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갈등의 개념과 원천
아마 생활에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것 중 하나는 갈등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믿음, 사랑, 신뢰, 배신, 사기, 헌신, 거짓, 진실 등 수많은 경험을 하면서 매일의 생활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으며 살고 있다. 마치 식사, 수면, 휴식과 같은 생리적 리듬과 버금갈 정도로 하루에도 소소한 갈등에서부터 심각한 갈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늦게 일어나서 빨리 출근을 준비해야 해서 세면실을 사용하려는데 아들이 계속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어서 갈등이 발생한다거나 점심시간에도 처리할 업무가 많아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들려고 하는데 부서 회식으로 외부 중식당으로 가기로 결정했다며 가야 할 상황에 어찌할지 갈등하기도 한다. 또 일요일 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사극을 남편이 보고 싶어 하는데 부인은 멜로드라마를 보겠다고 우기는 가족 간의 사소한 갈등도 한 번씩은 경험한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갈등을 느낌으로는 쉽게 알 수 있는데 개념을 정리하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지금까지 동서양의 수많은 사전이나 학자들이 갈등을 각기 나름대로 정의하고 있어서 이 중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갈등의 현상을 관찰해보면 공통적인 특성을 감지할 수 있다. 갈등이 심리적이든 사실적이든 두 가지의 상반된 주장이 공존하지 못하고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흥미롭게도 갈등의 어원을 보면 이러한 뜻이 포함되어 있다. 서양에서는 라틴어로 갈등은 콘피게레(configere)인데 이것은 ‘함께’라는 의미의 콘(con)과 ‘충돌’이나 ‘다툼’을 의미하는 피게레(figere)가 합쳐진 합성어로 서로 충돌한다는 뜻이 있다. 동양에서는 갈등의 한자표기는 갈등(葛藤)인데 여기서 갈(葛)은 칡을 말하고 등(藤)은 등나무를 말하기 때문에 갈등의 한자적 의미로는 칡과 등나무가 얽히듯 까다롭게 뒤엉켜 있는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왜냐하면 칡나무는 왼쪽으로 감아서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서 올라가기 때문에 두 나무가 만나면 정반대로 얽혀서 풀어내기 어렵게 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원적으로 볼 때 서양에서는 갈등이 전투나 투쟁으로 서로 충돌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데 반해 동양에서는 갈등이 일이나 인간관계가 까다롭게 뒤얽혀 풀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학자들도 갈등을 보는 시각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개인의 내면적 심리상태를 강조하면서 Boulding(1965)은 갈등이란 ‘당사자들이 잠재적 미래 입장의 불일치를 인식하고 각자가 다른 사람의 소원과 불일치되는 입장을 점유하려고 소원하는 경쟁상태’로 정의하고 있다(p.5). 한편 Hocker & Wilmot(1995)는 행위적 상태를 강조하여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두 사람이 서로 투쟁하는 것’을 갈등으로 보고 있다(p.21). Kovac (2000)은 경제적 관점에서 ‘희소한 자원으로 양립할 수 없는 목표를 추구함으로써 발생하는 투쟁상태’를 갈등으로 봄으로써 갈등이 자원의 제약에서 발생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투쟁하는 상태를 갈등으로 봄으로써 오히려 자원의 희소성은 생략하고 심리와 행위적 측면을 강조하기도 한다. 따라서 외부적 갈등의 경우 목표가 같든 다르든, 자원이 희소하든 아니하든, 분명한 것은 두 당사자 사이에 원하는 바가 서로 달라서 투쟁 상태에 있는 것이 바로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목적은 개인 간 갈등코칭이므로 개인 간 갈등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Hocker과 Wilmot는 갈등을 ‘목표 달성에 있어서 상대방으로부터 양립할 수 없는 목표, 희소한 보상 및 방해를 인식하는 상호의존적인 적어도 두 당사자 사이의 표출된 투쟁’으로 정의하고 있다(Hocker & Wilmot, 1995, p.21). 다시 말하자면 Hocker과 Wilmot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나 상대방으로 인해 목표가 충돌되고 보상이 부족해지고 방해를 받음으로써 어려움을 당하고 있어서 서로 다툼이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갈등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갈등 정의를 좀 더 국한하여 개인 간 갈등을 설명하는 McCorkle와 Reese의 정의를 보자. McCorkle와 Reese는 개인 간 갈등(interpersonal conflict)을 ‘목표 달성의 인지된 방해로 발생하는 상호의존적인 두 사람 간의 투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McCorkle & Reese, 2010, p.7). 여기서 인지된 방해(perceived interference)는 무엇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행위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사자가 그러한 방해를 인지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투쟁은 우연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성과에 대한 감정적?관계적인 개입을 의미한다.
