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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야간 경비원의 일기

[ 양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소설선20이동
리뷰 총점8.1 리뷰 20건 | 판매지수 150

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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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11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40쪽 | 218g | 111*190*16mm
ISBN13 9788972751403
ISBN10 897275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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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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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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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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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매일 밤 도로 위를 떠도는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며 여성 혐오와 가난에 대한 이야기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두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다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야. 이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줄일 수도 있다. 그것을 실현하지 않고 그것을 하는 것.
--- p.9

야간 경비의 수호성인 중 하나로, 구소련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은 정체불명의 어느 시인은 우리 시대를 ‘건물주와 야간 경비원의 시대’라고 했다. 역시 야간 경비의 수호성인이자 부코비나에서 태어나 모스크바 국립대학을 나온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소비에트 연방 최초이자 최후의 파울 첼란 전공자인 블라디미르 니키포로프는 야간 경비원으로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반체제주의자라는 의미라고 했다. 건물주와 야간 경비는 체제와 반체제, 애널리스트와 시인,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서사와 반서사, 시와 반시, 휴머니즘과 안티 휴머니즘, ‘자본주의’ 리얼리즘과 ‘사회주의’ 리얼리즘,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 포스트 미디엄과 포스트 미디어를 뜻한다.
--- p.12

도시 위를 걷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고가도로는 위대한 발명품이다.
문제는 이 도로의 주인이 우리가 아니라는 거예요. 도시의 주인이 우리가 아니고 건물의 주인
이 우리가 아니고 골목의 주인이 우리가 아니고 길을 건널 때도 눈치를 봐야 하고 지하보도에서 잘 때도 눈치를 봐야 하고 광장에 모이는 것도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하늘은 먼지로 가려져 있고 땅은 시멘트로 덮여 있어요. 우리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갖지 못하는데 사실상 누구도 이곳을 볼 수 없고 주인이 될 수 없어요. 부자나 권력을 가진 자가 주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끝없이 유예되는 거예요.
우리는 서울역을 지나 만리동 방향으로 걸었다. 작게 조성된 공원과 지하를 파서 광장 형태로
만든 윤슬이 보였다. 계단을 따라 도로 위로 내려갔다.
그래서 저는 서울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려고 합니다.
--- p.46-47

서울 시장에 나가시려고요?
조지(훈)이 나를 경멸의 눈으로 쳐다봤다.
제도적인 해결책이 아니에요.
그럼 웃자고 하는 얘기예요?
아니요. 진지하게 하는 이야기예요.
조지(훈)은 국제야간경비원연맹이 자유 소프트웨어재단과 연대를 맺었다고 말했다.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건물과 그 안에 설치된 하드웨어와 하드웨어 안의 세계. 이 세계와 연결된 그 안의 세계. 두 세계를 전복해서 하나의 자유로운 세계로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예요.
--- p.47-48

에이치에게 선물로 뭘 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시집을 줬다. 최악의 선물, 사이코패스, 히키코모리, 낙오자, 문청, 룸펜, 변태, 감상주의자, 촌놈, 힙스터, 대학원생, 가난뱅이로 몰릴 수 있는 선물인 건 알고 있지만 줬다. 리영리의 시집이었는데 내가 자카르타 출신의 시인인
데 어쩌고 하면서 주절주절하니까, 그만 하라고 했다.
읽어볼게.
--- p.83

이성복 시인의 이름을 쓴 것에 대한 정중한 이의 제기가 있었다.
우선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답변을 드리면
1. 글에 등장하는 이성복은 실제 시인 이성복
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2. 이런 걸 굳이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3. 관련이 있다 한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4. 이제 그는 다시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 p.110-111

