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을 연령대별로 구분하면 더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 50세 이상은 48.7%가 근로소득으로 종잣돈을 모은 반면 49세 이하는 부모의 지원과 상속이 29.9%다. 50세 이상이 자수성가로 종잣돈을 모았다면 49세 이하는 부의 대물림을 통해 부자가 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의 자수성가는 옛말이 된 지 오래고, 대물림하지 않고는 부자가 될 수 없는 부의 양극화 현상이 그만큼 고착화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p.17
다른 연령에 비해 30대의 재무건전성이 특히 나쁜 이유는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의 비중이 높기 때이다. 총금융대출 중 거주주택 및 전월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이 65.3%에 이른다.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도 19.7%로 40대 다음으로 많았다. 열심히 번 돈 중 대출금을 갚는 데 들어가는 돈의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죽 쑤어 은행에 갖다 바치기다.---p.63
한 경제학자가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5만 달러를 갖고 다른 사람들은 2만 5,000달러를 갖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나는 10만 달러를 갖고 다른 사람들은 20만 달러를 갖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이 질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앞의 경우를 선택했다고 한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는 10만 달러를 갖고 다른 사람들은 20만 달러를 갖는 사회보다는, 나는 5만 달러를 갖고 다른 사람들은 2만 5,000달러를 갖는 사회에서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p.84
가계부채의 문제는 저소득층만이 아니라 일부 상위계층을 제외한 중산층과 서민층 모두의 문제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2011년 말 이미 900조 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3배나 되며, 가구당 평균 약 4,600만 원이나 된다.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많은 순부채 가구의 비중은 13%를 넘으며, 소득 대비 원리금상환금 비율이 40%를 초과하는 과다채무 가구도 8%나 된다.---p.100
인기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의‘사마귀 유치원’이란 코너에서 어느 개그맨이 했던 이야기다. 선생님이 돼서 예쁜 집에서 살려면 간단하게 교대에 들어가면 되고, 교대 가서 임용고시를 통과한 다음, 초봉 140만 원 받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모으면 89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 양육비가 1인당 2억 4,000만 원씩 들기 때문에 아이들과 숨만 쉬고 살았을 때는 217세에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다. 내집을 구입하는 것이 부담이면 전세로 살면 된다. 2억 3,000만 원만 있으면 되는데 월급 200만 원을 10년 동안 숨만 쉬고 모으면 된다.---p.106
그렇다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아파트 값이 떨어져서 가난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파트 값이 떨어져 손해를 봤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억 원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다. 많든 적든 그중에는 아파트를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더 가난할까?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데 값이 떨어져 슬픈 사람들인가, 그런 아파트조차 한 채도 갖지 못한 사람들인가?---p.111
부동산시장이 부진하자 이명박 정부는 수차례에 걸쳐 이른바 부동산 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니 집값을 떨어뜨려 가난한 사람들도 자기 집을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집값은 그대로 둔 채 빚을 더 내서 집을 더 많이 사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출조건을 완화하고 취득세를 깎아주더라도 몇 억, 몇십억 하는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상위 몇 퍼센트에 불과하다.---p.114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2012년은‘푸어(poor)’의 시대다. 하우스푸어, 허니문푸어, 베이비푸어, 실버푸어……. 심지어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도 취업을 못하는 젊은이들을 가리켜 ‘스펙푸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그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워킹푸어’다. 워킹푸어란 열심히 일해도 빈곤을 벗어날 수 없는 노동자들을 의미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노동자들 가운데 일정 비율의 소득 이하인 사람들이 아니라, 빈곤층 가운데서 일하는 사람들을 워킹푸어라고 한다.---p.169
요즘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서는 3가지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어머니의 ‘정보력’과 학생의 ‘체력’, 그리고 할아버지의 ‘경제력’이다. 입시제도가 너무 복잡하다 보니 어머니의 정보력이 필요한 것이고, 내신·수능·논술 등 갖가지 과외를 받자니 학생의 체력이 필요한 것이며, 그 많은 과외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아빠의 무관심을 넣는 사람도 있는데, 그 이유는 각자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아무튼 얼핏 들을 때 이 우스갯소리에서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왜 아버지의 경제력이 아니라 할아버지의 경제력인가,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는 자수성가한 할아버지는 존재할지언정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가 나에 의해 창조되는 사회가 아니라 세습되는 사회, 그래서 할아버지로부터 부를 물려받지 못한 아빠는 아무리 몸부림쳐도 아들딸을 명문대학에 보낼 수 없는 사회가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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