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기를 상징하는 기체는 NZ-000 퀸 만사일 것이다. 두정고 39.2미터라는 수치는 이전 모빌슈트의 2배다. 전비 중량은 264.7톤에 달하고, 13MW급의 3연메가입자포를 머리 부분에, 7MW급의 메가입자포를 가슴, 팔, 등에 각각 달았다. 마젤란급 전함에 필적, 혹은 능가하는 수치인데, 네오지온은 이 기체에 전함의 전투력을 쑤셔 넣은 것이다. 게다가 NZ-000은 거대한 바인더에 30기의 판넬을 장비하고 올레인지공격을 가한다. 하나의 모빌슈트에 부여할 수 있는 무기로서는 파격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그리고 이 특성이야말로 1차 네오지온 전쟁의 성질을 그대로 그려낸다. 조직은 그 수명이 다해 혁명의 뜻도, 관료의 치밀함도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투쟁을 이어 가려는 의지는 이미 개인의 내부에 밖에 존재하지 않고, 얼마 안 되는 극소의 전장은 그저 개인의 무용을 뽐내는 곳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렇다면 4세대기에 극단적인 스펙이 부여된 이유도 납득할 수 있다. 조직이 조직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싸움의 주체가 개인으로 옮겨갔다면, 1기의 모빌슈트가 모든 전역의 임무를 소화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해야만 한다. 장거리에서의 저격, 중거리에서의 포화공격, 단거리에서의 총격백병전, 영거리에서의 격투도 소화하려면, 각 양상에 대응하는 공격을 갖추기 위해 페이로드가 증가하고, 그와 상극인 전투 속도, 기체 회두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대한 제네레이터와 다수의 스러스터가 필요하다. 0070년대의 기술로는 이에 응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애너하임 일렉트로닉스와 오거스타는 무버블 프레임 기술을 갖고 있었고, 이 기체 구조를 바탕으로 모빌슈트를 대형화했기에 이러한 요건을 만족시키는 것이, 적어도 카탈로그상으로는 가능했다. 물론 이런 기체는 극히 높은 제조 비용, 보수 비용이 요구되고, 이질적이라고 해도 좋을 여러 종의 공격을 순간순간 구분해서 쓰는 능력은, 일반 병사의 역량은 아니다.
_모빌슈트의 매력
1987년에 방영된 속편 ‘기동전사 Z건담’의 무대는 국가 간의 전면 전쟁이 아니고, 이전의 전쟁에서 승리한 연방군 내부에서 벌어진 내전이다. 일년전쟁의 원인이 되었던 우주 시민의 자치권 문제에 대해, 억압을 강화하려는 강경파와 그런 태도 때문에 터진 일이라는 유화파 사이의 전쟁이었다. 지구 연방군의 주류는 강경파였고, 비주류인 유화파는 다국적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이 ‘그리프스 전역’이라고 불린 전쟁을 치른다. 이후 전면 전쟁의 시대는 끝이 나고, 지온군의 잔당이나 반연방 조직 등 탈국가주체와 연방의 한정 전쟁 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이 흐름을 ‘일년전쟁의 패배로 우주 시민은 국가적 규모의 전쟁을 다시 치를 만한 힘을 상실했다’라고 볼 수도 있고, ‘국가를 만들고 콜로니까지 떨어트리며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지만, 지구 연방이라는 시스템을 붕괴시킬 수 없었다’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이후의 역사는 ‘테러리즘, 한정 전쟁을 메인으로, 연방 시스템의 피폐를 노리는 노선으로 선회했다’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패권국과 그에 대항하는 조직의 방식과 유사하다. 만약 ‘우주세기’의 전쟁이 기존 이미지인 국가와 국가의 전쟁인 채 그대로였다면, ‘기동전사 건담’의 세계관을 지금 다시 보기엔 구닥다리일 것이다.
_붉은 혜성
원래 ‘우주세기’는 건담 관련 서적·무크를 담당했던 젊은이들이 살을 붙여가면서 부풀리고 연표 등을 만들었던 것이고, 그것이 뻗어나가 가공 전기가 되었다. 이미지가 확장된 우주세기 연표는 이윽고 공식 설정에도 취사선택되었고, 건담은 하나의 방송이나 영화를 넘어선 세계관을 갖게 된다. ‘스타워즈’의 ‘에피소드 1’이 나중에 만들어진다거나 하는 방식이 이후에 등장했는데, 그 세계 내부의 시간을 착종시켜 가며 그리는 방식의 최초는, SF작품에 국한시키지 않아도, 건담인지도 모른다.