조지(훈)은 나에 대해 함구했고 경찰들도 세세하게 캐묻지 않았다. 예상 외로 언론은 사건을 크게 다뤘다. 알고 보니 도시해킹이라고 제1세계에서는 이미 유행한 적이 있는 개념이었다. 도시해커들은 금지되고 제한된 장소를 탐험하고 점거한다. 예술가, 사회운동가, 학자,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 등이 도시해킹을 시도했다. 『도시해킹』의 저자 브래들리 L. 개럿은 도시해킹을 “보안을 잠식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시민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규정하는 말끔한 서사에 위협을 가하여 부당하게 제약받아온 도시 속 우리의 권리를 되찾는 행위.”
--- p.113

니키 타르는 수송동에 있는 호텔에 짐을 풀었고 일주일가량 머문다고 했다. 우리는 의정부 교
도소로 밴을 타고 이동했다. 니키 타르는 내가 야간 근무 중인 빌딩에도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나는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왜 그만뒀냐고 물었는데 딱히 대답할 말이 없어 우물쭈물하자 니키 타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야간 경비도 예전 같지 않다네, 과거에는 망명 작가들의 안식처였고 도시의 구전설화와 혁명의 바리케이드, 부활의 전초 기지였지만 이젠 그저 시시덕거리는 놈팡이 놈들뿐이지, 라고 말했다. 나는 나와 함께 일했던 야간 경비원들을 떠올렸다.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들은 그곳에 있었다. 잘 모르겠네요
--- p.121

저는 야간 경비원입니다.

누군가 귓가에 대고 그런데 리마가 사라졌다고 그가 이미 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으며 눈을 떴을 때 주변은 캄캄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고 어디예요 물으니 서울역이라고 하였다.

왜 서울역이에요?

제가 출근해야 하거든요.
기사님.
네.
무슨 기사님인데요? (……)

저는 야간 경비원입니다.
---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 이어」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실패한 혁명가와 역사!
블로그 형식으로 꾸려나간 새로운 소설

한 실패한 혁명가와 그 혁명을 계속해서 좌절시켜온 역사에 대한 이야기인 이 소설은 주인공이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2018년 1월 3일부터 2018년 3월 24일까지의 이야기를 블로그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문학과 영화, 특히 시에 관심이 많고 프랑스 코딩 학교인 에콜42에 입학할 꿈을 가진 대학원생 주인공 ‘나’는 서울스퀘어의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의 얼굴이자 관문으로 상징되던 거대한 적벽색 빌딩, 대우그룹의 본사였지만 매각과 리모델링을 거쳐 서울스퀘어로 다시 태어난 그곳에서 ‘나’는 ‘국제야간경비원연맹’의 아시아 지부장 조지훈을 만난다. 조지훈과 나는 가끔 새벽 시간 서울로7017로 올라 서울스퀘어의 파사드 위로 흐르는 LED의 불빛을 바라본다. 서울로7017은 2013년, 서울로가 아직 고가도로일 때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자가 분신자살했던 장소이며, 2017년 고가도로가 서울로7017로 조성된 지 10일이 지난 어느 오후, 카자흐스탄에서 온 노동자가 투신자살한 곳이기도 하다.

조지훈에게는 꿈이 있었다. 서울스퀘어의 메인컨트롤러를 장악해 서울스퀘어의 미디어 파사드에 경비원들이 모든 빌딩을 점거했으며, 다국적 기업과 건물주의 소유에서 건축을 해방시킬 것이며, 도시를 정책의 수단에서 분리시켜 거리를 사람들에게 돌려줄 것이며, 서울은 시민의 것이다 등등의 메시지를 송출하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실제로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에서 보낸 프로그래머(해커)가 ‘나’와 조지훈의 도움을 받아 서울스퀘어로 잠입, 메시지를 코딩하는 일이 발생한다. 언론은 조지훈과 프로그래머들을 도시해커로 포장하고, 이 사건이 서울의 무분별한 개발, 다국적 기업의 침투와 신자유주의의 종말에 대해 경고하는 메시지라고 보도한다. 그 일로 조지훈은 구속되고 프로그래머들은 추방된다.

