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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집사를 믿지 마라

네 집사를 믿지 마라

SPELLMAN 스펠만 시리즈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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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686g | 140*210*30mm
ISBN13 9788994343822
ISBN10 899434382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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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할아버지는 어떻게 지내세요?
모티: 아참, 그러고 보니 얘기 안 했지? 우리 샌프란으로 돌아가기로 했단다.
나: 샌프란이 뭐예요. 샌프란시스코죠.
모티: 왜? 샌프란이라고 해도 다 알아듣잖아. 뭐하러 쓸데없이 길게 말해서 짧은 인생을 낭비해?
나: 뜨내기 관광객이나 쓰는 표현이란 말예요.
모티: 거참, 오늘따라 왜 이렇게 짜증이냐?
나: 요 며칠 새 제가 무슨 지옥을 겪었는지 꿈에도 모르실 거예요.
모티: 당연히 모르지. 네가 말을 안 하잖아.
나: 나중에요. 나중에 다 말씀드릴게요.
모티: 너무 오래 뜸 들이진 말거라. 나는 늙었다고.
나: 잘 알고 있어요. ---p. 11

“명심해. 이건 전임 근무야. 밤에는 퇴근할 수 있지만. 정말로 할 의지가 있는 게 아니면 하지 마. 봉급은 시간당 50달러고, 주말에 영국 코미디 프로만 돌려보면서 놀지 말고 현대 하인을 위한 지침서 같은 거라도 읽고 공부해. 네 일은 윈슬로 씨의 시중을 들고 다른 사용인들을 감시하는 거야. 실수 없이 잘해. 며칠에 한 번씩 나한테 보고하고, 내가 윈슬로 씨를 만나러 들르더라도 모른 척해야 돼. 알았지? 넌 스파이로 잠입하는 거야.” ---p. 49

엄마는 나를 돌아보고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어머, 얘. 기각하려면 반대표가 하나 더 필요하잖니. 그런데 너한테만 적용되는 규칙에 과연 누가 선뜻 자기 반대표를 써줄까?”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좋을 텐데요, 엄마. 이런 식으로 남을 괴롭히면 언젠가는 엄마에게 다 돌아가게 되어 있어요.”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니?”
“그렇게 생각하시든가요.”
“어쩜, 귀엽기도 하지.” ---p. 69

집에 도착해보니 엄마가 고기를 다 태워먹어서 피자를 주문하고 있었다. 레이는 자기 방에서 기쁨의 세레모니를 즐기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이 틈을 타 엄마 울음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으려고 레이의 방으로 올라갔다.
노크를 하고 곧바로 문을 열어젖히니 레이는 침대에 거꾸로 누운 채 한창 통화 중이었다.
“내가 오븐 온도를 한 시간 동안 250도로 올렸다가 내렸을 뿐이라니까. 그랬더니 짜잔, 피자가 오는 거지! 얼마나 간단한지…….”
내가 들이닥치자 레이는 말을 뚝 끊었지만 거기까지만 들어도 고기구이 미스터리는 풀 수 있었다(아무리 엄마가 요리를 못한다지만 그래도 여자인데 레시피를 따르는 법 정도는 안다). ---p. 195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서파쇄기에 종이를 집어넣으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지만 최근에 실망스러웠던 일들이 머릿속에 자꾸만 떠올랐다. 하키 뒷조사는 죽을 쑤고 있지, 변호사 맞선은 끝이 안 보이지, 제레미 프랫은 저러고 있지……. 게다가 내 집은 지금쯤 거의 초토화가 되어 있을 터였다. 남자들끼리 밤새도록 포커 치며 놀고 난 자리가 어떻게 되는지는 불을 보듯 뻔하니까. 그리고 스펠만 저邸에서 물건이 계속 실종되는 현상도 마음에 걸렸다. 문손잡이, 서랍 손잡이, 수건걸이가 어째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라진단 말인가? 파쇄기의 웅웅거리는 소음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열심히 고민을 해서인지는 몰라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pp. 260~261

내 직업의 목표는 사건을 해결하고 비밀을 파헤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구겨진 종이가 펼쳐지듯이 완벽한 진실이 드러날 때도 있고, 수수께끼 같은 사건이 멋지게 해결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세상은 지그소 퍼즐처럼 딱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조각 몇 개는 꼭 빠져 있기 일쑤라서, 정황을 살펴보고 질문을 던지다 보면 결국에는 더 많은 질문만 딸려 나오고는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여러분에게 반전, 악당, 징벌, 깔끔한 결말이 있는 모범적인 탐정소설을 선사할 수 없다.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으니까. 현실에서 내가 맞닥뜨리는 의문은 대부분 풀리지 않았고 미스터리는 숙제로 남았다.
---p.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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