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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그들 뒤에 남겨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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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 top2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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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700쪽 | 656g | 130*200*35mm
ISBN13 9788937443985
ISBN10 893744398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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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서 꿈지럭거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전부 그 건물 어딘가에서 TV를 보거나 마약을 하거나 이런저런 유희를 즐기면서 열기 및 권태와 싸우며 매복 중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도 언제든 우르르 모여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었다.
--- p.174

남자는 공장에 지각 한번 하지 않고 어수룩하나 묵묵하게, 아랍 사람이라는 사실에 순종하며 사십 년 세월을 바쳤다. 직장의 위계질서를 좌우하는 것은 능력이나 근속 기간, 학위만이 아님을 남자는 아주 빨리 깨달았던 것이다. 공장 직원들 사이에는 세 가지 계급이 존재했다. 제일 낮은 계급은 흑인 그리고 남자와 같은 북아프리카 아랍인들이 차지했다. 그위에 폴란드인, 유고슬라비아인, 이탈리아인, 그리고 덜 능숙한 프랑스인이 있었다. 가장 높은 계급으로 올라가려면 프랑스 출생이어야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 p.176~177

한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는 그 아이를 위한 계획을 세우며 밤을 새우기도 한다. 십오 년 동안 새벽같이 일어나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다. 식탁 앞에선 입안 가득 음식물을 넣고 씹으면서 말하면 안 된다고, 똑바로 앉으라고 밥상머리 교육을 시킨다. 아이에게 어울리는 취미 생활을 찾아 주고, 새 운동화와 속옷을 사 주기도 한다. 때로 병에 걸리거나 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는 아이를 기르면서, 부모는 길을 잃기도 하고 잠잘 시간을 빼앗기기도 하며 늙어 간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집에 함께 사는 아이가 자식이 아니라 웬수가 되었음을 발견한다.
--- p.180

엄마는 늘 부드러운 염려 대신 세관원 같은 눈매와 초시계를 들고 기다렸다. 저녁 7시를 넘겨 게슴츠레한 눈으로 들어가는 날이면 존중이니 미래니 하는 끝없이 쏟아지는 훈계를 감수해야만 했다. 오 분 지각은 잠정적 외박으로 간주되었다. 겨우 오 분 늦는 것만으로도 손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진 미래, 원치 않은 임신, 술독에 빠져 사는 어린 남자, 장래성 없는 한심한 직업 따위의 이야기로 연결되었다. 엄마는 스테파니가 사회학을 전공하고 공무원 시험을 치기를 바랐다.
--- p.203

앙토니는 블루베리잼을 좋아했고, 꼬마 인디언 자카리가 나오는 만화 영화를 보며 열광했다. 토요일 저녁에 TV를 보다 그녀의 무릎에서 잠든 아이의 머리칼에서 나던 갓 구운 빵 냄새를 엘렌은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그러다 내 방에 들어오기 전에는 노크를 잊지 말라고 앙토니가 선언한 날부터 상황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아주 빠르게 흘러갔다. 지금 엘렌 앞에는 반쯤 야수로 변해 문신을 새기고 싶어 하고 발 냄새가 심하고 건달처럼 껄렁거리며 걷는 아들이 서 있었다. 내 사랑스러운 아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엘렌은 분노했다.
--- p.209

앙토니는 딱히 갈 데가 없었다. 온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얼마 전까지는 팝콘을 먹으면서 재미있는 영화를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저절로 반복되는 일상에 구태여 합리성을 부여할 필요가 없었다. 아침이면 일어나 학교에 갔고, 수업이, 친구들과의 관계가 리듬을 타고 안락하게 이어졌다. 어쩌다 예기치 않은 시험 같은 것이 있을 때면 불쾌지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진창에 빠진 듯한 이 기분, 하루하루 감옥에 갇힌 것만 같은 이 기분은 도대체 뭐지.
--- p.210~211

그녀의 육체는 날이면 날마다 모두로부터 거절당했다. 남편은 더 이상 그녀와 섹스하지 않고, 아들은 그녀의 피를 말린다. 직장은 정체 상태와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업무, 반복되는 치사함으로 그녀를 진 빠지게 한다. 그리고 달리 뭘 해야 하는지 알 길 없는 속절 없는 세월.
--- p.230~231