해방을 꿈꾸는 도시 전사들의 서울스퀘어 점령 시나리오

실재하는 것들에서 일부분을 차용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만들어내는 글쓰기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 정지돈은 이번 소설에서도 도시의 빌딩을 지키는 야간 경비원을 세계의 전복을 꿈꾸는 동시에 도시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내기를 원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가장 오랜 시간 빌딩에 존재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이뤄지는 업무들에서는 철저히 배제된 존재인 야간 경비원, 그래서 그들은 도시해킹에 앞서 “나는 여기에 없다”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해킹에 나선다. 일정 부분 원하는 바를 이루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회의 주변인일 뿐이다. 죽거나, 수감되거나.

“소설을 읽고 나면 ‘그러니까 작가는 세계를 다르게 만들기 위해 버둥거리는 사람은 이제 어떤 의미로든 힙스터일 수밖에 없으며 이 빌어먹을 신자유주의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진정으로 저항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힙스터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 그런데 이 소설을 쓴 정지돈 역시 힙스터 아닌가? (......) 정지돈은 지금 자기 자신을 비판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자기는 힙스터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걸까. (......) 중요한 건 나에게 정지돈이 이 소설은 세계에 대한 저항을 ‘힙’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출구 없는 현실에 대한 소설적 스케치처럼 보인다는 것뿐이다.” (한영인, 문학평론가)

정지돈의 소설 중 예외적이리만큼 당면한 현실에 저항하는 기상천외한 발상과 구도로 야심차게 쓴 이 소설은 그 폐부에 깊은 허무와 우울을 숨기며 실존 시인의 전력을 차용해 현실을 창조하는 포스트 휴먼의 세계를 탄생시키고 있다. 리얼리티와 픽션을 넘나드는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로 독자성을 구현한 작품이다.

회원리뷰 (20건) 리뷰 총점8.1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찌그락짜그락 하면서도 조금은 해소되는 갑갑함 덕에... 정지돈, 야간 경비원의 일기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k******i | 2022.06.17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이것은 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매알 밤 도로 위를 떠도는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며 여성 혐오와 가난에 대환 이야기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두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다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야. 이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줄일 수도 있다. 그것을 실현하지 않고 그것을 하는 것.” (p.9)   소설은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이 이제는;
리뷰제목

  “이것은 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매알 밤 도로 위를 떠도는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며 여성 혐오와 가난에 대환 이야기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두 문장으로 줄일 수 있다. 다 끝났어. 돈 때문에 하는 거야. 이 이야기는 한 문장으로 줄일 수도 있다. 그것을 실현하지 않고 그것을 하는 것.” (p.9)


  소설은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이 이제는 이런 이름으로 불리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나’의 블로그 글에 기반한다. ‘야간 경비원의 일기’라는 소설의 제목은 이렇게 적는 블로그 글 중 ‘야간 경비원의 일기’라는 동일한 제목을 붙인 게시물에서 따온 것이다. 블로그에는 그러니까 소설에는 이외에도 ‘공유’, ‘새해 목표’, ‘완전한 일상’과 같은 제목의 글 그러니까 게시물이 나열되어 있다. 


  “말하고 나니 그럴듯한 것 같기도 하고 궤변인 것 같기도 했다. 하나 마나 한 말인 것 같기도 하고 필요한 말인 것 같기도 하고, 말하기 위해 말한 것 같기도 했다.” (p.35)


  ‘야간 경비원의 일기’라는 게시물에는 ‘포스트 휴먼’, ‘물 위를 걷는 남자‘, ’나는 경쟁이라는 개념에 반대한다‘와 같은 부제가 붙어 있다. 첫 번째 게시물에는 부제가 없다. 첫 번째 ’야간 경비원의 일기‘는 2018년 1월 3일 새벽 2시 51분에, 마지막 ’야간 경비원의 일기‘인 ’야간 경비원의 일기 15 : 잘 모르겠네요, 니키 타르씨‘는 2018년 3월 24일 11시 58분에 작성되었다. 


