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칼 폴라니 - 왼편의 삶

칼 폴라니 - 왼편의 삶

리뷰 총점9.6 리뷰 5건 | 판매지수 168
베스트
사회비평/비판 top100 5주
정가
29,000
판매가
26,100 (10% 할인)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558쪽 | 754g | 150*220*26mm
ISBN13 9791196830113
ISBN10 119683011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상품 이미지를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원본 이미지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론

1장 동서 살롱에서

“마자르인-유대인 잡종”
비유대적 유대인의 모순
다뉴브의 블룸즈버리: 급진적인 반문화
코즈모폴리턴의 논리, 기독교적 결론

2장 전쟁의 십자가를 지고

“황무지” 되살리기
부르주아 급진주의: 헤게모니 프로젝트
고통스러운 정신과 끔찍한 기계
덧없이 스러진 국화
노예 반란과 카바레

3장 붉은 빈의 승리와 비극

길드 사회주의와 “기능의 왜곡”
초기 신자유주의와 계산논쟁
붉은 휘장이 드리운 도시
침몰하는 배의 선장

4장 도전과 응전

파시즘에서 달아나다
바이러스 진단하기
보조자운동
밸리얼 칼리지
마르크스주의: 기독교 정신의 완성
모스크바의 시련
미국의 해자 넓히기
심장과 집
“시장 체제에 대한 깊은 증오”

5장 대재앙과 그 기원

일생의 열정
살인의 메커니즘
신민주 헝가리 운동
전쟁 이후의 계획

6장 부정의와 비인간성

칼의 선택, 일로나의 시련
함께하는 방랑: 공동 연구
기계 속의 시장
경제학자의 진자
언덕 위의 도시

7장 존재의 위태로움

늙은 죄인
자유와 기술
형제의 데탕트
사회주의의 “정신적 재탄생”
공존, 《공존》
부다페스트의 땅거미

에필로그 - 사회주의라는 잃어버린 세계
감사의 말

해제 - ‘통합적’ 경제학과 ‘총체’로서의 인간
찾아보기

저자 소개 (3명)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나의 삶은 세계사다.”_칼 폴라니

시장경제와 자본주의를 가장 독창적으로 해석한 지성,
시대와 분투하며 일평생 좋은 삶과 사회를 궁구한 경이로운 인간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상가의 한 사람인
칼 폴라니의 삶과 사유를 깊고 넓게 탐사한 최초의 전기
격변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매력적인 지성사이자
폴라니 사상의 정수로 안내하는 최적의 해설서를 만나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특히 그 파국의 정점이라 할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가장 주목받은 사상가는 헝가리 출신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1886-1964)일 것이다. 2012년 다포스 포럼에서는 시장경제에 대한 폴라니의 통찰이 화제에 오르면서 “폴라니의 망령이 출몰했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했다. 시장경제의 허구성을 간파하고 시장과 국가 너머의 ‘사회’라는 실체의 복원을 주장한 칼 폴라니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하고 독창적인 사상가의 한 사람이다. 모든 국가와 세계 경제를 ‘자기조정시장’으로 조직할 수 있다고 믿는 시장자유주의의 유토피아적 기획에 대한 가장 정밀한 분석과 비판을 담은 그의 주저 『거대한 전환』(1944)은 현대의 고전이 되었다.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가 득세하고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폴라니의 혜안은 경제와 사회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사상 및 사회의 향방, 그리고 ‘좋은 삶’의 모습에 대한 영감의 원천으로 조명받고 있다. 시장이 사회를 지배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와 존엄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사상적 자원, 바로 칼 폴라니다.

세계적인 폴라니 연구자 개러스 데일Gareth Dale의 『칼 폴라니-왼편의 삶』은 그동안의 폴라니 연구 성과에 방대한 자료 조사와 독자적 해석을 더해 완성한 최초의 폴라니 전기다. 저자는 영어, 헝가리어, 독일어로 된 폴라니의 모든 저작을 다시 살피고, 아카이브 다섯 곳에 있는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고, 폴라니의 가족과 동료 및 제자들을 아우르는 인터뷰를 결합해 정밀한 폴라니 초상화를 그려냈다. 그것은 폴라니의 표현처럼 “한 세계의 생애”이며, 요동치던 한 시절의 정치적이고 지적인 역사이다. 이 책은 “극단의 시대”를 온몸으로 관통하며 부르주아 급진주의자에서 개혁적 사회주의자로 변모해가는 폴라니의 사유의 궤적을 추적하는 한편, 그의 사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주요 저작의 핵심 내용을 압축해 전달한다. 또 일평생 인간의 고통의 근원을 치열하게 탐구했던 한 인간의 지적, 도덕적 인격의 형성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생인 마이클 폴라니와 친구인 루카치, 만하임, 프롬, 드러커, 그리고 미제스, G.D.H. 콜, 토니, 월러스틴을 비롯해 수많은 인물과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은 밀도 높은 20세기 지성사로서도 흥미롭다.