오늘 저녁 모임에서 반드시 털어 버려야 할 것은 지루한 우울감이었다. 결국 절망할 이유가 없었다. 삼십 년 넘도록 지속된 산업의 황폐가 노동계, 일자리의 성격, 프랑스 내부의 근본적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걸 사람들은 뼈저리게 인지했다. 지금부터 더욱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물질적·경제적 문제는 정책 결정이 뒷받침해 줄 것이다.
--- p.273

실망은 소년을 또 다른 종류의 열정으로 이끌었다. 삶에서 모든 것은 점점 작아지다가 결국 우리의 손을 벗어나 먼지가 되어 버리므로, 소년은 부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금전적 이익만이 유일하게 죽음을 뒤로 미룰 수 있을 것 같았다.
--- p.290

바네사를 특히 두렵게 한 것은 롱샴 가방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모카신을 신고 아름다운 머릿결에 들고 다니는 세련되고 잘난 체하는 도시 아이들이었다. 그런 애들은 걸어서 수업을 들으러 왔지만, 바네사는 기숙사에서 사십 분 동안 버스를 타고 통학했다. 그 애들은 시험공부 대신 학교 근처 카페에서 레몬 슬라이스를 넣은 페리에를 마시면서 정치 이야기며 스키 방학 이야기를 나누었고, 남학생들은 그런 그녀들의 시선을 끌려고 기를 썼다. 런던과 암스테르담의 미술관에 대한 빠삭한 지식, 시내의 집, 깔끔하게 구사하는 표준어 등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그 아이들 앞에서 바네사는 한없이 주눅이 들었다.
--- p.317~318

아버지는 토지 기획부에서 근무했고, 어머니는 시청에서 비서로 일했다. 매년 사나리쉬르메르에서 보름씩 휴가를 보냈고, 생활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서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인상되는 월급에 만족하며 살았다. 그들은 주어진 자리를 묵묵히 지켰고 세상의 일들에 불평하지 않았다. 권력을 남용하는 일에 적당히 휩쓸렸고, TV에서 보여 주는 위기에 대해 근심을 공유했으며, 삶이 선물하는 흐뭇한 순간들에 만족했다. 언젠가 암이라는 질병이 찾아와 이 흔들림 없는 하모니를 뒤흔들 수도 있었다. 그 전까지 그들은 그럭저럭 행복했다.
--- p.314~315

지금은 개인, 임시직, 외톨이의 시대다. 가뜩이나 부스러기 같은 일자리들은 세세히 분할되고 모양이 바뀌기 쉽고 속이 빤히 들여다보여 수많은 종류로 번식해 노동의 거대한 우주를 위성처럼 한없이 떠돈다. 이런 일자리를 우리는 거품, 박스, 파티션, 언제든 떼어 낼 수 있는 진열창의 시트지 등으로 부른다.
(…) 호출기와 전화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갈수록 냉각되었다. 수백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연대 의식은 경쟁력이라는 말 속에 희석되었으며, 여기저기에 염치없고 보수도 변변치 않으면서 내내 굽신거려야 하는, 새로울지 몰라도 보람은 찾기 힘든 일거리들이 생겨나 옛날에 서로 공유하던 고된 노동의 자리를 치고 들어왔다. 생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사람들은 관계, 서비스 품질, 커뮤니케이션 전략, 고객 만족에 대해 이야기했다. 모든 것이 작아지고 소외되었으며 불확실해졌다.
--- p.338

이런 세상에서 블루칼라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블루칼라는 유행 지난 서사시였다. 사람들은 협상을 요구하는 그들의 노동조합을 한껏 비웃었다. 가엾은 노동자가 자기 처지가 덜 초라해질까 싶어 합당한 권리를 요구하면 어김없이 그의 욕망이 얼마나 비이성적인지를 증명하는 뻔한 대답만 돌아왔다. 먹거리를 해결하고 남들이 다 하듯 여유를 누리고 싶어 하는 것만으로도 진보의 행진을 방해하는 위험인물로 낙인찍혔다. 그의 소위 이기주의는 이해받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세계정세를 파악하지 못할 뿐이었다. 그가 원하는 만큼 월급을 올려 주려면 그의 직장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이전해야 할 것이다. 개미처럼 일하고 애국심마저 넘치는 중국인들이 그의 자리를 꿰찰 것이다. 그는 이런 새로운 변화와 제재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 p.339