  “... 그는 짧게 자른 머리에 금목걸이를 하고 통 넓은 기지 바지를 입는 90년대 사람으로 90년대에 머무르는 바람에 2010년대 후반에 힙스터가 된 시대착오적인 동시대인이었다.” (p.20)


  소설에는 ’나‘ 이외에 여러 인물도 함께 등장한다. 나와 함께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조지(훈)이 있고, 나와 함께 영화나 문학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기한오가 있다. 기한오 때문에 가게 된 독서 모임에서 만난 에이치도 있는데, 에이치는 여성이고 나는 에이치에게 나름의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에이치는 수학과 대학원생으로 ’실현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쓴다. 그리고 나, 기한오, 에이치가 속한 독서 모임을 만든 나이를 알 수 없는 인물인 이성복이 있다.


  “... 이성복은 우리가 함께 온 것에 놀라지 않았다. 대화가 시작된 뒤에는 늘 그렇듯 좌중을 압도했다. 그의 입에서 각종 시인과 소설가, 평론가들의 일화와 그들에 대한 평가, 미학적 통찰이 스며든 촌철살인의 문구가 난무했다. 한마디로 따분했다.” (p.57)


  소설 안에서 나는 이성복에게 억하심정이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에이치에게 셀카를 보내기 때문인 것 같다. 소설이 한참 진행된 후반부에서 작가는 아래와 같이 이성복이라는 작명에 대해 언급한다. 변명인 것 같지만 변명은 아니고, 일종의 돌려까기인 듯 한데 그 속내는 문학판 바깥의 우리는 알 수도 없고 사실 그다지 관심도 없다. 여하튼 나는 이성복의 서정시편도, 정지돈의 냉소도 모두 좋아한다.


  “이성복 시인의 이름을 쓴 것에 대한 정중한 이의 제기가 있었다... 우선 읽어주셔서 감사하다... 답변을 드리면...
  1. 글에 등장하는 이성복은 실제 시인 이성복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2. 이런 걸 굳이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3. 관련이 있다 한들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4. 이제 그는 다시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pp.110~111)


  예전에는 실험적이라, 라고 할만한 시도 많았고 소설도 있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내가 찾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평준화된 수준의 글들을 읽고 그것들 안에서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까지 등급을 매기고 구분하자니 때로는 갑갑하다, 뭐 혼자 그러고 있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정지돈 같은 작가의 글을 읽을 때 이런 갑갑함이 조금은 해소된다, 고 느낀다. 그것들 안, 에 억지로 가두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렇다.

 

정지돈 / 야간 경비원의 일기 / 현대문학 / 139쪽 /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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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경비원의 일기 해석 나도 모름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s*******r | 2021.02.28 | 추천3 | 댓글2 리뷰제목
정지돈의 소설들은 좀 긴 잡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득문득 위트와 유머가 번뜩이고, 어려운 내용은 하나도 없다. 특기할만한 서사가 없기에 소개하기도 좀 애매한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야간 경비원들이 몇 명 등장하고 그중 하나가 쓰는 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들은 서사가 파괴된 실험적 소설을 읽고 나면 대개 아래와 같은 반응을;
리뷰제목

정지돈의 소설들은 좀 긴 잡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문득문득 위트와 유머가 번뜩이고, 어려운 내용은 하나도 없다. 특기할만한 서사가 없기에 소개하기도 좀 애매한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야간 경비원들이 몇 명 등장하고 그중 하나가 쓰는 일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들은 서사가 파괴된 실험적 소설을 읽고 나면 대개 아래와 같은 반응을 보인다.

 

1. 이게 소설이야?

2. 내가 모르는 뭔가가 숨겨져 있는 게 분명해

3. 음... 그렇군

 

1에 속하는 사람들은 다시 두 부류로 나뉜다.

