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은, 때때로 행복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동반했다. 그래도 어쩌랴. 억지로라도 기억을 떠올리고 추억을 되씹고 그걸 한 땀 한 땀 뼈에 새겨넣는다는 기분으로 글을 쓴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행복했던 일, 힘들었던 일,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주워담는다. 그래야만 그냥 『1박 2일』의 피디가 아닌, ‘진짜 나’와 대면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게 설령 맘에 들지 않더라도, 그렇게 주워모은 기억으로 만들어진 ‘진짜 나’의 모습이 조금은 일그러지고 왜곡돼 있어도, 그걸 받아들이고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글 『어차피 우리의 레이스는 길다』
제작진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무엇보다 호동이 형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 형의 반응은 실로 쿨했다. 그 몇 달을, 시청률이 바닥을 기던 그 고난의 행군 기간을, 이 형은 정말이지 늘 한결같이 제작진에게 말했다. “잘되겠지요 뭐. 알아서 잘 만들어주십시오. 전 그냥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게 다였다. 뭐지, 이 형. 아예 포기한 건가. 아니면 원래 좀 무심한 성격인가. 의심과 궁금증이 동시에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강호동이라는 인간이 본격적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던 것은. ---『강호동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졌던 이유』
나이 40이 되어 나를 찾아 떠난다는 건 대체 어떤 의미일까. 어떻게 저 형은 저렇게 모든 걸 한순간에 내려놓을 수 있는 걸까. ‘나’라는 건 소위 국민 예능의 인기 있는 출연자라는 지위와 꽤 성공한 가수라는 타이틀을 버리면서까지 찾아갈 가치가 있는 것일까. 나도 마흔 언저리가 되면 저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일까. 아니 그런 걸 모두 떠나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나는 길을 잃은 사람처럼 갑자기 불안해졌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건지, 나는 과연 누구인지. ---『김C는 왜 갑자기 떠났을까』
그냥 고향으로 돌아갈까. 청주가 바로 옆 동네. 버스만 타면 집에 간다. 갑자기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엄마가 왜 왔냐고 물으면 어쩌지. 엄마, 사실 나 짤리게 생겼어. 농사나 지어요, 우리. 아이고, 아들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갑자기 농사라니. 응, 사실…… 어제 청룡영화제 MC 사라진 거, 내가 그랬어. 응…… 당장 짐 싸서 내려와라, 아들아. 감자농사부터 시작하자. 이런 대화가 오고가려나. 많이 놀라실 텐데. 각종 비운의 주인공들이 하는 상상을 혼자 몰아서 하고 있을 찰나, 핸드폰에 문자가 찍힌다. 부장님의 문자. 보는 순간 울컥한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그 짧고 간결한 문장. ‘모든 걸 용서한다. 서울로 올라와라.’ ---『엄마, 나… 그냥 고향으로 돌아갈까?』
사람 사이의 웃음과 눈물보다는, 효율성과 시청률의 잣대가 지배하는 곳. 그때의 난 그러한 기준에 맞는 사람이 프로페셔널이라 믿었다. 그런데 거기에 내 몸을 끼워맞추고 단련하고 열심히 노를 저어 흘러왔더니 우연히 난 엉뚱한 곳에 도착해 있었다. 『1박 2일』이라는 섬은 뭔가 달랐다. 사람들은 국민 예능이다, 시청률 1등이다 떠들어댔지만, 정작 우리들은 그저 여행을 즐기고 있었던 것뿐이다. 한마디로, 결과와 관계없이 그 과정이 즐거운 곳. 거기에서는 뭔가 그리운 냄새가 났다. 한동안 잊고 있던 냄새. ---『나는 그저 한 사람 몫의 피디가 되고 싶었다』
아아…… 이거였구나. 이제야 알 것 같다. 나의 머리가 여러 현실적인 고민과 그에 대한 핑계거리를 찾느라 발버둥치는 와중에도 나의 몸, 나의 가슴은 계속 이걸 찾아 헤매고 있었구나. 그리고 비로소, 나는 알게 된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언지 드디어 답을 알게 된다. 100일간의 긴 휴식을 거쳐 얻어낸 대답은 바로 그것이었다.
---나가는 글 「다음 행선지는 결국 내가 정해야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