『칼 폴라니-왼편의 삶』은 경이로운 한 인간의 역사이자, 균열과 격변의 시대사이며, 그에 응전했던 지성과 사상의 역사이다. 또한 인간의 자유와 가치, 좋은 삶과 좋은 사회의 모습을 평생 동안 궁구했던 한 사회주의자의 치열한 분투의 기록이기도 하다. 경제가 사회를 지배하고 시장화에 수반되는 타락과 혼란이 인간을 위협하는 시대, 폴라니의 생애와 사상을 곱씹어보는 것은 충분히 현재적이며 유효한 모색이 될 것이다.

왼편의 삶 ―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탐구한 사회주의자의 생애와 시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확산, 1차대전과 볼셰비키 혁명, ‘붉은 빈’의 경험, 파시즘의 탄압과 망명, 스탈린주의, 대공황과 뉴딜, 2차대전, 매카시즘의 공포와 냉전…. 폴라니가 온몸으로 부딪쳤던 현대사의 파고들은 “나의 삶은 세계사”라는 그의 토로를 실감하게 한다. 이 책은 유대계 망명 지식인으로서 격변의 시대와 상호작용하며 인격과 사상을 직조해나간 폴라니의 여정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왼편의 삶’이라는 부제가 시사하듯, 그것은 유연하면서도 굳건한 사회주의자의 일관된 삶이었다. 또한 특정한 사상에 얽매이는 대신 자신의 내면적 도덕에 근거해 당대의 여러 지적, 사상적 실험과 적극적으로 응전한 역동적 지식인의 길이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 빈에서 태어나 부다페스트에서 자란 폴라니는 아버지로부터는 칼뱅주의에 입각한 도덕적 엄격성과 ‘서양’을, 어머니로부터는 혁명적 상상력과 ‘러시아’라는 유산을 물려받았다. 유대계 헝가리인, 즉 “마자르인-유대인 잡종”으로서 사회 주류와 유대 공동체 모두에게 이방인 취급을 받았던 인종적 정체성은 사회의 변화와 모순에 예민한 배경이 되었다. 십대 시절부터 학생운동에 참여한 폴라니는 대학 시절에는 진보적인 학생 동아리 ‘갈릴레오 서클’의 초대 회장으로 활동했다. 1914년에는 오스카르 야시와 함께 민주적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급진부르주아당’을 창립해 지도부로 일한다.

1차대전이 일어나자 참전한 그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인간의 영혼과 삶의 의미라는 근원적 문제와 조우했고, “인간의 고통과 불행의 근원은 무엇인가”라는 평생의 화두를 얻었다. 폴라니가 일평생 확고한 사회주의자였다는 것은, 마르크스주의자나 공산주의자였다는 의미가 아니라, 경제적 이익 추구라는 시장자유주의의 인간관에 맞서 삶을 의미와 결단으로 채워나가는 총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추구하면서 관계의 총체로서의 사회를 발견하고 복원하려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인간의 고통과 인간의 존엄을 도덕적, 실존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제도의 차원에서 탐구했다. 폴라니의 사회주의적 이상은 시장자본주의에 대한 저항뿐만 아니라 국가기구가 전제권력을 행사하는 공산주의의 계획적 통제경제에 대한 반대도 함축하고 있었다.

종전 뒤 1919년 헝가리에서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 사회주의 공화국이 탄생하자 폴라니는 좌익 정권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강력히 비판했다. 1920년 극우 반동 세력의 쿠데타로 혁명 정권이 무너진 뒤에는 빈으로 망명해 유력한 경제지 『오스트리아 경제학자』의 편집자로서 지적 활동을 시작한다. 사회주의 정권 아래 노동자 문화가 고도로 발달한 이른바 ‘붉은 빈’에서 폴라니는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에 대한 비판적 독해 속에 당대의 ‘사회주의 계산논쟁’에 뛰어들었다. 그는 노이라트와 미제스가 불 지핀 이 논쟁에서 국가 계획의 사회주의와 시장 지배의 자본주의를 모두 배격하면서 독특한 이론에 근거한 사회주의적 회계의 가능성을 주장한다.

