되지 않으면 기름을 치지않은 기계처럼 작동에 문제를 일으킨다. 휴식 없는 일상은 위험하고 효율적이지 못하다. 나는 공부하는 중간 중간에도 꼭 휴식을 취했고 바쁜 중에도 취미생활을 계속했다. - p155
공부를 시작하기 전, 나는 나만의 의식을 치른다. 의식이라고 해서 촛불을 켜놓고 기도하거나 주문을 외는 것은 아니다. 사실 말이 거창해서 의식이지, 실상은 청소에 가깝다. 휴대전화, 전자 체스 게임기를 포함한 전자기기, 소설책 등 유혹의 소지가 있는 물품들을 모조리 치우는 것이다. “공부 못하는 애가 꼭 공부하라면 청소부터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공부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미리 치우는 것은 꽤 괜찮은 방법이다. 사실 나는 집중력을 흐트러뜨릴만한 물건은 처음부터 방에 두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내 방에는 TV도 컴퓨터도 없다. ---p.157
부모님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하루에 적어도 30분이나 한 시간 정도를 홀로 있게 하셨다. 이른바 ‘묵상시간(quiet time)’. 벽을 바라보며 수행을 하는 성직자처럼 앉아서 명상을 한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책을 읽거나 공상을 하면서 온전히 내 생각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다. 오랫동안 명상훈련을 거친 나의 뇌는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는 절차를 습관처럼 잘 시행해주고 있다. 실제로 지속적으로 명상을 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집중력도 높고 감정조절을 잘한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다. ---p.174
공부는 이기적일수록 좋다. 오해하지 않기 바란다. 다른 사람들을 모두 짓밟고 나만 성공하면 된다는 말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 휘둘리지 말고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란 뜻이다. 사실 이기적이 된다는 것은 나를 믿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를 위해 공부한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는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기적으로 공부한다는 것은 나를 믿는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재미도 없고 머리만 아픈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공부에 전혀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면, 아주 이기적인 이유를 만들어보기 바란다. 공부를 함으로써‘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내’가 무슨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철저히 나에게 초점을 맞춘 이유를 떠올려 보라. 나는 개인적으로 이기적인 사람보다는 이타적인 사람이 되길 원하고, 다른 사람들 역시 그러하길 바라지만 적어도 공부에 있어서는 모두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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