 

1.1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

1.2 정말 대단히, 순수하게, 진심으로 스트레이트한 성격을 가진 사람

 

이들은 블랙 유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풍자나 해학, 한두 번 꼬인 시니컬한 표현에 뚱한 표정을 짓는다. 쉽게 말해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고 우리 세계는 대부분 이런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오늘도 정상 궤도를 질주한다. 스트레이트 하게, 나는 이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산다.

 

2에 속하는 사람들은 책 읽기에 열심히고 거기서부터 뭔가를 배우려는 사람들이다. 활자가 인쇄된 종이 무더기에 무의식적으로 권위를 부여하며 마음이 무언가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늘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냥 먹고 끝내면 될 일인 평양냉면을 그 유래부터 진지하게 설명하거나 <테넷> 같은 영화에서 우리가 몰랐던 소름 돋는 복선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끈덕지게 늘어놓는 사람들이다. 음모론에 쉽게 빠지거나 간혹 앤디 워홀 같은 사람을 예술가로 만드는 실수를 저지르긴 하지만 대체로 마음이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친근하게 '오덕'이라 부르기도 한다.

 

3에 속하는 사람들은 권위와 정돈된 이론에 태생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이다. 세상에 대해선 시니컬한 태도를 보이지만 그래도 사고는 꽤 열려있는 편이다. 이들에게 설명을 요구하면 '음... 뭐 그냥 그런 거지' 라거나 '네가 본 대로 이해하면 돼' 같은 하나마나한 대답을 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다시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3.1 설명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게 진정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사람

3.2 자기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

 

나는 한때 2에 속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내게 문학을 이해하는 능력이 전무하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의 해석을 포기한 채 그냥 3-2처럼 살기로 했다. '살기로 했다'라고 말하면 마치 내가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무능력에 의한 것이니 그냥 3-2가 '되었다'라고 말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도 당신이 기대하며 찾았을 '정지돈 <야간 경비원의 일기> 해석' 같은 건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채 쓸데없는 얘기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것이 문학적으로 어떤 실험을 하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정지돈의 소설들이 꽤 재밌다. 고르라면 장편보다는 단편인데, 처음 읽은 <건축이냐, 혁명이냐>를 워낙에 재밌게 읽은 탓도 있고 잡담과 농담은 늘 길이와 재미가 반비례한다는 지론을 갖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지론은 개인적 취향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상당한 경험의 축적으로 귀납된 판단이라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한다.

 

자, 요약하면 2나 3에 속하는 사람들이라면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서 무리 없이 재미를 느낄 것이다. 본인이 1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것도 경험이지, 도전! 하는 괜한 의욕은 접고 쿨하게 건너뛰기를 추천한다. 세상엔 읽어야 할 게 차고도 넘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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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모를 불편함과의 조우 내용 평점3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20.08.21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어둠은 모든 걸 잠재운다. 간혹 어두워질수록 활개를 치는 부류도 있지만 대개는 지난 낮 소진한 에너지를 보충하고자 깊은 잠에 돌입한다. 원치 않아도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워진 제 눈꺼풀을 감당하는 걸 버거워한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그리 설계됐다. 허나 모두가 같은 패턴의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졸음이 쏟아질지라도 기를 쓰고 깨어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이 다;
리뷰제목

