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원의 집’의 로라였고, ‘빨강 머리 앤’이었다. 나는 농장에 사는 소녀야! 바깥에서는 막 인동꽃이 피어나고 있었고 온 세상이 향기로웠다.
그리고 학교 친구들은 어땠냐고? 내 친구들은 농장으로 이사간 것을 멋진 일이라 생각했다. 우린 농장 연못 옆에서 5학년 송년 파티를 열었고, 6학년 가을 축제는 우리 집 헛간에서 열렸다. 농장에 산다는 건 내 사회생활에 가산점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와 그 모든 것이 바뀌었다. 우선은, 고등학교에서 만난 그 누구도 우리 농장 마당에서 놀거나 우리 닭들에게 옥수수를 먹인 정겨운 기억을 품고 있지 않다. 또 내가 아침 첫 30분을 보내는 염소 우리 냄새가 자주 몸에 배는 것을 아무도 귀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아이들을 희한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희한하다고 생각한다. --- p.18
멋진 인물이 생각나면 좋겠다. 그저 ‘미국 여성 인물사’ 수업을 듣는 여자애 열두 명과 남자애 한 명만이라도 감동시킬 수 있도록. 올해가 가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흠, 쟤 좀 멋진데.’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아이가 되고 싶다. ‘흠, 쟤는 왜 거름 냄새가 날까?’가 아니라.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가 ‘멋진 생각을 가진 참 괜찮은, 정상적인 아이구나.’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딱 한 번만이라도 누군가가 ‘제이니라는 쟤, 참 흥미로운데.’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시다시피, 나는 흥미로운 아이니까. 꼭 염소와 대화를 나누어서가 아니라 말이다. --- pp.42-43
나는 베이스를 한 줄 뜯었다. (곧 E 스트링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맨 아랫줄이었고 그 떨림이 내 팔을 끝까지 타고 올라왔다.
소리가, 그리고 느낌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몬스터는 새라에게서 돌아섰다.
“좋은데. 그럼 이번엔 검지를 둘째 줄, 첫 프렛에 놓고 쳐 봐.”
나는 들은 대로 했다.
더 좋았다.
그리고 갑자기 나는 커진 느낌이 들었다. 키가 커진 것도 몸무게가 무거워진 것도 아니고, 물리적으로 커진 것이 아니다. 내 안이 커진 느낌이었다. 마치 갑자기, 아, 어떻게 표현할까? 마치 내 삶에 5초 전까지는 알지 못했던 가능성들이 생겨난 것처럼 느껴졌다.
몬스터의 베이스를 들고 두 음을 친 것만으로 말이다. --- pp.128-129
잠시 모두가 조용했다. 엠마 언니와 새라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과연 도울 용기가 있었을지 생각해 보고 있었다. 할런 할아버지네 앞마당의 불탄 십자가가 떠올랐고, 내 집 앞마당에서 그 십자가가 불타는 상황을 상상했다. 나를 위협하겠다고 앞마당에 서 있는 KKK단원들을 거실 커튼 너머로 내다보는 순간을. 타오르는 불길과 날아오는 총알을.
나는 눈을 감아 버렸다. 나의 용기는 그런 상황을 실제로 견딜 만큼은 고사하고, 상상할 만큼도 되지 않았다.
“할런과 헤이즐은 아무 것도 겁내지 않았어.”
침묵을 깨뜨리고 셉티마 여사가 말했다. 그리고 찻주전자를 들고 일어서 모두의 찻잔에 차를 다시 채워주었다.
“마치 아무것도, 그 누구도 자기들을 해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 pp.176-177
그때 난 뭔가를, 뭔가 커다란 것을 깨달았다. 엠마 언니는 자유롭다. 그래, 그건 맞다. 하지만 내가 늘 생각해 왔던 방식으로는 아니다. 나는 오토바이 타는 남자친구와 통금 위반에 눈이 가려져 엠마 언니의 자유로움이 행동에 있지 않다는 것을 몰랐다.
엠마 언니의 자유로움은 머릿속에 있었다.
우리는 잠시 동안 발코니에 앉아 있었다. 가끔씩 일어서 창문으로 텅 빈 집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그곳은 평화로웠고, 몇 분이 지나자 나는 학교를 빼먹은 일이 더는 불안하지 않았다. 우리는 결국, 무언가 중요한 일을 하려는 것이다. 할런 할아버지를 위해 뭔가를 하려는 것이다.
크게 살려는 것이다. --- p.230
고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을 생각해보면, 글쎄, 그중 어느 것도 "평범"이라는 말에 해당되지 않는다. 버비나의 말이 맞았다. 나는 평범함에서 한참 멀어졌다. 다만, 평범함을 지나쳐 버린다고 해서 비정상이나 이상함이나 희한함의 범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도달하는 곳은 사람들이 자유학교를 짓고 크게 살아갈 용기를 지니는 곳일지도 모른다.
신발에 염소 똥 좀 묻어도 너무 걱정하지 않는 곳 말이다.
--- p.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