대공황과 영국의 금본위제 탈퇴, 히틀러의 집권 등 20년대의 세계체제가 급속히 무너지고 빈의 사민주의 정권이 파시즘 정권으로 바뀌자 폴라니는 다시 영국으로 망명한다. 노동자교육협회에서 성인 교육을 하고 기독교 사회주의 서클인 ‘보조자운동’에 참여하던 폴라니는 영국에서 목도한 시장자본주의의 비인간성에 충격을 받고 영국 경제 및 사회사 연구에 몰두한다. 경제적 착취뿐만 아니라 ‘상품’이라는 허울 아래 인간의 모든 욕구를 부정해버리는 시장 경제의 인간 파괴에 분노한 그는 여기서 파시즘의 정신적 기원을 찾아낸다. 또 청년 마르크스의 인간 소외에 대한 논지에 공감하고, 사회주의 운동가 로버트 오언을 통해 ‘사회’를 발견했다. 이후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찾아 미국으로 이주한 폴라니는 1944년 쉰여덟의 나이에 주저 『거대한 전환』을 출간한다.

2차대전이 끝난 뒤 폴라니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의 화폐, 교역, 시장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에 몰두해 『초기 제국에 있어서의 교역과 시장』을 출간했으며, 이 시기의 사유는 그의 사후 제자들에 의해 출간된 『다호메이 왕국과 노예무역』, 『인간의 살림살이』에 담겼다. 1956년 암 진단을 받고 투병 생활을 하는 중에도 폴라니는 탤컷 파슨스의 사회학, 자유와 기술, 식민지 이전의 서아프리카 등 인상적인 주제에 대한 사유를 꾸준히 진전시켰다.

거대한 전환 ― ‘시장’이라는 유토피아와 ‘사회’라는 실체의 복원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아이디어는 한마디로 완전히 유토피아이다. 그런 제도는 잠시도 존재할 수가 없으며, 만에 하나 실현될 경우 사회를 이루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내용물은 아예 씨를 말려버리게 되어 있다.” _칼 폴라니, 『거대한 전환』제1장 “백년 평화”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은 마르크스의 『자본』 이후 가장 강력한 자본주의 비판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한 가장 ‘근본적’ 비판으로 꼽히는 책이다. 19세기적인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몰락과 파시즘의 발흥 그리고 그로 인한 인간 자유의 위기를 역사적으로 분석한 이 책의 핵심은, 흔히 이해되는 것처럼 시장경제의 비인간성에 대한 고발이 아니라 그 허구성에 대한 통찰에 있다. 폴라니에 따르면 완전히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장경제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며, 결코 사고팔 수 없는 인간과 자연과 화폐를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 역시 일종의 상상이다. 19세기 구빈법 철폐, 금본위제 시행, 곡물법 철폐를 통한 자유무역과 같은 자기조정적 시장자유주의의 유토피아를 실현하려는 조치들에 맞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업은 노동조합, 보호관세, 통화정책 같은 방식으로 저항했다. 이러한 이중운동이 시장자본주의의 역동성이며, 실체로서의 사회가 표출되는 지점이다.

따라서 폴라니가 제시하는 대안은 시장경제의 해체나 국가에 의한 규제가 아니라, ‘사회’의 발견에 있다. 시장자유주의자들은 사회를 제거하고 모든 것을 경제와 시장에 복속시키려고 하지만, 경제란 원래 사회에 묻어들어 있는 것이며, 시장은 사회의 일부분일 뿐이다. 인격적 관계로서의 공동체, 즉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관계의 총체로서의 사회라는 실체와 인간의 가치를 지켜내면서 국가와 시장을 그에 복무할 수 있는 제도로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 이것이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이다.

물론 역사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20세기 말에 열린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세계가 통합되고 사유화가 밀려오고 무역장벽이 사라지고 금융화가 진전되고 사회 분리가 일어났다. 시장경제의 유토피아적 기획이 다시 작동하면서 자기조정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믿음이 더욱 강력해졌다. 그 기획은 세계 금융위기라는 파국 앞에서 한계를 맞이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시장의 압도적 지배와 전 지구적 금융자본주의의 위력이 낳은 도덕적 타락과 사회적 혼란을 목도하고 있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시장 메커니즘의 논리로부터 지켜내려 했던, ‘국가 개입이냐 시장 자율이냐’ 하는 가짜 물음 대신 ‘사회’라는 실체의 복원을 제시했던 폴라니의 통찰을 다시 깊이 곱씹어야 할 때이다.

인간 폴라니의 내밀한 풍경, 그리고 혁명가 ‘일로나’

망명자로서 다섯 나라를 옮겨 다니며 주고받은 편지들을 비롯해 방대한 문헌과 인터뷰를 토대로 하고 있는 만큼, 이 책은 다른 저작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폴라니의 내밀한 인간적 면모 또한 풍부하게 담고 있다. 동생 마이클 폴라니와 친구 죄르지 루카치처럼 폴라니 못지않은 명성을 자랑하는 인물들이 수없이 등장하는 가운데, 사적인 역사는 공적인 역사와 겹치며 한 시대의 지성사를 그려낸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폴라니의 아내 일로나(마리아) 두친스카이다.

