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9년 10월 25일 |
---|---|
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65쪽 | 298g | 127*194*17mm |
ISBN13 | 9791130626857 |
ISBN10 | 1130626857 |
발행일 | 2019년 10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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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265쪽 | 298g | 127*194*17mm |
ISBN13 | 9791130626857 |
ISBN10 | 1130626857 |
프롤로그 1부 잘못 오셨습니다 2부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사람들 3부 디스코를 좋아하세요? 4부 밤이 오면 춤을 춰요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이책은>
가뭄에 단비처럼 생각지도 않았는데
리뷰어클럽에서 당첨된 책.
<저자는>
저 : 문은강 ---발췌하다 1992년에 태어났다.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밸러스트』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책읽고 느낀 바>
아집도 세고 옹고집도 있는 고복희 씨는 원더랜드 호텔의 주인이다. 우리나라가 아닌 동남아의 한적한 시골로 관광객의 유동 인구가 많은 곳도 아니다. 한인교회도 있지만 다른 나라에까지 와서 이렇게 살기를 바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진 교민들이 많다.
오베라는 남자/를 읽으며 이렇게나 융통성 없는 사람은 지구상에서 처음이다 싶었지만 오베라는 남자 입장에서는 세상이 이상한거다. 마찬가지로 고복희 씨 입장에서 세상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다. 원리원칙대로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데 늘 원리원칙을 벗어나니 많은 문제가 생긴다고 믿는다.
어릴 적엔 원리원칙대로 사는 법을 배운다. 그런 양육에다 훈육이 더해지면서 성장한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꼬마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고사리 손을 번쩍 들고 걷는 걸 보라. 그렇게만 된다면 문제없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을 보는 학생들은 학교서 뭘배우나. 학생인데 벌써부터 저렇게 법을 어기면 성인이 되어서는 어쩌나.
영어 선생님이던 고복희는 국어 선생님이던 남편과 같은 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남편은 낭만적이고 문학을 논하는 사람이요 젤 좋아하는 건 디스코 춤을 추는 것. 디스코텍에서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디스코를 추는 장 선생. 끝까지 쳐다만 보고 박자 하나도 맞추지 않는 고 선생. 이런 조합을 두고 많은 사람이 내기를 했는데 늘 장 선생은 졌다.
장 쌤은 인기짱이고 참으로 인간적인 모습에 학생들이 안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고 쌤은 특별히 누구를 차별하지도 않지만 누구도 이뻐하지 않는다. 그냥 가르쳐야 할 학생일 뿐. 그런 그들이 셋방에서 집을 넓혀가는 동안 세상은 변화를 맞이했고 거기에 동참하던 장 쌤은 건강악화로 죽는다. 그 남편이 남쪽의 따듯한 나라를 가보자던 그 말에 원더랜드에 정착한 거다.
융통성이 없어도 없다해도 이렇게나 틀에 맞춘 듯 반듯할까. 린이라는 현지인 직원만이 그녀를 존경한다. 처음엔 그녀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변덕이 없고 초지일관인 좀더 속내를 본 것이다. 원더랜드에 활력을 줄 이벤트로 한 달 숙식에다 3식 제공인 걸 사이트에 올렸고 박지우가 왔다.
천상 요즘의 젊은이. 그녀는 그녀 나름으로 고민이 많다. 이것저것 많은 걸 노력했지만 이렇다할 게 없는 백수. 그런 백수다보니 해외여행도 해 본 적이 없으며 자식덕을 꼭 보자는 건 아녀도 엄마의 뱁새눈과 눈칫밥도 힘들다. 친구는 카톡에 해외여행중임을 알리고.
박지우가 접한 고복희 씨의 음식은 이상야릇한 맛이고 조합. 외국이니까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하지만 갑자기 정전이 되질 않나, 관광 유적지도 없고 자신이 꿈꾼 앙코르와트는 멀리있다는 말에 환불을 들먹이지만 삶은 호박에 이빨도 안들어간다.