사실 미래란 건축물처럼 벽돌 하나하나를 쌓아 올리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러지 않으면 무서운 노력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길을 잃거나 낙오자가 될 게 불을 보듯 뻔했다. 클렘은 그 점을 철저히 숙지하고 있었다. 의사 아버지, 장학사 어머니. 바로 이런 사람들이 이 놀이를 만들었다.
--- p.386~387

그의 사회 참여와 인간미는 매우 독특한 국수주의적 면모를 띠었다. 점차 뤽은 그가 빼앗긴 자들로 간주했던 노동자, 월급쟁이, 지방 출신 혹은 가방끈 짧은 사람들 말고 다른 원인을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상 불행은 이민자들의 대거 유입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잠깐만 계산을 해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거의 300만 명에 달하는 이민자 수는 프랑스 내 실업자 수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우연치고는 이상했다. 다른 나라에서 유입된 게으름뱅이들이야말로 현대 사회가 떠안은 문제들의 첫 번째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뤽의 머릿속에 복잡하게 뒤얽혀 있던 모든 문제들이 대번에 단순 명쾌해졌다.
--- p.400~401

저 아래 나라에서 태어나 순수한 생각들을 마음 가득 품고 프랑스까지 와서 짐승처럼 일하다가 구석에 처박힌 남자들 틈에 있는 것이 무척 불편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절대 입에 올리는 법이 없었지만 그건 꽤나 날카로운 가시였다. 그들은 모두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속에 성장했다. 아버지들은 농담을 몰랐고, 아이들은 아버지 말을 안 들었다. 프랑스어를 잘 못해서 프랑스의 현실적인 규칙들을 대부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계율들을 읊으며 살아갔고, 그 아들들은 의무적으로 주어진 존중과 자기도 모르게 자라난 멸시 사이에서 성장했다.
가난에서 벗어나길 원했던 아버지들은 과연 꿈을 이루었을까? 집에 컬러 TV를 들여놓았고 자동차를 샀으며 살 집을 찾았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 하지만 그런 물질적인 것, 만족감, 지금까지 이룬 것들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자신이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 생활이 아무리 안락해도 처음에 온몸으로 겪은 가난의 흔적을 지우기엔 역부족인 듯했다. 그것은 어디서 올까? 직장에서 경험한 분노, 사회적으로 미천하게 간주되는 일들, 소외, ‘이민자’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정리되지 않을까? 아니면 아무도 자발적으로 인정하려 들지 않는 무국적자 신세? 왜냐하면 이 아버지들은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강, 박봉, 존중받지 못하는 처지, 자녀들에게 물려줄 변변한 유산 하나 없는 뿌리 뽑힌 사람들이라는 균열 사이에 간신히 그리고 여전히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운명은 자녀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원통함과 경멸을 물려주었다. 그리하여 자녀들은 학교에서 공부 잘하고, 성공하고, 커리어를 쌓고, 원칙을 지키며 살아가는 일을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들 가족을 사회 현상 중 하나로 여기는 이 나라에서는 선의로 하는 최소한의 동작마저 일종의 협잡으로 보였다.
--- p.428~429

클렘은 아버지의 병원 사무실과 거기 드나드는 어딘가 한 군데씩은 이상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믿거나 말거나 대기실은 완전히 거지 소굴이라고 했다.
“한번은 어떤 여자가 애들 셋을 데리고 왔는데, 셋 다 장애가 있는 거야. 한 명은 그럴 수 있다고 쳐. 그런데 어떻게 셋 다 장애인이냐고 내 말은.”
--- p.508~509