폴라니가 개혁적 사회주의자이자 철학적 사색가였다면 일로나는 용감한 공산주의자이자 직업 혁명가였다. 헝가리공산당과 오스트리아 사회민주노동자당 안에서도 일로나는 언제나 가장 왼쪽에서 무장 행동에 앞장선 투사였다. 두 사람은 일생의 연인이자 동반자로서 평등한 관계 속에 신의와 성실을 유지했다. 그러나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시각은 어쩌면 일로나에게 공정하지 못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무서울 정도로 똑똑하고 독창적인 학자”였던 일로나는 폴라니의 연구 생활에 “하늘이 내린” 조력자였다. 폴라니가 구술한 내용을 타자하고 미궁 같은 신문 더미에서 자료를 찾고 글을 편집했다. “이 모든 일을 하면서도 일로나는 뜨개질을 하고 해진 데를 기우고 몸 안에서 자라는 작은 것을 위한 옷을 힘겹게 마련할 시간이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최대 위기는 매카시즘의 공격에서 왔다. 폴라니는 보수적인 영국 대학의 울타리를 넘지 못하고 1940년대부터 비정규직이긴 하지만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제공한 미국의 대학에 자리를 잡았다. 오랫동안 망명지의 합류와 이별을 거듭하던 두 사람이 1947년 미국에 함께 정착하려 했을 때, 입국심사 인터뷰에서 집요하게 과거의 소속 정당을 물고 늘어지는 대사관 직원에게 일로나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포기하고 ‘개자식에게’ 1920년대 초에 공산당에 몸담았노라고” 말해버렸다. 일로나는 미국 입국을 “영구히” 거부당했다. “내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미국에 가겠다는 의지를 가진 외골수라면 지금쯤 거기 있었을 테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1950년 두 사람은 결국 캐나다로의 이주라는 우회로를 택한다. 토론토 교외 피커링의 작은 오두막에서 부부는 방학마다 함께 생활했고, 1953년 교수직에서 물러난 폴라니는 이곳으로 완전히 옮겨와 뉴욕을 오가며 연구를 이어간다. 두 번째 망명 이후 17년 만의 정주였다. ‘집’을 마련하기까지의 불확실성과 유동성, 그것은 두 사람이 살아낸 시대와 닮아 있었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경제는 본래 ‘좋은 삶’에 필요한 것을 조달하는 활동이며 이는 인간과 사회와 자연의 공존과 화해와 기쁨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것이라는 너무나 당연한 깨달음을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제학이 필요하다. 인간을 알량한 경제적 이익 계산자로서가 아니라 웃고 울고 땀 흘리고 사랑하며 삶을 삶으로 즐길 줄 아는 온전한 생명체로 바라보는 경제학이 필요하다. 이러한 ‘통합적’ 경제학이라는 생각의 홀씨가 어떻게 하여 인류의 의식이라는 지평에 내려앉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다면 그 가장 두드러진 도착점이었던 칼 폴라니라는 인물의 삶을 보아야 한다. 단지 그의 사상의 역사만이 아니다. 폴라니 또한 그야말로 ‘총체로서의 인간’이라는 말에 부합하는 사람이었고 그의 경제사상은 그 일부분이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사상과 삶과 절망과 희망을 함께 나누고 호흡했으면 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21세기의 인류가 얻어내야 할 ‘통합적’ 의식과 새로운 경제사상의 영감을 찾아냈으면 한다.”
-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칼 폴라니의 지적인 전기를 기다리던 오랜 시간이 마침내 끝났다. 개러스 데일은 폴라니의 사상을 조명하고 적절한 역사적 맥락 속에 그것을 자리매김하게 하는 매력적인 책을 쓰는 데 성공했다.”
- 프레드 블록Fred Block
“칼 폴라니의 명성에 걸맞은,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명쾌하게 서술된 강렬하고 지적인 전기. 이 책은 폴라니의 삶과 사상의 진화 과정, 그리고 그의 사상이 우리 시대의 시장사회를 파악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추적한다.”
- 스티븐 루크스Steven Lukes
“20세기 유럽의 참상 속에서 등장한 지식인에 대한 전기 중에서 가장 훌륭한 저작의 하나로, 『거대한 전환』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엄청나게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강렬한 초상화와도 같은 이 책은 지적인 전기로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전기로서도 성공을 거뒀다.”
- 존 홀John A. Hall
“칼 폴라니의 삶과 사상을 아우르는 총체적 서사. 역사적·문화적 맥락의 분석이 풍부하게 이루어지고, 흥미로운 암시와 고찰로 가득하며, 유럽과 대서양 연안 국가라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경이롭게 복원한다. 폴라니에 대한 모든 연구의 준거가 될 것이다.”
- 밥 제솝Bob Jessop

