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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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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79쪽 | 348g | 165*235*15mm
ISBN13 9788971846735
ISBN10 897184673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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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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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하고는 이제 끝이야!
오늘은 교실 대청소하는 날이다. 구로사와는 걸레로 자기 책상과 사물함만 설렁설렁 닦고 있었다. 그러다가 선생님 부탁으로 칠판을 닦게 된다. 구로사와는 청소 시간 내내 칠판을 닦고 또 닦는다. 선생님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여 겨우 칠판 닦는 것을 멈추게 했다. 구로사와는 엉터리 노래를 지어 부르며 손이 닿는 대로 쓱쓱 닦고 다니다가 갑자기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걸레로 내 얼굴을 쓱 닦았다!

나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얼굴이 닳도록 빡빡 문질러 씻으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이제 끝이야! 그런 녀석하고 다시는 말도 하지 않을 거야! 같이 놀지도 않을 거야! 숙제도 보여 주지 않을 거야! 지우개도 빌려 주지 않을 거야! 지난 시간에 빌려 준 가위는 당장 돌려받을 거야! 사과해도 받아 주지 않을 거야! 정말로 이젠 끝이라고!’
그렇게 다짐하고 나서야 겨우 눈물이 그쳤다. 나는 일부러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교실로 돌아왔다.

눈물아 제발 멈춰!
구로사와를 보자마자 눈물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구로사와가 사과를 했지만 절대로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들이 나서서 위로해 주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 끝났는데도 나는 계속 울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아무리 타일러 보아도 눈물은 내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친구들도 이제는 나한테 질렸다는 듯이 속닥거렸다. 그런 내가 한심해서 또 울었다.

선생님이 나를 꼭 안아 주었다.
“구로사와가 너랑 가장 친하다고 생각하니까 짓궂은 장난도 치는 거야. 신아, 구로사와가 진짜로 미안해하는 것 같은데 그만 용서해 주면 안 될까?”
‘선생님은 구로사와 편이다.’
나는 선생님의 말에 토라져서 계속 훌쩍훌쩍 울었다.
‘이제 끝이야! 구로사와하고는 더 이상 친구로 지내지 않을 거야.’
‘친구 같은 거 필요 없어.’
‘나는 혼자서 살아갈 거야.’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외로워졌다. 그래서 또 울었다.

도깨비로 변한 엄마
졸졸 따라오는 구로사와를 겨우 따돌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엄마와 함께 양파를 까며 눈물을 흘리다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 엄마에게 털어놓는다. 그러자 엄마가 갑자기 도깨비로 변신한다. 나는 엄마 모습이 하도 무시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별일 아니라고, 그저 장난이었다고 구로사와를 두둔하게 되는데…….

“아니, 조금, 아주 조금 장난친 것뿐이야. 구로사와는 한번 장난을 시작하면 그칠 줄을 모르거든.”
나는 엄마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엄마는 점점 더 흥분했다.
“아무튼, 우리 아들한테 그런 짓을 하는 녀석은 용서할 수 없어! 앞으로는 놀러 와도 절대로 문 열어 주지 마. 에잇, 오기만 해 봐라. 한 대 후려갈겨 줄 테다!”
(중략)
“저기, 그러니까 엄마, 다 같이 ‘청소해요 즐거워요’라고 노래하면서 대청소를 했거든. 그랬더니 교실이 반짝반짝 깨끗해졌어. 그러다가 구로사와가 더 닦을 데가 없다면서 내 얼굴을 걸레로 쓱 한번 닦은 것뿐이야.”

구로사와는 못된 애 아니야!
나는 구로사와가 걸레로 내 얼굴을 쓱 닦는 순간 구로사와를 째려보았다고 말한다. 사실 잘 기억나지 않았지만, 왠지 째려보았던 것 같았다. 그러자 엄마는 몹시 통쾌해하며, 그동안 우리 아들이 언제까지 그 못된 애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나 싶어 걱정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 그런 못된 애하고 같이 놀지 않게 되었으니 정말 잘 됐다고 좋아한다. 나는 엄마를 바라보며 구로사와는 못된 애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엄마도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구로사와가 못된 애가 아니라고?”
“응.”
“그럼 어떤 앤데?”
“있지, 구로사와는 나만 울리는 게 아니라 1학년 1반 아이들 모두를 날마다 울려.”
엄마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나를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우리 반에서 구로사와한테 당하지 않은 애는 단 한 명도 없어. 고지마는 날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한대.”
나는 우리 반 아이들 이야기를 술술 늘어놓았다.
“구로사와, 진짜 굉장하지?”

초인종 소리!
바로 그때 요란하게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이렇게 갑자지 쳐들어오는 아이는 단 한 명밖에 없었다. 걸레로 얼굴을 닦은 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지만 오늘은 그냥 같이 구로사와와 놀아 주기로 결심한다.

나는 그러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면서 한결 편안해졌다.
나도 모르게 씨익 웃음이 나왔다.
“그럼 나는 이만 가 볼게.”
나는 절반밖에 썰지 않은 양파를 엄마의 도마에 슬쩍 올려놓고 후다닥 현관으로 뛰어갔다. 얼굴이 눈물범벅이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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