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 나는 관푸 박물관의 학술관장 란마오마오야. 지금부터는 내가 고서와 사료들 속에서 찾아낸, 중국 역사에 남아 있는 고양이들의 발자취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 일단, 중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기묘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게. 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중국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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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신으로 모신다면 평생 신으로 모신다.’ 이 말은 고양이와 사람의 역사를 관통하는 말인 동시에, 모든 고양이 집사들의 좌우명이지. 그런데 말이야, 언제부터 우리 고양이들이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게 된 걸까? 또 사람들은 언제부터 달가운 마음으로 우리의 집사를 자처하게 된 걸까? 아무래도 우리 고양이의 조상들 이야기부터 해보아야 할 것 같아. 위에서 이야기했던 두 권의 고서, 춘추전국시대의 《일주서》와 서한 시기의 《예기》에 그 답이 숨어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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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 시기 고양이에 대한 기록 중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아무래도 궁정에 관계된 전설일 거야. 바로 권력의 정점에 섰던 제국의 여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겨루는 이야기지. 당 고종 이치에게는 세 명의 여인이 있었어. 그중 한 명이 모두 다 아는 중국 유일의 여제 무측천이지. 그리고 다른 두 사람은 무측천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왕황후와 소숙비야. 세 여인이 함께 거대한 궁정극의 막을 올릴 때, 이 권력을 다투는 유희에서 고양이는 아주 의미심장한 역할을 맡았지. 사람들을 울게 하고, 어쩔 수 없이 탄식하게 하는 그런 역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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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들쥐를 먹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섣달 제사를 받는 신이 되었어. 그 후로 3000년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고양이의 신수로서의 지위는 굳건하지.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가 활동하던 시대 말이야. 당시 공자, 장자, 시자 모두 고양이가 쥐를 먹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그중에서도 공자 선생께서 직접 아주 상세한 기록을 남겨주셨지._31쪽
당나라 시대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야? 여제의 아름다운 눈썹? 아니면
귀비의 머리에서 흔들리는 머리 장식? 아니면 우뚝 솟은 동시에 경쾌한 느낌을 주는 비첨? 자금성보다 3.5배나 컸다는 대명궁? 당나라는 모두가 인정하는 태평성세지. 깃털처럼 가벼우면서도 화려한 옷, 온화한 인상에 풍요로운 느낌까지. 그런데 말이야, 사실 당나라는 고양이들에게 있어서도 태평성세의 시작이었어. 당나라는 채 300년을 가지 못했던 나라야. 하지만 당나라 시기 고양이들에 대한 기록은 그 전 3000년 동안의 기록보다도 많아. 당나라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고양이는 더 이상 신도 귀신도 아닌, 혹은 산에서 출몰하던 야수도 아닌 존재가 되었거든. 정사인 《구당서》에는 그 변화가 아주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어.
--- p.35
당나라 시기 폭발적으로 늘어난 고양이 관련 사료를 보면 당시 고양이들이 이미 진한 시기의 신수, 수나라 때의 묘귀에서 인류의 동반자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그래, 언제 어디서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고양이’가 된 거야.
--- p.51
진팡팡은 정말이지 사랑스럽다. 어루만지면 손에 닿는 감촉이 무척 보드랍고, 들어서 안았을 때 묵직하니 손을 내리누르는 그 느낌은 정말! 진팡팡을 안고 있으면 특별히 커다란 보온 물주머니를 안은 것처럼 따뜻한 느낌이 든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커다란 고양이를 좋아했는데, 바로 이 안을 때의 느낌이 좋기 때문이다.
--- p.65
마두두는 아주 긴 아이라인을 갖고 있어 금방이라도 무대에 올라 연극을 할 듯한 인상을 풍긴다. 눈은 세모꼴에 눈매는 아래로 축 처져 항상 근심에 잠겨 있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그 모습이 나름 품위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보통 이런 인상은 천재 아니면 범재인 법인데, 나는 마두두가 천재이기를 바랐다. 화려한 외모에 역동적인 마음마저 지니고 있으니, 관푸의 고양이들에게 새로운 지도자가 생기겠구나 싶었던 것이다.
--- p.95
대가족인 관푸 고양이들은 각자 다양한 품성을 지니고 있는데 생활 속에서 저마다의 개성을 드러낸다. 쑤거거는 문학소녀처럼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는데, ‘진흙에서 나왔으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연꽃’ 같은 품위가 있다. 그녀는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지 않고, 또 누구와도 다투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한 옆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며,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수없이 변하는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 p.146
쑹추추의 성은 송이다. 그 이유는 송나라 때의 회화 작품에 그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건너온 쑹추추는 활발하고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데, 무분별하게 구는 경우가 많아 한눈에도 좋은 가정교육을 받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쑹추추가 밖에서 익힌 나쁜 습관을 고치기까지, 또 꽤 곡절이 있었다. 쑹추추는 사람들을 아주 좋아한다. 정말로 아주 많이. 그러나 사람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쑹추추는 놀다가 신이 나면 예고도 없이 사람을 깨물곤 하는데, 그러고는 자신은 죄가 없다는 얼굴로 귀엽게 묻는 것이다. “왜 그래?”
--- p.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