회원리뷰 (5건) 리뷰 총점9.6

혜택 및 유의사항?
주간우수작 칼 폴라니 - 왼편의 삶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가*길 | 2019.12.09 | 추천16 | 댓글9 리뷰제목
         돌이켜 생각해보면 칼 폴라니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인 2010년 <<인문 고전 강의>>(강유원)라는 책을 통해서였던 듯하다. 이 책에서는 여러 권의 고전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두 개 장에 걸쳐, 시장 자본주의의 ‘자기 조정 시장 신화’와 ‘소외된 노동’이라는 내용을 중심으;
리뷰제목

 

 

 

   돌이켜 생각해보면 칼 폴라니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던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인 2010<<인문 고전 강의>>(강유원)라는 책을 통해서였던 듯하다. 이 책에서는 여러 권의 고전을 다루고 있는데, 그 중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두 개 장에 걸쳐, 시장 자본주의의 자기 조정 시장 신화소외된 노동이라는 내용을 중심으로 독해하고 있다.

 

  덕분에 마르크스 외에 경제적 측면과 역사적 측면 모두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칼 폴라니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기회가 될 때마다 국내에 번역된 칼 폴라니의 저서들- <<거대한 전환>>, <<다호메이 왕국과 노예 무역>>,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인간의 살림살이>>-을 구입하였으나 다 읽지는 못하고 서문이나 해제를 읽는 정도에 그쳤다. 그래서 최근 큰 결심을 하고 <<인간의 살림살이>>를 조금씩 읽어나가고 있는 찰나, 반갑게도 개러스 데일의 <<칼 폴라니 : 왼편의 삶>>이 출간되어 읽게 되었다.

 

  개러스 데일은 격동의 20세기를 씨줄로, 칼 폴라니라는 인물을 날줄로 엮어가며 한 필의 멋진 테피스트리를 완성시켰다. 이 책은 시대순서의 서술 방식, 구체적으로는 칼 폴라니의 해외 이주(또는 망명)에 따른 주 활동장소의 변화에 따라 서술하고 있다. 1-2장은 헝가리 시절(1886-1919), 3장은 오스트리아 시절(1919-1933), 4-5장은 영국 시절(1933-1947), 6-7장은 북미 시절(1947-1964)을 주로 다루고 있다.

 

  폴라니는 한 마디로 극단의 시대를 산 인물이다. 이 시대의 역사적 사건들-1차 세계 대전, 파시즘, 2차 세계 대전, 유럽 좌파의 활동과 역사, 냉전 시기 동유럽과 소련의 관계 등-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의 시장 사회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이해할 수 없다. 때문에 개러스 데일은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촘촘히 엮어 나가며, 그 속에서의 폴라니의 행동과 사유를 묘사한다. 폴라니의 시장 사회에 대한 독특한 비판은 헝가리에서 정치활동(갈리레이 서클), 1차 세계 대전의 발발과 참전, 오스트리아 망명 시절 수도 빈에서의 사회민주주의 노동당의 승리에 따른 급진적인 정책과 실패, 파시즘의 경험, 영국에서의 기독교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자 교육협회에의 참여, 북미 시절 컬럼비아 대학교 객원교수로서의 강의와 연구 등 그의 다양한 활동과 경험들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개러스 데일은 자세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폴라니의 다양한 인간적 면모- 사랑, 좌절, 희망, 분노 등-를 들여다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부분과 소소한 재미를 느꼈던 부분들이있다. 우선, 폴라니와 폴라니의 동생(마이클 폴라니)의 관계이다. 칼과 동생 마이클은 가족으로서 우애는 상당히 두터웠던 듯하나, 사상적 측면에서는 그러지 못했던  칼은 케인즈주의에 입각한 동생의 자유주의보다 확실히 왼편에 있었으며 더 급진적이었다. 둘은 서신을 통해 정치적 의제(예컨대 소련에 대한 태도)로 격렬한 논쟁을 자주 벌였는데, 심지어 병세가 위중한 칼이 런던에서 마이클을 만났을 때도 그칠 줄 모르고 옥신각신 했다는 묘사에서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때로는 사상이 피보다 진한 법이다.

