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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경로

최단경로

: 제25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리뷰 총점8.9 리뷰 24건 | 판매지수 132
베스트
한국소설 top100 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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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88g | 145*210*20mm
ISBN13 9788954660044
ISBN10 895466004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트랙 …… 13
얼굴 …… 28
공사 …… 47
좌표 …… 63
첼로 …… 83
동선 …… 97
루프 …… 131

심사평 …… 167
수상작가 인터뷰 | 강화길(소설가) …… 176
수상 소감 …… 186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게 모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위한 경험이라면 일상은 언제쯤 자유를 얻을까.
--- p. 21

개인을 어떤 집단의 일부로 치부하는 것, 그리하여 그를 한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차별이란 그 당연한 사실을 어떻게 해야 당연한 걸로 알아먹게 할지 매번 피로했다.
--- p. 33

목적지는 늘 같았지만 그래도 늘 새로웠다. 매번 같은 곳을 매번 다른 경로로 찾아가는 게 즐거웠다.
--- p. 50

그녀가 경력직으로 회사에 들어왔을 때, 진혁은 그녀와 같은 연차였다. 처음부터 그와 같은 몫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경력은 복리처럼 불어서 애초에 원금이 다르면 도달할 수 있는 지점도 달랐다. 혜서에게 실적을 낼 만한 기회는 좀체 주어지지 않았다.
--- p. 64

꿈에서라도 참척을 상상해보지 않은 어미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 세계는 그 악몽으로 근근이 유지되는지도 모른다.
--- p. 106

시신의 온도는 왜 상온보다 낮은 걸까. 체온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 pp. 108∼109

“아이에게 말해줘야 하거든요.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생긴 건지. 완전히 다 알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설명해줘야 해요, 아이한테는.”
--- p. 123

“루프는 태생적으로 정치적인 코드예요. 어떤 데이터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결정하니까요. 비중이 작은 변숫값들을 결과의 일관성을 위해 가차없이 분석에서 제외하는 코드를 민주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딱 알 수 있는 거죠. 아, 이 사람은 완전 대처네, 매카시네, 마오쩌둥이네.”
--- p.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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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길 위에서 보내온 간절하고 강렬한 삶의 신호

라디오 피디인 혜서는 전임자인 ‘진혁’으로부터 인수인계 자료가 담긴 업무용 노트북을 건네받는다. 그런데 우연히 열어본 노트북 맵의 계정은 여전히 로그인 상태이고, 맵에는 진혁이 떠난다던 시드니가 아닌 암스테르담의 지명들을 검색한 기록이 남아 있다. 진혁의 방송에서 알 수 없는 희미한 소리까지 발견한 혜서는 늘 의뭉스러웠던 진혁의 태도에 의문이 더해져 맵의 검색 기록을 단서로 그의 뒤를 좇아 암스테르담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몇 차례의 엇갈림 끝에 애영과 마주친 혜서는, 고등학생 때 진혁과 연인관계였던 애영이 임신 사실을 외면하는 그를 뒤로한 채 암스테르담에서 미술가로서 새 삶을 시작했지만, 잘못된 지도 때문에 일어난 교통사고로 아이와 엄마를 동시에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뒤 진혁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과정에서 서로의 휴대폰이 바뀌어 애영이 그의 맵 계정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 아이의 애착인형이었던 곰 인형을 사고가 난 삼거리 신호등에 놓아두며 아이를 추모해왔던 애영은 끝내 안락사를 계획하고, 혜서와 애영, 그리고 애영을 이해하는 미술가 친구 ‘마이레’는 사라진 진혁에게 연락을 시도한다.

빅 데이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언제나 축적된 데이터가 도출해내는 빠르고 경제적인 노선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렇게 찾아낸 ‘최단경로’가 항상 ‘최적’의 경로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생의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는 길 위에는 갖가지 장애물이 놓여 있고,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도 그것을 모두 짐작하고 피해 가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삶의 예측불가능한 돌발성을 쉽게 간과하곤 한다.

애영의 아이와 엄마를 앗아간 교통사고 역시 데이터의 작은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고를 낸 운전자의 지도에는 아이와 할머니가 건너던 횡단보도가 표시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애영은 무력하게 아이를 잃었다는 슬픔에 더해 어쩌면 이 사고가 누구의 잘못도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안락사를 선택한다. 작가는 “데이터를 경유함으로써 애도라는 무거운 감정을 독자가 상상해야 할 영역으로 비워두고”(문학평론가 강지희) 존재와 부재라는 삶의 양면성을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우직하고 고르게 드러냄으로써 인간에게 죽음이란 무엇인지, 그것의 무게를 어떻게 짊어지고 살아야 하는지 차분하게 묻는다.