어둠은 모든 걸 잠재운다. 간혹 어두워질수록 활개를 치는 부류도 있지만 대개는 지난 낮 소진한 에너지를 보충하고자 깊은 잠에 돌입한다. 원치 않아도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워진 제 눈꺼풀을 감당하는 걸 버거워한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그리 설계됐다. 허나 모두가 같은 패턴의 삶을 사는 건 아니다. 졸음이 쏟아질지라도 기를 쓰고 깨어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책이 다루고 있는 건 경비원이었다.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에도 동마다 한 분씩 경비원이 있다. 좀 거대하다 싶은 건물이면 어김없이 경비원이 존재한다.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이를 감축해야 한다며 억지를 쓰는 이들의 목소리가 차츰 높아지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하여 경비원이 매력적인 직업이라 여기는 사람은 드물다. 돌이켜 보면 경비원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있지만 없는 것처럼 의식하지 않아 온 셈이다. 호기심이라고 말하면 실례일 테고, 왠지 은밀한 비밀과 만날 것만 같단 생각이 드는 제목을 지닌 책이라 뿌리치기 힘들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을까란 기대 심리도 약간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뭔가 다가가기 힘든 실체를 접한 듯한 느낌이 강했다. 처음에는 나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나만 그런 게 아닐 거란 확신마저 들었다. 저자의 문장에서는 등장인물끼리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 같은 뉘앙스가 가득했다. 원래 가까운 듯 하지만 결코 가까워지기가 힘든 게 직장 동료라 들었다. 직급에 따른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입사 동기라면 경쟁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밀려나기 마련이니 그렇다. 적당히 자신을 노출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물러나는 식의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나만 해도 부지기수였다. 아마 내 주변의 사람들도 나에 대해 도통 모르겠다는 평을 쏟아대고 있을 수도 있다. 여하튼, 야간 경비원이라는 같은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 간의 대화였음에도 오가는 말 속에선 어떠한 정체성도 읽히질 않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말이 뜻하는 바가 무언지, 달라도 너무 다른 인물들 간의 대화를 접하며 난 제대로 느꼈다.

저자는 내가 공통점 발견에 집착하는 동안 침착하게 야간 경비원들의 세계를 구축했다. 누군가는 미래의 저명한 작가를 꿈꾸는 인물인양 난생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을 나열했다. 역시나 그에 대해 동료들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그렇다 하여 전적으로 그를 배제하지는 않았다. 함께 그러나 외따로, 좀체 조직 안에 섞이지 못하는 그 모습에서 내 자신이 읽히는 것만 같아 다소 씁쓸했다. 고개를 저으려는 찰나에 저자는 더 큰 부조리를 내 앞에 펼쳐 놓았다. 아침이면 출근하고 밤에는 퇴근하는 본사 직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권력이 만들어내는 질서가 바로 그것이었다. 칼자루를 손에 쥔 인물은 송 주임으로 지칭되는 누군가였다. 아마도 비정규직일 야간 경비원은 2년을 넘기기 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게 관례였는데, 이를 도맡은 게 바로 송 주임이었다. 2년을 꽉 채운 후에도 살아남은 인물이 있다면 그건 바로 송 주임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에 속했다. 충성을 맹세하면 살아남는 게 가능할 거 같긴 했지만, 송 주임이 지닌 권력이라 하는 것 역시 신기루였다. 저자가 그려낸 송 주임의 이상행동은 권력의 노예가 된 자가 보일 수 있는 조바심의 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 세계를 전복할 수 있을까. 결국 교도소에 수용되고야 만 조지()을 통해 저자는 모든 걸 말하고 있었다. 무언가 부조리할 경우 근본을 뒤흔들어야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까지 않는다. 송 주임이 권력의 최정점에 위치한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본사는 그를 제거함으로써 일말의 책임을 진 것처럼 굴었고, 대체 인물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우르르 제 살길을 찾아 또 다른 라인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우직하게 저는 야간 경비원입니다를 외치며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 외려 가늘지만 길게 살아남는 방법으로 여겨졌다. 볼품없을지라도 끝까지 살아남는 게 곧 승자라는 증거는 꼭 이 책이 아니어도 도처에서 얼마든지 발견 가능하다.

나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그냥 수긍하고, 방관자처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가며 버티는 게 멋은 없지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지름길은 아닐까. 독서가 낳은 생각이 이토록 비루했던 적은 처음 같다. 줄곧 무언가 포장하기 바빴는데, 날것을 응시하자니 마냥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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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써진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읽으면 더 재밌음. 개웃김. 진짜 디짐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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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 | 202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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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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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 | 2020.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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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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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0 |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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