어른이 된다는 것은 위대한 사랑 외에 다른 힘이 있다는 것을, 주간지의 페이지를 채우는 하찮은 가십, 무사안일, 열정적으로 살기, 정신 나간 듯이 성공하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시간, 죽음, 끝없는 전쟁도 있었다. 부부란 심연의 가장자리에 놓인 구명정이다.
--- p.517

파리와 자신의 관계는 환상에 머물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이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물론 파리는 초콜릿을 종교처럼 사랑하고 한눈에도 지나치게 부유해 보이는 원형 건물들이 즐비한 도시였다. 도심은 더욱 그랬다. 파리야말로 이 나라의 심장부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도시가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들의 물결, 외벽, 쇼윈도, 조명, 자동차 헤드라이트, 문화 유적지가 선사하는 아름다움과 더러운 뒷골목 풍경에 사로잡혀 사람들이 끝없이 타고 내리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스테프가 거듭 확인하는 것은 이 도시를 가질 수 없다는 무력함뿐이었다. 파리와 그녀 사이에는 어찌할 수 없는 웅덩이가 놓여 있었다. 여기서 태어났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기필코 성공해야만 했다. 이것은 스테파니의 다짐이기도 했다.
--- p.518

스테프는 지금껏 자신이 얼마나 많은 행운을 누리며 살아왔는지 깨달았다. 세계사의 비교적 평화로운 시기에, 좋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배고픔이나 추위, 폭력으로 고통받은 적이 없다. 이상적인 집단(유복한 가정, 요령 좋은 친구, 큰 어려움 없는 학생, 꽤 괜찮은 여자)에 속했으며, 자잘한 보살핌과 늘 찾아오는 쾌락과 함께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미래란 스테파니에게 일종의 무관심한 남자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어떤가. 에일랑주에서 멀리 떠나온 스테파니는 버릇없이 자라 갑옷마저 너무나 얇은 초등학생 수준의 순진한 생각만 트렁크에 담아 왔을 뿐, 기본적인 준비가 안 된 사회 부적응자였다.
--- p.519

그는 유년의 여름들을 기억했다. 개학하기 전 형제들, 친구들과 만들고 놀던 그들만의 세상을. 아르바이트, 여자애들, 오토바이의 흔적을 굵직굵직하게 남기며 여름들은 해마다 이어졌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 맞은 여름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삼 주간의 유급 휴가로 축소되었다. 그 휴가들은 거의 언제나 엉망으로 끝났으며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실업과 더불어 파트릭은 이제 다른 여름을 알게 되었다. 죄책감으로 가득한 느린 여름, 애태우는 여름. 그리고 지금. 파트릭은 더 이상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건 안심이자 분노였다.
--- p.535

정직하게 돈을 벌기로 결심하면 모든 것이 비싸진다. 처음에 월급쟁이가 되는 건 사업가의 흥망성쇠에 비해 마음 놓이는 면이 있었다. 그러다 내가 받는 몇 푼이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의 보통 수입이라는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하여 시장을 볼 때마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주택 보험료와 발레아레스 제도 여행 경비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삶은 예측과 미세한 삭감, 늘 어딘가 부족하다 싶은 유희로 보상받는 고통 없는 박탈의 연속이 되었다.
--- p.548

카린을 보는 것만으로도 앙토니는 불편해졌다. 이 여자들은 세대를 거듭하면서 똑같은 기쁨, 똑같은 고통을 선사하는 자녀의 존속만을 위해 스스로 무너지며 하녀나 다름없는 신세를 자처한다. 모든 것이 앙토니에게는 심각할 정도로 우울했다. 그 소리 없는 집요함 속에서 앙토니는 자신이 속한 계급의 운명을 그려 보았다. 최악은 가스레인지 앞에서 세월을 보내는 여자들의 자각 없는 몸, 넙데데한 엉덩이, 불룩한 뱃살을 통해 영원히 지속되는 종족의 법칙이었다. 앙토니는 가족을 증오했다. 가족은 목적도 끝도 없이 연장되는 지옥이었다. 그는 길을 떠나고 기적을 만들 것이다. 다른 것을 이룰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 p.552~553