책은 부피도 얇지만 명쾌하다. 고복희 씨를 책으로만 상상하자면 B사감을 떠올리게 되는데, 표지의 고복희 씨는 중년의 여인 같이 안보인다. 아집이 세고 옹고집이 있지만 강직한 사람. 불의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면에선 오베라는 남자와 똑닮았다. 그녀가 아주 조금만 유연하다면 참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변화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주지는 않는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설을 읽을 때 다른 소설에서 자주 보는 캐릭터보다는 뭔가 독특함을 가진 캐릭터가 좋다. 사람의 삶이야 정도를 달리할 뿐 보통의 사람들의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건 누구나 같은 일이고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때 어떻게든 살아가려 발버둥을 치기도 하고, 아파서 자신 속에 침잠하는 부류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더할수 없이 다정한 사람이 있는 반면 무심한 표정과 행동으로 일관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또한 다른 사람을 이용해 이득을 얻은 자도 있는 건 당연하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들어 읽게 된 책이다. 나이든 사람의 원더랜드는 어떤 것일까, 궁금했다. 짧은 단발 머리의 고복희는 올해 쉰 살이지만 아직도 동화의 나라를 꿈꾸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가 한국을 떠나 캄보디아의 프놈펜에서 원더랜드라는 호텔을 경영하는데 그가 정한 규칙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손님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처럼 보인다.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다보면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한국인들이 똘똘 뭉쳐 서로 도우며 살 것 같지만 소설 속에서의 교민들은 그렇지 않다. 되지도 않는 이유를 들어 서로를 헐뜯으려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존댓말로 말하는 고복희는 한때 영어 교사였다. 어린 아이들 혹은 동교 교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런 고복희에게도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니 대학때 만난 남편이었다.
최루탄 냄새가 난무하는 대학 캠퍼스에서 만났다. 수업 거부를 학생들과 반대로 고복희는 졸업을 하겠다며 강의실을 지켰다. 그때 그녀를 찾아온 선배들 틈에 남편이 있었다. 남편 장영수는 디스코텍을 좋아했었고, 그런 그럴 따라가 장영수가 춤을 출 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나오곤 했다.
고복희의 호텔에 '한달 살기'를 목표로 찾아온 박지우가 있다. 프놈펜에는 앙코르와트가 없었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물가가 높은 줄 모르고 환전을 적게 해 온 박지우는 그렇게 원더랜드에 녹아 들었다. 교민들의 모임에 가서는 호통을 치고 고복희를 살살 따라다녔다. 어느새 고복희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이 시대의 청년인 박지우는 직장도 없고 하는 일도 야무지지 못한다. 그저 조금씩 모아 두었던 용돈을 털어 캄보디아 한 달 살기를 왔을 뿐이다. 큰 소망도 없는 청년은 우리의 현재를 보이는 듯 하다. 프놈펜에 모여사는 교민들 또한 악착같이 살지 않으면 그곳에서도 밀려난다는 걸 보여준다.
"옳다고 생각되는 일만 하며 산다는 건 너무다 힘든 일이니까.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당신의 도덕성을 시험하려 들 거에요. 부당한 상황에 밀어놓고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겠죠. 좌절하는 당신을 조롱하고 헐뜯을지도 몰라요."
상관없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니니까. 자신에게 떳떳하면 그걸로 족하다. (205페이지)
자신의 뜻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고복희는 타인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한다. 교민 사회에서도 그랬고, 교사로 근무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신의 잣대로 정확한 생각과 행동을 했던 고복희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을 수밖에 없다. 학생들 중 몇 명이 그랬고, 호텔 원더랜드에서 일하는 린과 박지우가 그랬다.
책의 홍보를 『오베라는 남자』와 비교해서 하던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실제로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싫다고 할 수 있어도 고복희가 살아온 배경과 생각들을 알게 되면 그녀의 팬이 되고 말것이다. 캄보디아 어딘가 원더랜드라는 호텔이 있을 것만 같다. 조식과 석식 제공 호텔에서 한 달 살기, 해도 괜찮지 않을까.
