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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스웨터

빨간 스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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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76g | 140*195*30mm
ISBN13 9788990028730
ISBN10 89900287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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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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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워 온몸이 덜덜 떨렸다.
속도 매스꺼워 토할 것 같았고 코끝에서 톡 쏘는 약품 냄새 때문에 머리가 깨지는 듯 아팠다. 눈이 따가워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더니 눈의 통증은 조금 가셨지만 이번엔 발끝이 시렸다. 발가락을 움직여 보다가 신발을 신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발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발가벗겨진 채였고, 손발이 등 뒤에서 묶여 있었다. 억지로 팔을 빼 보려 하자 날카롭고 딱딱한 줄 모서리에 살갗이 베였다.
뉴스에서 납치 사건을 들을 때마다 납치를 당한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당한 일이 아니었으니 당연히 무섭지도 않았다. 솔직히 학교 공부에 지쳐있는 나는 그런 일을 생각해 볼 시간도 없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을 당하게 될까. 몽둥이로 두들겨 맞게 될까. 칼에 찔려 죽게 될까.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섬으로 팔려 가게 될까. 이제 다신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일까. 살아서 집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것이 가장 무서운 일이었다.---p.51

“고 작가. 흥미롭긴 한데 이 방송이 나가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어?”
“만인이 알게 한 뒤, 전 국민이 추적자가 되도록 만들고 싶어.”
“놈들이 겁먹고 도망치면 손녀를 찾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잖아.”
그녀는 게임 판 위에 올려 진 손녀를 생각했다.
만나지 못하게 될 운명이라면 무슨 수를 써도 만날 수 없다. 만나야 할 운명이라면 반드시 만나게 된다. 살아남을 운명이라면 어떤 불행이 닥쳐도 살아남게 되어 있다.
“난 원래 운명론자가 아니었어. 운명은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고 믿었거든, 그런데 이젠 아니야.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 되는 일은 있어.”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그 아인 그 아이 운명대로 갈 것이다. 유정일 잃고 발버둥 친 15년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건 그 아이 운명이겠지.”---p.63

“누구냐니까!”
버럭 소리를 지르며 몸을 홱 틀어 돌아보았다. 순간, 뒷문이 벌컥 열리고 검은 머리 계집아이가 후다닥 뛰어내리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줄행랑을 치는 계집아이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무릎 밑까지 내려오는 빨간색 스웨터를 입고 검정 치마에 더러운 운동화를 신은 계집아이는 윤기 없는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산짐승처럼 빠르게 줄행랑치고 있었다.---p.79

시커멓게 벌어져 그대로 굳어 버린 입. 목구멍을 틀어막고 있는 허연 혓바닥.
사람들이 버린 생활 폐품 사이에 버려져 있는 시신을 보자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미로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다음 사진은 시신의 상반신만 확대해 놓은 것이었는데 시신의 검은 머리카락엔 투명한 플라스틱 낚싯줄이 어지럽게 엉켜 있고 녹슨 낚싯바늘은 시신의 핏기 없는 뺨에 깊숙이 꿰여 있었다.
무섭다. 파일을 덮었던 미로는 뭔가에 흠칫 놀라 다시 파일을 열고 사진 속의 얼굴과 마주 봤다. 핏기 없는 얼굴을 응시하던 미로의 두 눈이 점점 커졌다.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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