이탈리아 가수가 부르는 구슬픈 노래가 그들의 귀에 대고 이혼과 죽음, 일에 좀먹히며 이리 채고 저리 채는 신세, 불면과 외로움으로 얼룩져 엉망이 된 존재들의 비밀을 속삭였다. 사람들은 모두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사랑하고 죽기도 한다. 우리는 어떤 것도 지배하지 못한다. 도약도 끝도 우리의 힘 밖에 있다.
--- p.576

직장 생활의 법칙은 과장하지 않고 리듬을 유지하는 데 있으니까. 그러지 않으면 다음 달에 목표가 상향 조정되고, 생산성을 높이라는 경영진의 압력이 따르게 마련이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기계에 덜미가 잡혀 먹히고 털린다. 작업반장들이 표정을 감추고 아무 일 아닌 듯 시간이나 죽이며 계속 돌아다녔다. 노동자들의 얕은 속임수 정도야 쉽게 알아챘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노동자들의 속임수란 줄곧 일하지만 신중을 기한 지체, 경제적인 노동, 중간중간 끼워 넣는 자잘한 휴식, 동작 두 번에 숨고르기 한 번, 공식적인 휴식 시간을 원만하게 누리도록 늘 그렇듯 은밀하게 진행되는 유예에 있었다. 작업장에서 벌어지는 끝없는 속임수와 감독관의 감시 아래 부단한 불신과 물샐틈없는 연대의식이 재생산되었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는 머저리들은 얼마나 불행한가.
--- p.657

엘렌은 전남편을 떠올릴 때면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말하지 않았다. 추억은 동전처럼 무너져 내렸다. 엘렌은 추억들의 순서를 맞추었고, 자기 편의에 맞게 이야기들을 재구성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두 사람에게는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그녀가 후회하지 않는 그녀 삶의 일부였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었다. 경제 위기 탓은 더더욱 아니었다. 어쩌면 술이 문제였을까. 그것이 운명이고 그들의 삶이었으니 창피하지 않았다. 그래도 가끔 앙토니가 고집을 부리거나 꽉 막힌 사람처럼 보일 때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넌 어쩜 그렇게 네 아빠랑 똑같니.
--- p.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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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쿠르 문학상의 탁월한 선택!
- 프랑스 앵테르
1990년대를 살아가는 사춘기 청소년들은 저마다의 욕망을 불태워 나간다. 이들 모두가 원하는 것은 강렬한 삶,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 능력 있는 삶. 살기. 사랑하기. 떠나기. 다른 곳에서 살기. 네 명의 등장인물이 부르는 네 가지 노래로 니콜라 마티외는 1990년대 청소년들의 희망을 불타오르게 했다가 또 산산조각 내버리기를 반복한다.
- 르 탕
모두가 떠나고 싶어 하지만 막상 떠나는 이는 거의 없는 곳, 사회적 위계질서와 상하 관계가 건재하고, 아이들은 자라서 아버지와 같은 존재로 살아가도록 일찌감치 저주받은 곳. 그러나 이 소설은 그게 다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사춘기 소년들의 에너지와 여름 햇살, 생에 대한 열정으로 번뜩인다. 불끈거리는 맥박, 세밀하면서 힘찬 문체가 독자들을 예리한 시선, 끝없는 감각으로 데리고 간다. 속도를 늦출 줄 모르는 세계화의 이윤 추구 원리에 의해 소외된 프랑스 변두리 도시를 그린 리얼리즘적 초상.
- 텔레라마
니콜라 마티외는 사춘기를 지나는 청소년들과 그들 마음에 일렁이는 변화무쌍한 파문에 대해, 날 선 감정, 심장의 움직임, 분노와 유약함에 대해 적나라하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다.
- 르 몽드
내가 들려주고 싶었던 건 바로 내가 사는 세상의 이야기이다. 이것은 문학적이며 정치적인 시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 대해,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그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자체가 곧 정치적 행동이다. 이 작품 속엔 물론 내 모습이 약간 들어 있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시대를 복구하고 우리네 삶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나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생생하고 상세한 묘사, 그리고 리얼리티에 최대한 가깝게 정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나의 문제는 리얼리티다.
- L’OBS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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