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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삶

숨겨진 삶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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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94g | 135*195*20mm
ISBN13 9788954658348
ISBN10 895465834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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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벼룩 한 마리가 흑사병이나 티푸스를 퍼뜨리고말고.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고, 재채기 한 번으로 산사태가 날 수도 있지. 복권 한 장이 사랑을 파괴하고, 말 한마디가 무사태평한 기쁨과 신뢰를 단번에 사라지게 하고, 한순간의 부주의가 파리채로 파리 잡듯 한 생명을 끝장낼 수도 있지.
--- p.40

마리가 보기에 이런 부랑자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부류는 여자 걸인이다. 훨씬 드물게 마주치는 이 여자들에게 마리는 매혹되는 동시에 겁을 먹는다. 그들은 절대적인 위반을 구현한다. 남자들에게는 가장 고상한 직업부터 가장 고된 노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이 허락되고, 성스러운 삶이나 방탕한 삶, 모험 가득한 여행도 허락된다. 서로 치고받아도 되고, 땅에 침을 뱉거나 담배를 피워도 되고, 보란듯이 서서 오줌을 싸도 되고, 교회의 복사가 될 수도 있다. 당구나 축구는 물론, 여자들에게는 금지된 수많은 경기를 할 수도 있다. 반면 여자들에게는 어른이든 아이든 훨씬 적은 자유와 가능성이 주어진다. 그들은 엄중한 감시를 받으며, 몸가짐이나 말씨에 끊임없이 신경써야 하고, 사소한 일에도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도록 주의를 받는다. 그렇다면 헝클어진 머리에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여자들, 스타킹도 신지 않고 때로는 팬티조차 입지 않은 이 여자들은 대체 누군가?
--- p.67

어쨌거나 세상에서 별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는 건 행운인지 모른다. 너무 눈에 띄지도, 욕구를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홀가분히 지낼 수 있다면, 그래서 환멸과 상처에도 덜 노출된다면.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제 갈 길을 갈 수 있겠지. 단조롭긴 해도 평화로운 길임이 틀림없다.
--- p.94~95

그는 알고 있었던 거다. 부끄럽지만 감미로운 비밀을 두 사람은 각자 자기 자리에서 간직하고 있었던 거다. 그 일이 있고 조르주는 밤마다 그녀를 기다렸을까? 그녀가 그의 방에 다시 오기를, 그의 곁에 눕고, 그렇게 두 사람이 연인이 되기를 기대했을까? 그녀가 그 기대를 저버린 걸까?
--- p.133

그의 몸에 처음으로 아찔한 감동을 선사하고 그의 감각을 흥분시켰던 여자인 에디트는 또한 그의 몸을 기리는 마지막 여자가 된다. 가죽을 벗긴 짐승처럼 고깃덩이에 불과한 살점이 되어버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그 몸을 마지막으로 포옹하는 여자가 된다. 정결하고도 대담한 입맞춤으로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그를 축복하는, 첫번째이자 마지막인 단 한 명의 여자.
--- p.136

난생처음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헐벗은 자신의 시선을 보았다. 고요하고 강렬한 시선, 아무것도 반사하지 않는,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 사빈 베랭스라는 이미 중년에 이른 여자를 향한 시선이 아니라, 단순하고도 강렬한 의미에서, 살아 있는 그녀 자신을 향한 시선이었다. 그녀는 살아 있는 여자였고, 인격체였고, 인간이었다. 하루살이 인생, 잠시 머무는 나그네, 언젠가는 죽을 운명인 여자였다. 수십억의 다른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수수께끼, 세상에 둘도 없는 미미한 존재이면서 덧없는 불멸의 존재. 엄청난 가능성이라고 한다면, 대체 무슨 가능성을 의미하는 걸까?
--- p.180

전쟁은 변함없이 젊고 빛나는 눈매를 한 오래된 정부情婦다. 조국과 자유, 민족을 수호하며 인간 혹은 신에 대한 자신의 관념을 옹호하는 영웅적인 파시오나리아의 눈길. 사람들을 홀려 서로의 내장을 터뜨리도록 부추기는 메두사의 눈길. 여자들과 소녀들에게 강제로 성매매를 시키는 포주의 눈길. 고문당하고 사지가 잘리고 산 채로 불태워지고 목이 졸리고 배가 갈라지고 총살당하고 폭탄에 날아간 자식들을 두고 눈물을 흘리는 성모의 눈길……
--- p.224~225

공기가 비단결 같고 해는 이미 지평선까지 내려간, 일몰에 가까운 시각이다. 경쾌하고 힘이 넘치는 거대한 해. 이글대며 노랗게 타오르는 해가 광막한 오렌지색 물결로 하늘을 물들인다. “글로부스! 어둠에 대해 인간들은 무얼 아는가? 침입자가 되어 그 안에 스며들 뿐……” 그렇다면 낮에 대해서는 무얼 아는가? 빛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건 무언가?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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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열정적인 언어로 쓰여진 어느 가족의 어둡고도 찬란한 이야기.
- 리브르 에브도

제르맹은 우리를 사로잡는 열정, 충동, 고통, 균열을 포착하는 기술의 장인이다.
- RTL

관능적이면서 음악 같은 문장과 시적인 표현을 통해 제르맹은 은밀한 비극과 운명의 메아리를 결합해낸다.
- 팜

제르맹은 놀라운 서사와 생생한 묘사에 특출한 작가다. 그녀가 그려내는 정서적인 강렬함과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감정의 리얼함이 이 소설에 특별한 힘을 심어준다.
- 인디펜던트

실비 제르맹은 우리 시대의 반 고흐다.
-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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