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라는 단어를 들으면 보통 복잡한 계산과 수많은 숫자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는 회계정보를 만들어내는 시스템(가령 복식부기 같은)에 대한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고, 실제로 회계의 본질은 매우 단순하다. 바로 ‘비즈니스에 관한 이야기이자 정보’라는 것이다. … 스티브 잡스는 복잡한 숫자 대신 독특한 이미지화를 통해 자신들의 실적을 이야기하듯 설명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피처로 주문한 생맥주값은 간접(공통)원가라 할 수 있다. 이때 원가(생맥주 값)를 배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 가장 기본적인 배분방식은 n분의 1로 똑같이 나누는 것이다. 공정성과 공평성 기준이다. 만약 팀원 중 한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라 생맥주를 거의 마시지 않았다면, 그 팀원은 똑같은 원가를 부담하는 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 다른 배분방식은 연봉도 많고 연장자인 팀장이 생맥주값을 내는 것이다. 부담능력 기준으로 배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두 번이라면 모를까, 매번 그렇다면 팀장도 억울한 생각이 들것이다. … 또 다른 방법은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코너에서 추천되었던 것으로, 맥주를 마시고 싶어서 먼저 주문하자고 말한 사람이 돈을 내는 방식이다. 이것은 수혜 기준인데, 수혜를 가장 많이 얻는 사람이 부담하자는 것이다. … 그런데 만약 내가 좋아서 생맥주를 주문하기는 했지만, 막상 시켜놓고 보니 ‘나는 별로 생각 없다’던 다른 팀원이 더 많이 마셨다면? 그러면 가장 많이 마신 사람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인과관계 기준에 의한 배분방식이다.
2011년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이라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 주연배우 김명민 씨는 제작사의 입장을 고려해서 원래 받기로 한 출연료에서 약 20%를 삭감하고 대신 줄어든 출연료를 보전받기 위해 영화가 손익분기점인 ‘220만 관객’을 넘을 경우 관객 1명당 100원씩 추가수입을 받는 러닝 개런티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결론은 어떻게 됐을까? 「조선명탐정」은 480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20위 안에 기록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덕분에 김명민 씨는 당초 예상보다 많은 총 6억 원가량의 출연료를 받게 됐다고 한다. … 영화 「조선명탐정」의 제작비가 총 66억 원이라면 몇 명이 입장해야 손해를 보지 않을까? 계산은 쉽다. 66억 원을 관객 1인당 벌어들이는 공헌이익 3,000원으로 나누는 것이다. 즉, 관객 220만 명이 입장하면 제작비를 모두 회수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220만 관객이 손익분기점이다.
만약 여러분이 3억 원짜리 집을 한 채 구입했는데, 실제 내가 쓴 돈은 2억 원이고 나머지 1억 원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치자. 이 경우 3억 원짜리 집은 분명 내 자산이다. 하지만 자산을 소유하기 위해 빌려서 상환해야 할 부채 1억 원과, 실제로 내 몫인 2억 원 또한 같이 놓고 보아야 한다.
물론 실제 재무상태표는 항목도 많고 숫자도 많아서 이보다 더 복잡하고, 심지어 왼쪽과 오른쪽으로 나눠져 있지도 않고 일렬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 자산 = 부채 + 자본’이라는 공식만 기억하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아스널 소속인 박주영 선수와 볼턴 원더러스 소속인 이청용 선수는 2011/2012 시즌에 좀처럼 축구장에 모습을 비추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전속계약을 통해 입단했으므로, 각 구단 입장에서는 통제가능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EPL구단들은 선수들을 무형자산으로 기록하고 있다. 경제적 효익 측면에서 보면, 부상 때문에 출전하지 못하는 이청용 선수는 언젠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되었다. … 하지만 쟁쟁한 경쟁자들 속에서 벤치로 밀려난 박주영 선수는 안타깝게도 아스널에게 자산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듯하다. 오히려 올림픽 동메달로 병역문제가 해결되어 전 소속구단에 추가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므로 부채로까지 생각되는 느낌이다.
허생이 변 씨에게 가서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변 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만 냥을 실패 보지 않았소?” 허생이 웃으며 10만 냥을 내놓았다. 변 씨가 놀라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10분의 1만 이자로 받겠노라 하자, 허생이 역정을 내며 말했다. “당신은 나를 장사치로 보는가?”
허생이 변 씨에게서 조달한 돈 1만 냥은 부채일까 자본일까? 내용을 보면 변 씨는 ‘10분의 1의 이자를 받는’ 부채로 생각을 했고, 허생은 ‘수익금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자본으로 생각한 것을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본다면 변 씨는 허생에게 투자를 할 때 담보나 신용을 보고 투자하지 않고, 허생이라는 인물과 앞으로 진행할 프로젝트만 보고 투자를 했으므로 일명 PF라고 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이 이루어진 셈이다.
《베니스의 상인》은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가 잘 조화된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회계 측면에서 보면 다른 생각이 든다. … 의리의 사나이 안토니오는 고위험 벤처사업이라 할 수 있는 해상무역에 전 재산을 투자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상태다. 그만큼 부채비율이 높았으므로, 처음부터 빌린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갚지 못할 형편이었던 것이다. 추측하건대 분명 안토니오의 벤처기업은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었을 것이다.
이자보상비율이란 이자비용에 비해 영업이익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비율로, 이자비용을 충당할 만큼 영업이익을 충분히 벌어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 이 비율이 높을수록 이자지급 능력이 양호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자보상비율이 100% 이하라면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든 심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왕대부 사장은 이탈리아 식당 ‘갓파더’를 운영한다. 이 식당은 파스타 도시락이라는 하나의 메뉴만 파는데 가격은 7,000원이고, 식당에서 하루에 요리해서 판매할 수 있는 도시락의 최대수량은 700개이다 … 그런데 갑자기 어떤 단체에서 도시락 100개의 주문이 들어왔다. 그쪽 담당자는 대량주문이니 가격을 정가인 7,000원 대신에 4,000원으로 깎아달라고 요구했다… 분노한 왕대부 사장은 당장 주문을 거절하려 했다. 그쪽에서 요구한 개당 4,000원은 도시락 1개당 원가인 5,000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식당의 2인자인 외국인 요리사 톰이 왕대부 사장의 귀에 속삭였다. “사장님, 이 주문을 받아들이십시오. 개당 2,000원씩 남는 장사입니다.” 과연 톰의 말은 맞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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