 

   폴라니의 출신(헝가리), 여러 차례의 해외 망명과 이주 그리고 왕성한 활동으로 그가 관계 맺었던 20세기의 뛰어난 사상가나 정치가와 관련된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개인적으로 폴라니와 그의 고향 친구였던 마르크스주의 철학자 루카치, 영국시절 사상적인 교유를 맺었던 노동당의 토니와 콜, 폴라니의 기계에 대한 비판과 결이 비슷했던 루이스 멈퍼드, 미국 컬럼비아 시절 폴라니와 같이 연구했던 고대 연구로 유명한 모지스 핀리와의 일화들이 기억에 남는다.

 

 내가 알기로 국내에 출간된 칼 폴라니의 전기는 이 책이 처음이다. 그만큼 의미가 있지만, 최초라는 명칭이 주는 장점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 책의 가치는 분명하다. 개러스 데일은 20세기의 역사와 지성사 속에서 폴라니의 삶과 사상을 자리매김함으로써 폴라니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폴라니를 처음 읽는 사람뿐만 아니라 연구자들에게도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폴라니의 저서들을 읽을 때 그의 사유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옆에 두고 반드시 참고해야할 책이다.

 

  마지막으로 폴라니의 딸이 회고록에 남긴 글을 인용하고자 한다. 그에 대한 아래의 짧은 묘사를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개러스 데일의 이 전기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아버지는 평생 사회주의자였다. 그러나 어떤 정당과도 관련을 맺은 적이 없으며, 어떤 정치 운 동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결코 어떤 교설의 주창자도 아니었지만, 유럽 사회주의 운동 내부의 주요 논쟁들에 수차례 영향을 미쳤다. 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었지만 사회민주주의자는 더더욱 아니었다. 휴머니스트였지만, 탁월한 리얼리스트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사회의 실재와, 이 실재가 사회에서 삶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는 우리 모두의 행동과 가치관, 이념을 어떻게 제약하고 속박하는가를 잘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내적 필연에 따라 행동과 사상의 자유를 실천하고 살았으며, 결코 결정론이나 숙명론에 굴복하지 않았다.”(<<인간의 살림살이>>에서 재인용)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6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6 댓글 9
파워문화리뷰 칼 폴라니 - 왼편의 삶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수퍼스타 e*a | 2020.04.06 | 추천3 | 댓글2 리뷰제목
칼 폴라니를 잘 몰랐다. 아마 이름만큼은 읽었을른지 모른다. 하지만 스쳐갔을 것이고, 강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혹은 그 이름까지 기억하고, 염두에 둘 만큼 나의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이름은 낯설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칼 폴라니라는 이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의 역사와 경제에 대한 설명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듯이. 마치 시대가 그;
리뷰제목

칼 폴라니를 잘 몰랐다. 아마 이름만큼은 읽었을른지 모른다. 하지만 스쳐갔을 것이고, 강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혹은 그 이름까지 기억하고, 염두에 둘 만큼 나의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이름은 낯설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칼 폴라니라는 이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의 역사와 경제에 대한 설명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듯이. 마치 시대가 그를 불러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칼 폴라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야 했다.

 

그는 헝가리 태생의 유대인이었다. 헝가리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헝가리라는 한 나라에 매몰되어 세상을 보지 않았고, 오히려 영국을 그리워했으며, 미국에 희망을 걸기도 했다. 또한 유대인으로서 자각도 별로 없었으며, 오히려 기독교도였다. 그러나 교회에 나가지 않고, 기도도 드리지 않는 기독교 신자였다. 제목에서 보듯이 그는 분명 좌파였다. 평생 왼쪽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는 마르크스주의자는 아니었다. 그는 시장 경제를 비판했다.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전환이후 인간과 자연이 상품화되어 버렸고 시장만능주의가 도래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경제의 자본주의는 인간을 소외시키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으며, 대신 비()시장의 여러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분명 사회주의를 옹호하고 그 시대가 오기를 갈망했지만, 그가 얘기한 사회주의는 지금 흔하고, 쉽게 얘기하는 사회주의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 것이었다. 사회민주주의와도 다른, 말하자면 길드 사회주의, 혹은 노동조합 사회주의라고 수식어를 붙여야 조금 더 정확해지는, 그런 사회주의였다. 그가 추구한 노선은 별로 현실성이 없는 것이었고, 또 현대적이지 못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당대에 대한 그의 분석은 종종 빗나갔고, 그런 의미에서 그는 조금 때 지난 좌파의 느낌을 가질 수 밖에 없었고, 또 선명성이 각광받는 냉전의 시대에 더더욱 그의 이름을 불리워지지 않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왜 그의 이름이 다시 소환되고 있을까? 이미 50년도 더 전에 세상을 떠난 인물을.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의 홍기빈 소장은 바로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간의 합리성에() 기초를 둔 현재의 경제학이 놓치고 있는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통합성에 관한 인식이 필요한데, 바로 칼 폴라니가 그것을 지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칼 폴라니는 개인의 관점을 넘어서 대중의 관점에서, 평화와 공존을 꿈꾸는 인류의 관점에서 세계를 보았다는 것이다.