진혁의 방송에 담긴 알 수 없는 소리를 반복해서 듣고, 노트북 맵에 기록된 지역의 실제 모습을 자신의 휴대폰에서 스트리트 뷰로 확인해가며 그의 자취를 좇는 혜서의 여정 역시 데이터와 몇 가지 기술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혜서를 추동한 것은 그러한 데이터, 혹은 진혁에 대한 의문만은 아니다. 경력직으로 입사한 혜서는 진혁과 같은 연차였지만 그와 달리 그녀에게는 성과를 낼 만한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외곽 시간대라고 부르는 한산한 자리에 편성된” 프로그램이나 공개방송의 협찬을 담당하는 업무만이 주어질 뿐이었다. 소설은 혜서가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과 부조리에 더해 불공정한 노동과 인종차별의 문제까지 곳곳에서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아이의 아빠인 진혁은 고작 자신의 존재를 감추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혜서의 프로그램 작가인 ‘민주’는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살지 않는 이상 직접 차를 몰거나 택시를 타고 출근해야 하는” 새벽 시간대 프로그램에서조차 최저임금의 급여를 받을 뿐이다. 애영과 처음 마주친 네덜란드인 ‘가브리엘’ 역시 “곤니치와”라고 인사하며 그녀의 인종과 국적을 속단해버린다. 이처럼 현실 전반에 걸친 차별의 단면들을 요령 있게 암시하는 작가의 시선이 혜서의 여정과 애영의 선택에 설득력을 더한다.

『최단경로』는 신인 작가의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긴밀한 설정과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단단하게 직조된 소설이다. 도입부에서 몇 가지 복선을 내비치는 인공지능 화자가 소설의 마지막에 다시 등장해 인간과 죽음, 존재와 부재에 대해 사유하는 장면 또한 아름답다. 아이의 애착인형이었던 곰 인형을 사고현장에 놓아두는 애도의 방식도 마음을 울리지만, 무엇보다 귀중한 것은 마음이 무너지기 쉬운 장면에서조차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는 작가적 태도이다. 『최단경로』로써 작가의 길에 첫발을 내딛지만 “길이 좋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작가의 행보가 더욱 미더운 까닭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소설은 데이터를 경유함으로써 애도라는 무거운 감정을 독자가 상상해야 할 영역으로 비워두고, 언제나 데이터보다 넘치거나 부족한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확인하도록 쓰였다. 작가는 소재와 주제가 주는 익숙함을 그 전달 방식에 변수를 둠으로써 새롭게 만드는 ‘최단경로’를 찾아낸 것이다.
- 강지희 (문학평론가)
모처럼 단어 하나하나, 등장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 그 인물들이 같이 모여 말을 섞고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 하나하나도 놓쳐서는 안 되는 밀도 높은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 류보선 (문학평론가)
『최단경로』는 문장, 구성, 내용 어디를 봐도 흠잡을 구석이 없는 뛰어난 작품이다. 임신과 출산과 양육으로 한 인간을 만들어내고 책임지는 일의 공포가 ‘최단경로’라는 아날로지를 경유하여 빚어내는 이야기는 아름답다.
- 박민정 (소설가)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오류의 복제, 무책임과 불가해가 혼재된 테크놀로지의 세계를 설명하고 그 세계와 대부분 흡사하지만 일면 모순적이기도 한 현실의 실패와 미답을 짚어내는 대목이 이채롭고 인상적이다.
- 신샛별 (문학평론가)
『최단경로』는 에너지와 기운이 강력한 소설이었다. 소설 자체는 감정도 표현도 잘 통제되고 있었지만 서사 바로 밑으로 느리고 뜨거운 물이 흐르듯 마음을 뜨겁게 만들어 동하게 하는 지점이 많았다. 다 읽고 나서 한동안 소설의 한 장면과 인물의 마음이 되어 골똘하게 생각하게 될 정도로 감각과 마음이 상승하는 걸 느꼈다.
- 정용준 (소설가)
지도 위의 길, 사라진 섬이라는 상실의 은유는 이 작품을 하나의 강렬한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별다른 실수나 부침 없이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를 밀어붙이는 힘도 어지간하다. 기실 처음 읽을 때부터 당선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작품이다.
- 정한아 (소설가)
전임자의 예상 밖 경로에 호기심을 느끼고 그를 만나러 암스테르담까지 가게 되는데, 이 설정이 무리하다기보다 오히려 얼음을 깨듯 소설 속으로 한 발을 쑥 들여놓게 했다.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관심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어쩌면 이 소설이 말하려는 바는 이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 하성란 (소설가)