_건담의 기점
‘건담’이 제시한 ‘뉴타입’. 사람이 오해 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그것은 인류의 혁신으로 여겨진다. 사람이 서로 오해 없이 소통할 수 있다면, 당연히 전쟁까지 벌어질 리 없다. 하지만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도 또 어디선가 분쟁이 일어나고, 그러한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로봇 액션인 건담의 상업적 전제라면, ‘뉴타입’은 그 고리로부터 빠져 나가려는 불가능, 모순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_유니콘의 날
유니콘을 소재로 한 이야기나 회화는 여럿 존재하지만, ‘귀부인과 일각수’는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초반에 프랑스의 고성에서 발견되어, 현재는 파리의 프랑스 국립 클뤼니 중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여섯 점으로 이루어진 태피스트리 연작이다. 6매의 태피스트리 모두에 뿔이 달린 유니콘이 사자와 짝을 이루며 들어가 있고, 주변에는 각각의 테마와 관련된 사람이나 동식물, 문양 등이 배치되어 있다. 한 점, 한 점이 독립된 작품임과 동시에 여섯 점 전체적으로도 어떤 테마를 숨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귀부인과 일각수’는, 약 40년 전에 미국에서 공개된 한 번의 예외를 제외하면 오랫동안 문외불출이었는데, 관계자의 노력과 클뤼니 미술관의 일시 휴관이라는 사정 덕에 2013년 봄부터 가을까지 도쿄 국립신미술관과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에서의 전람회가 실현되었다.
_사자와 일각수가 의미하는 것
내공이 가득 찬 많은 ‘남성’ 건담 팬과 달리 나는 ‘건담 SEED’ 시리즈나 ‘건담 OO’도 긍정하고, 건담의 일부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냐하면 건담의 세계관이나 주제를 젊은 여성들에게 전달하고 확장할 때, 그런 작품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케멘&이케보 캐릭터가 등장하면 나도 꺄~ 꺄~ 환호하고, 물고 빨라고 설계된 캐릭터들에게는 마케팅적으로 옳게 반응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팬을 개척해 온 그 건담 작품들에는 무언가 부족하다, 무엇인가가 빠져 있다……라고 오랜 세월 느껴 왔던 것 또한 사실인데, 카디아스, 가엘, 진네만, 프레스트가 늘어서 있는 그 신을 본 순간, 결핍을 느끼는 이유를 겨우 알게 되었다. 계속 부족하다고 느껴 온 성분은, 이런 두툼하고 중후한 캐릭터들이었는지도 모른다, 라고.
_캐릭터의 매력
마사와의 교섭이 결렬된 뒤 그전까지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던 식사를 빵에 끼워서 먹는 미네바의 모습이 애니메이션판에 추가되었다. 이 장면은, 마사와는 손을 잡지 않겠다는 미네바의 결의를 ‘단식’으로 표현한 후,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밥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그녀의 삶을 잘 표현했다고 느꼈다. 음식을 먹는 이러한 신은 오드리/미네바의 생명력이나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데, 그 이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_라플라스의 망령
이 시대의 저비용 보급기인 MSA-003 네모, RMS-108 마라사이가 무버블 프레임을 채용하고 있는 점을 보면, 그리프스 전역 시기 양군의 독트린은, 강대한 화력으로 적기를 일격에 몰살, 적기가 펴는 화망은 높은 운동성으로 회피하려는 것으로 단정할 수 있다. 풀아머화로 적의 공격을 견딘다는 발상은 일체 없다. 고려할 가치가 없을 만큼 빔 병기의 위력이 돌출되었던 시대였다. 이 경향은 빔 실드가 일반화되는 0100년대까지 이어진다.
_모빌슈트의 매력
복잡함은 모든 기구에 있어서 악이다. 제품 수율을 떨어트리고, 평균 고장률을 높이고, 평균 수복시간을 늘리고, 조종자에게는 숙련을 요구한다. 어느 쪽이든 기술자라면 신중하게, 또는 철저하게 배제해야만 하는 설계 요소다. 즉, 가변 기구가 달린 모빌슈트 같은 건 만들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리프스 전역~1차 네오지온 전쟁 시기에는 이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대규모 전쟁이 끝났다, 가 하나의 답이다. 그리프스 전역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전이후 최대의 전란이다. 그렇지만 대전에 비하면 그 규모는 천양지차다. 스페이스노이드든 어스노이드든, 그 사회의 기반을 지탱하는 시민은 피폐해졌고, 전쟁에 지쳤다. 그런 상황에서 자금을 물쓰듯 투입한 하이엔드기를 대량 배치하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그것 자체가 정국에는 리스크가 된다.
_검은 유니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