이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목표 달성이다. McCorkle와 Reese는 목표(goal)를 네 가지로 구분했다. 즉, 실질적 목표, 과정 목표, 관계 목표, 체면 목표의 네 가지 목표 중 어느 것이든 방해를 받게 되면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McCorkle & Reese, pp.52-57). 실질적 목표(Substantive Goals)는 유형 자원 또는 바람직한 결과를 낼 수 있는 측정가능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희소자원은 이러한 실질적 목표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과정 목표(Process Goals)는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의사소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언제 그리고 어디에서 중요한 주제를 토론할 것인지 등을 포함하고 있다. 관계 목표(Relationship Goals)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이기를 원하는지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의 관계는 무엇인지, 우리 관계에서 나의 역할에 만족하는지 등이 관계 목표에 해당한다. 체면 목표(Face Goals)는 자신에 대한 상대적으로 안정된 인식이라는 자기 개념(self-concept)을 포함하고 있다. 체면은 사회적 상호관계에서 자신이 요구하는 긍정적 이미지의 느낌이라고 정의되며 자기, 타인, 상호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고 한다(Ting-Toomey, Oetzel, & Yee-Jung, 2001, p.89).
한편 갈등코칭의 CINERGY 모델을 개발한 Noble은 ‘가치, 욕구, 및/또는 정체성 측면의 하나 또는 그 이상이 상대방에 의해 도전받거나, 위협받거나, 손상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 갈등이 발생한다.’라고 개인적 갈등을 정의하고 있다(Noble, 2012, p.50). 여기서 가치는 우리가 살아가는 핵심 믿음과 원리이고 욕구는 매슬로의 생리적?심리적 욕구를 포함하고 있다. 정체성은 자신의 직업적 또는 개인적 삶에서 지위나 역할을 의미하며 성별, 연령, 피부색, 신체조건 등의 생물학적 조건뿐 아니라 직업, 근무지, 주거지, 결혼 여부 등 생활특성의 측면을 포함하기도 한다. 가치, 욕구, 정체성, 이 세 가지의 목표가 방해받으면 갈등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욕구나 정체성의 방해에 의해 갈등이 발생한다는 시각과는 달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역할을 강조하는 학자들도 있다. Folger & Jones(1994, p.ix)는 ‘커뮤니케이션 관점의 중앙에는 갈등이 사회역사적 구조 내에서 사회적으로 창조되고 커뮤니케이션으로 관리되는 현실이라는 인식이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Gergen(1999)도 ‘갈등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회적으로 생성된다고 보는 시각은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하며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정의에 기초하여 존스?브린커트(Jones & Brinkert, 2008, p.29)는 갈등코칭을 ‘갈등에 이르도록 한 해석과 갈등을 감소시키고 관리할 수 있는 가능한 재해석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회적 건설의 강한 형태가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들 학자들은 갈등이 이야기의 생산과 관리에서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갈등을 심리적 원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커뮤니케이션은 갈등을 유발하는 과정이나 기법으로 작용하지만 원인적 측면이 될 수는 없다. 이렇게 갈등 정의를 심리적 원인에 기초하는 이유는 갈등의 원인을 분석하고 관리하는 데 좀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자원, 권력, 체면, 가치, 정보, 정서, 역할 등 여러 가지 갈등의 원천은 어떻게 감정에 영향을 주는가? 그것은 바로 이 원천 속에 내재되어 있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 욕구들이 손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갈등의 원천이 어떻게 인간의 욕구와 관련성을 가지는지 [그림 1-1]에서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갈등해결 문화와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 상황에서 코칭을 결합한 갈등코칭과 협상코칭의 도입은 갈등해결과 협상조정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랫동안 갈등과 협상조정의 교육을 실시해온 저자가 갈등과 협상에 코칭을 결합함으로써 갈등 및 협상의 한 당사자를 돕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이 책은 교육과 실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은 갈등해결과 협상의 실행 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당사자가 상대를 만나기에 앞서 자신의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상대에게 어떻게 대할지 그 방법을 모색하는 독자에게 새로운 자극과 통찰과 함께 실제 쉽게 활용하고 이행할 수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임이 틀림없다.

다양한 분쟁과 갈등이 넘치는 우리나라에서, 이 책처럼 효과적인 갈등코칭과 협상코칭을 개발한 저서는 없었다. 대학에서 오랫동안 갈등해결을 위한 스킬과 협상스킬에 관한 강의를 해오신 교수로서, 법원 조정위원으로서 많은 실제 분쟁사례에 관한 해결 경험을 갖고 계신 조정전문가로서 심혈을 기울인 역작이기에 우리 사회의 만연하는 각종 갈등해결의 지혜를 제시할 것이다.

이 책은 리더십과 비즈니스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온 코칭을 갈등과 협상의 영역에 적용하여 확장함으로써 코칭의 발전에 기여할 뿐 아니라 갈등과 협상의 비즈니스 개발에도 큰 공헌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