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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놓아줄 시간

이제는 놓아줄 시간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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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68쪽 | 238g | 178*212*9mm
ISBN13 9791188255481
ISBN10 1188255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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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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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살금살금 그림자가 다가옵니다. 어제는 그제보다, 오늘은 어제보다, 매일 조금 일찍 자기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어린나무는 미처 알아채지 못합니다. 이파리를 간지럽히는 바람의 속삭임과 가지에 앉아 우짖는 새의 지저귐과 주변을 즐겁게 뛰노는 다람쥐의 재잘거림에 푹 빠져 있으니까요.
나이 지긋한 지혜로운 나무와 교제하는 것도 큰 기쁨 중 하나입니다. 그 나무의 이름은 ‘신실’입니다. 그와 함께할 때, 어린나무는 생동감이 넘칩니다.

2.
신실은 어린나무가 처음 싹을 틔웠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듣고 또 들어도 기분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신실이 자기를 ‘기쁨’이라고 불러 주는 것도 정말 좋았습니다. 어린나무는 자신의 삶을 사랑했습니다. 이파리가 차츰 짙은 황금빛으로 변하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3.
늦은 여름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둘이서 옛일을 추억하며 정답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주홍색 이파리가 세찬 바람에 쫓기며 땅바닥에서 뒹구는 모습을 기쁨은 처음 보았습니다.
“저게 뭐예요?” 어린나무가 소리쳤습니다.
“아, 저건 단풍잎이란다. 근처 숲에서 날아온 모양이구나.” 신실이 대답했습니다.
“정말 예뻐요.” 기쁨이 말했습니다. “그런데 여긴 웬일일까요? 보세요! 저기 더 있어요!”
기쁨이 가리키는 쪽을 눈으로 따라가 보니, 아까보다 밝은 빛깔의 나뭇잎들이 장난치듯 빙글빙글 돌고 있었습니다.

4.
“이제 시작이구나.” 중얼거리듯 신실이 말했습니다. 지난 일을 떠올리며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였습니다.
“시작이라니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데요?” 기쁨이 따져 물었습니다. “이파리는 원래 땅의 소유가 아니잖아요. 원래 나무 건데?”
“아니란다.” 신실이 대답했습니다. “이젠 나무의 것이 아니야. 잠시 나무에 붙어 있었지만, 이제 가야 할 시간이야. 그걸 ‘떠난다’라고 한단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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