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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침묵했다

천사는 침묵했다

창비세계문학-69이동
리뷰 총점9.5 리뷰 8건 | 판매지수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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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52g | 145*210*20mm
ISBN13 9788936464691
ISBN10 893646469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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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주춤 다가간 그는 형체가 조각상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나서도 두근거리는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더 가까이 다가가자 희미한 불빛을 통해 석조 천사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물결치는 천사상은 손에 백합 한송이를 들고 있었다. 그는 턱이 천사상의 가슴에 거의 닿을 정도로 몸을 앞으로 숙이고, 한참 동안 천사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기묘한 희열에 잠겼다. 이 도시에 와서 처음 마주친 얼굴이었다. 돌로 만든 천사의 얼굴은 부드럽고도 고통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 p.8

어머니는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우편물이 왔단다.”
어머니의 입언저리가 떨리는 것이 보였다. 어머니는 입술을 깨물었고, 말을 더 잇지 못했다. 결국 어머니는 마른 울음을 서럽게 흐느꼈고, 그는 무슨 일이 생겼거나 생길 거라는 걸 불현듯 깨달았다. 그는 우편물이 이 모든 사달을 초래한 것임을 눈치챘다. 틀림없이 우편물에 무슨 곡절이 있었다.
--- p.37~38

그는 조금 물러나 침대 끝에 몸을 기대어 앉았고, 문득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 집에 있어도 될까? 내 말은 당분간…… 좀 오래…… 아니면 영영?”
“그래.” 그녀가 바로 대답했다.
두 사람은 마주 보던 시선을 다시 거두었다. 여자는 머리 밑에 받쳤던 팔을 빼내 담요를 어깨까지 올리고는 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이 집에 있어도 돼.” 여자가 다시 말했다.
--- p.77

어떻든 그녀가 이 시대의 법칙을 거꾸로 뒤집은 것은 기발해 보였다. 유가물에 돈을 투자하는 대신 그녀는 유가물을 돈으로 환전해서 사람들에게 공짜로 희사한 것이다. 그녀는 가족의 귀중품을 팔아치웠고, 임대주택에서 돈을 거두어들였으며, 은행계좌를 해지했고, 그림과 가구 들을 암시장에 내다팔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그녀는 신종 휴먼 스포츠에 몰입했다. 사람들에게 빵 배급표를 나누어주었던 것이다……
--- p.141

그가 고개를 숙이자 뒤통수 언저리에 머리털을 완전히 깎은 부위와 목덜미의 흉터가 보였다. 빌리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당신을 사랑해. 기념물처럼 사랑하지.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고, 과거의 흔적으로 남은 기념물만 사랑해. 예전에는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했으니까. 그건 지금도 기억해.”

--- p.206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1945년 5월 8일 독일이 연합군에 항복하던 날, 탈영병 한스 슈니츨러는 엘리자베트 곰페르츠 부인을 만나기 위해 독일 쾰른의 빈센트 수도회 병원을 찾아간다. 부인의 남편 빌리 곰페르츠는 한스와 같은 부대 소속의 군법무관 서기이다. 한스는 탈영 중에 체포되어 감옥 대용의 헛간에 감금되는데, 빌리는 자신의 군복을 한스에게 입히고 도망치게 한다. 한스를 탈출시킨 빌리는 헛간에 머물러 있다가 독일군에 의해 한스로 오인받아 총살당한다. 한스는 빌리의 유품인 군복을 그의 부인에게 전달하고자 그녀가 입원해 있다는 병원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엘리자베트 부인이 며칠 전에 퇴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부인의 주소를 확인한다. 탈영병 검거를 피하기 위해 병원 의사의 도움으로 가짜 신분증을 입수한 한스는 추위 때문에 무심코 걸친 외투를 돌려주기 위해 우선 외투 주인을 찾아간다. 그는 갓난아기를 잃고 혼자 빈집에 살던 외투 주인 레기나와 차츰 가까워지며, 두 사람은 폐허가 된 일상에서 서로 의지하게 된다. 한편 빌리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풀리고, 엘리자베트 부인에 대한 피셔 박사의 유산상속 포기 압박이 극에 달하며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1940년대 말 독일문학 작품 중 『천사는 침묵했다』만이 폐허에서 모두를 사로잡았던 그 경약의 깊이에 근접하는 표상을 전달해준다.
우아함과 시적인 힘이 있는 『천사는 침묵했다』는 하인리히 뵐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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