 

개러스 데일의 칼 폴라니 평전은 칼 폴라니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따라가면서 그의 사상적 편력과 함께 인간 관계, 정치적 부침 등을 세밀하게 적고 있다. 특히 그 시대와 관련한 다양한 정치가, 경제학자, 사회학자의 관점을 덧붙이면서 칼 폴라니가 그에 대한 어떤 대응을 했는지를 자세하게 덧붙이고 있다. 단지 칼 폴라니의 주장만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그가 방대한 이론적, 실천적 흐름 속에 어떤 위치를 점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인물들의 사상을 이해하고, 그 관계를 파악해야 해서 그렇게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다(그렇다고 난해한 책도 아니지만). 칼 폴라니의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어느 정도는 그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칼 폴라니의 주장이 명료하게 이해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의 이론과 비전도 조금은 선명해진다. 그는 편협함을 반대했으며, 파시즘을 거부했으며, 공존을 지향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2
파워문화리뷰 개러스 데일, 『칼 폴라니 - 왼편의 삶』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스 | 2019.12.19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시장경제를 전환하는 거대한 시대는 올까 - 개러스 데일, 『칼 폴라니 - 왼편의 삶』       칼 폴라니는 세계시민을 지향했다. 코즈모폴리턴의 논리는 근원적으로 반유대주의 논리와 통한다. 그는 반유대주의를 전통에 세우고, 코즈모폴리턴의 논리를 그 반대편에 세웠다. 초국적 네트워크에 연결된 코즈모폴리턴은 외국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준비가 되어;
리뷰제목

시장경제를 전환하는 거대한 시대는 올까 

- 개러스 데일, 『칼 폴라니 - 왼편의 삶』

 

 

 

칼 폴라니는 세계시민을 지향했다. 코즈모폴리턴의 논리는 근원적으로 반유대주의 논리와 통한다. 그는 반유대주의를 전통에 세우고, 코즈모폴리턴의 논리를 그 반대편에 세웠다. 초국적 네트워크에 연결된 코즈모폴리턴은 외국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준비가 되어 있다. 유대주의가 유대 공동체라는 공고한 장소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면, 코즈모폴리턴은 공동체 너머에서 빛나는 보편윤리를 지향한다. 폴라니와 그 형제들은 어린 시절부터 여러 언어를 사용했다. 집에서는 주로 독일어를 썼다. 헝가리어와 영어, 프랑스어까지 종종 식탁에서 쓰이곤 했다. 폴라니는 말년에 언어가 가난의 시기에 자신에게 학습의 세계를 꾸준히 열어주었다고 회상한 적이 있다. 언어는 세계관의 지평을 넓힌다. 모국어에 갇힌 사람은 얻을 수 없는 세계의 지평을 다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코즈모폴리턴은 공통의 인간성을 특히 중시했다. 폴라니가 반유대주의를 비판한 것은, 유대주의는 무엇보다 특수한 정체성(선민의식 같은 것)을 본질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코즈모폴리턴은 정치적 통일성과 자유를 국가 규모에서 세계 규모로 확대하는 입장으로 옹호한다. 칸트가 말한 세계종교의 사상이 여기에는 스며들어 있다. 폴라니는 나는 모든 존재의 자유를 옹호하는 코즈모폴리턴이라고 선언했다. 동시에 그는 나는 도서관만 있으면 어디든 편안함을 느낀다.”고도 얘기한 적이 있다. 그는 특수성이 아니라 보편성을 지향했다. 그 보편성으로 그는 어디에 가든 편안한 마음을 느끼는 존재가 되려고 했다. 책만 있다면 그는 낯선 것도 낯설지 않게 느꼈다. 그렇다고 그를 반국가주의자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는 조국에 대한 불성실, 혹은 조국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든 똑같이 편안함을 느끼는 무미건조한 존재와 국제주의자를 명확히 구분하려고 했다.