왠지 딴따라 느낌이 난다. 첨단 과학과 신문물이 난무하는 21세기에 어릿광대의 어설픈 몸짓과 차력쇼, 서커스 공연 등을 보여주던 6,70년대의 레트로 감성이 책 속에서 묻어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책을 관통하는 시대적 배경이 과거의 어느 시점도 아닌데 말이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원숭이가 약장수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그대로 따라 하는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런 느낌은 전적으로 1992년생의 젊은(?) 작가 문은경의 찰진 레트로 감성과 캄보디아라는 공간적 배경이 잘 어우러진 탓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소설 속 인물들, 그중에서도 여행을 핑계로 캄보디아 교민 사회에 난데없이 불쑥 떨어진 '박지우'라는 인물의 입체적인 개성이 소설 전체를 활기에 차게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여기서 안 태어나서 다행이니?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스스로가 역겨운 인간이 된 것 같다. 부정적인 생각만 생기는 건 아니다. 이상한 감상에 휩쓸릴 때가 있다. 절대로 살아볼 일 없는 과거를 경험하는 기분이랄까. 어른들의 기억, 책, 영상 자료와 같은 증거물로 남은 과거의 시공간 속에 발을 디딘 것만 같은 착각, 이렇게 생각하면 지금의 경험이 꽤 중요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p.85)
2019년 1월 프놈펜으로 떠나 열대의 무더위와 싸우면서 책상에 앉아 매일 여덟 시간 동안 소설 쓰기에 몰두했었다는 작가의 집념은 독자의 손에서 높은 가독력으로 전환된다. 뭐 하나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게 하나도 없는 이 시대의 평범한 젊은이 박지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부터 작가는 어수룩한 주인공을 통해 삶의 유머와 페이소스를 독자들에게 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책의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설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인물은 박지우가 아닌 고복희이다. 한눈팔지 않고 언제나 자신이 세운 원칙을 지켜내려 애쓰는 고복희와 자신만의 주관도 없이 허구한 날 방에 처박혀 인터넷에 올라오는 다른 사람의 일상만 뒤적이는 박지우의 모습은 극과 극의 대치를 이루면서 소설 속 고복희라는 인물을 도드라지게 한다.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비길 수 없이 까칠하고, 자신이 세운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려 하며, 불의에 적당히 타협하고 때로는 못 본 척 눈 감아주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며, 그로 인해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늘 모난 돌이자 고기가 살지 않는 맑은 물로 지낼 수밖에 없는 고복희. 어머니의 잔소리를 피해 얼떨결에 프놈펜을 방문하게 된 박지우와 망해가는 호텔 원더랜드의 사장 고복희와의 우연한 만남과 한 달간의 불편한 동거. 그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서로의 내면을 확인하고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냉담하며 이기적인가 하는 문제를 독자들 각자에게 짐처럼 떠안긴다.
"옳다고 생각되는 일만 하며 산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니까.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나아가 당신의 도덕성을 시험하려 들 거예요. 부당한 상황에 밀어놓고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끔 유도하겠죠. 좌절하는 당신을 조롱하고 헐뜯을지도 몰라요." 상관없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삶이 아니니까. 자신에게 떳떳하면 그걸로 족하다. 고복희가 그런 대답을 할 줄 알았다는 듯 장영수는 희미하게 웃었다. (p.205)
최루탄 냄새가 그득했던 캠퍼스에서 만나 토요일 밤마다 디스코텍을 방문했던 장영수와 고복희. 절대 춤을 추지 않는 고복희와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는 장영수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한 채 결혼을 했고, 남들처럼 열심히 살았다. 퇴직 후 따뜻한 남쪽 나라에 가서 살자던 장영수의 말에 따라 캄보디아의 프놈펜에 자리를 잡은 고복희는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장영수가 없이 혼자의 몸이다. 중학교에서 로봇처럼 말하며 행동했던 까닭에 학생들로부터 인기도 없었던 전직 영어교사 출신인 고복희도 이제 쉰 살이 되었다.
"고복희에게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원더랜드가 먼지투성이인 공간이 돼선 안 된다. 린의 월급이 밀려선 안 된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하루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사람들은 고복희를 두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했다. 그럴지도 모른다. 세계의 질서가 그런 것이라면, 그리고 거기에 순응하지 못한다면, 결국 낙오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혼자 남게 될 것이다. 그것은 고복희의 선택이었고 기꺼이 감당해야 할 자신의 몫이었다." (p.229)
나처럼 머리가 나쁜 인간에게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 철학보다는 한 번에 한 가지만 알려주는 소설이 맞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 책이다. 삶에 대한 가르침이든 인간에 대한 진실이든 말이다. 소설이라는 스토리를 통해 길고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숨은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나는 소설을 통해 삶을 배우고,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인간관계를 익힌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박지우처럼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듯하다. 해야 할 일이 태산인데 이렇게 뒹굴뒹굴 시간만 보내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