 

이런 폴라니에게 파시즘은 공포의 대상이면서 투쟁의 대상이기도 했다. <거대한 전환의 씨앗이 뿌려진, 전쟁이 할퀴고 간 갈리시아의 폐허에서 폴라니는 새로운 사회상이 나타나기 전에는 실효성 있는 윤리적 실천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예언했다. 그는 이 책을 저술하던 시절, 당대 학문의 쟁점들을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몰락, 전체주의의 등장, 경계계획의 사회학, 대공황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는 골똘히 생각했다. 대공황의 근원은 무엇일까? 자유주의 문명과의 불화는 얼마나 대대적으로 빚어지고 있는 것일까? 자유주의 정치경제가 돌이 킬 수 없는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는 걸까? 경제적 자급자족, 협동조합주의, 계획경제로 전화하는 과정이 진행 중인 걸까? 그렇다면 가장 지독한 사례인 파시즘과 스탈린주의를 정반대 현상으로 이해해야 할까, 아니면 전체주의 쌍생아로 이해해야 할까? 불황에 타격을 입은 유권자들이 히틀러 쪽으로 돌아선다는 진부한 견해 외에 위기와 파시즘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245~246)

 

거대한 전환에서 폴라니는 네 가지의 핵심 논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인류학적 원칙이다. 자본주의 시장 원리는 전통적인 인간의 사회구조와 결별함으로써 기독교-사회주의적인 가치들을 짓밟았다. 둘째는 역사철학에 대한 주장이다. 서구 문명은 사회를 경제 영역과 정치 영역으로 분리함으로써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갈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보호주의에 대한 기독교 사회주의식 이해와 보호주의와 시장 체제의 양립 불가능에 대한 오스트리아식 분석을 독특하게 결합한 것이고, 넷째는 현대 역사에 대한 분석적인 조망이다. 그는 앞의 세 주장을 양차대전 사이의 정치경제와 연관 지어 국가 수준과 국제 수준의 정치, 경제 과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꼼꼼히 살폈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세계 위기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오늘날의 세계 위기는 궁극적으로 산업 문명의 첫 단계인 시장-경제 때문이다. 지난 25년은 시장경제를 발판으로 한 국제 경제체제가 파국을 맞은 결과였다. “경제적인사회는 유토피아다. 모든 인간 사회에서 경제는 전체 사회의 필요에 종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경제체제의 개혁은 사회 붕괴를 각오하고라도 이루어내야 한다. 민주적인 방식이냐 비민주적인 방식이냐라는 선택지가 놓여 있을 뿐이다. 유럽에서 민주적인 방식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파시즘이 등장했다. 미국은 뉴딜의 처음 몇 년 때문에 예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세계적인 과정이다. 국제적인 삶은 재통합될 것이다. (248~249)

 

폴라니가 경제 제도와 사회질서의 관계를 묘사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한 단어는 묻어들어 있음embeddedness”이다. 이 단어는 개인이 한 일이나 개인의 기술보다는 더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그것이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항상 강조한다. 이를 통해 그는 원시사회에서 인간의 역사 전반으로 조리개를 더 넓게 열고 일반적으로 경제행위가 물질적인 상품을 추구하는 이기적 욕망이 아닌, 자부심, 위신, 공적인 인정, 사적인 평판 같은 동기에 의해 지배되는 현실을 관찰했다. 18세기까지도 서유럽의 경제는 아직 사회 속에 가라앉아혹은 묻어들어있었다. 19세기 이후 자기조정 시장이 독립 체제로 확실히 자리 잡으면서, 사회는 시장 속으로 묻어들어가서 모든 제도가 시장의 장단에 춤을 추게 되었다. 이제 인류에게 절박한 과제는 산업 문명을 인간 존재의 요구에 맞춰 조정하는 일이 되었다.

 

이를 위해 폴라니는 경제결정론이 양산한 편견과 경제주의적 오류에 맞섰다. 그는 산업 문명에서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새로운 토대를 이끌어내려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을 고난의 보편성으로 빠뜨리는 원천을 시장 경제에서 찾았다. 신자유주의가 주류가 되면서 시장화에 수반되는 도덕의 타락과 사회 혼란에 대한 혐오가 넘치지만 아직 시장 체제를 해체할 프로젝트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를 견제하던 사회주의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가 전일화된 사회를 살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완전한 승리라는 허구적인 신화로 자본가는 인류의 미래를 시장경제 체제에 종속시키려고 하고 있다. 이 체제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삶의 의미를 얻을 수 있을까? 이전의 경제결정론만큼이나 커다란 위험이 전일화된 시장경제 논리에도 그대로 내포되어 있다. 우리는 지금도 폴라니가 말한 거대한 전환을 여전히 사유해야 하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한줄평 (2건) 한줄평 총점 10.0

혜택 및 유의사항 ?
평점5점
칼폴라니 연구소 유튜브 채널에, 홍기빈 선생님이 이 책에 대해 강의하신 영상들이 있네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로얄 i*****n | 2020.05.11
구매 평점5점
폴라니에 대한 가장 좋은 평전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l*****4 | 2019.12.20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26,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