회원리뷰 (24건) 리뷰 총점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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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서로의 마음에 가닿기 위한 최단경로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잭**드 | 2020.01.05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1956년 ‘엣스허르 데이크스트라’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가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를 찾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당시 26살이었던 그는 약혼자와 쇼핑을 마친 후 지친 상태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 문제에 대해 숙고했고, 그가 답을 찾는데 걸린 시간은 20분이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최적경로를 찾는 ‘데이크스트라 알고리즘’은 이렇게탄생했다. 데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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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엣스허르 데이크스트라는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가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경로를 찾는 알고리즘을 만들어냈다. 당시 26살이었던 그는 약혼자와 쇼핑을 마친 후 지친 상태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 문제에 대해 숙고했고, 그가 답을 찾는데 걸린 시간은 20분이었다.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최적경로를 찾는 데이크스트라 알고리즘은 이렇게탄생했다. 데이크스트라는 이론물리학, 전산학, 정보학 분야에 많은 연구를 남겼지만 대중들은 그가 남긴 그 어떤 심오한연구들 보다 젊은 시절 그가 잠시 생각해 얻은 최적경로 알고리즘을 많이 기억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현재까지도 네비게이션 시스템이나 구글 지도에 그의 알고리즘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GPS 위성으로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할수는 있어도 26세 청년의 그 20분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차를 타고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어떤 경로를 선택해야할지 매번고민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최단경로를 추적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그것은 시작점과 도착점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교차점 마다 거리 값을 부여하고, 가장 짧은 거리의 경로만을 남겨둠으로서 최단거리를 계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동일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네비게이션들이 다른 경로를 제시하는 이유는 저마다 고유한 알고리즘으로 변경하여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고유한 알고리즘에는 실시간 교통정보나 유료도로 사용여부, 교통신호나 과속 단속구간 등이 포함된다. ‘최단경로의 문제에 직면한 프로그램과 어플리케이션들은 이 같은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그것들의 영향도와 가중치를 부여하면서 저마다의 최적경로를 산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요. 이건 배우지 않아도 아는 거죠. 아이가 엄마한테 뛰어가는 걸 보면 저렇잖아요. 중간에 차도가 있건, 횡단보도가멀리 있건, 신호등이 빨간불이건, 그런 건 다 무시하고 그냥 엄마한테 직진하는거죠. 기계들도 마찬가지예요.” (P. 31)

 

 

강희영의 최단경로을 읽으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최단경로에 대해 생각했다. <최단경로는 소설 자체의 서사 이면에 존재하는 다른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독특한 구성을 가진 소설이다. 그렇게 이야기들을 만나며 마치 혜서가 맡고 있는 새벽의 라디오 프로그램 애청자들의 사연을 듣는 것 같았다. 혜서의 새벽 라디오 프로그램을 청취하는 사람들은 주로 응급실 당직을 서는 간호사나 물류창고를 나서는 화물 기사, 도심을 파고드는 환경미화원들이었다. 그들의 노동이 좀처럼 눈에 띄지 않듯 그렇게 그들은 낮을 사는 사람들이 잠든 시간 속을 헤맸고, 나도 진혁이 남긴 궤적을찾아나서는 혜서의 뒤를 쫓으며, , 그러한 혜서를 바라보는 민주에 주목하면서 조용히 소설이 던지는 물음에 몰입할 수 있었다.

 

 

라디오 피디인 혜서는 전임 피디의 방송에서 알 수 없는 소리를 발견하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암스테르담으로 떠난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왜 쉬운 일을 이렇게 어렵게 풀려고 하는 건지, 왜 생각을 단순하게 하지 못하는 건지 고민한다. 그렇게 떠난 여정에서 혜서는 우여곡절 끝에 교통사고로 아이와 엄마를 잃은 애영을 만나고, 서로에게 또, 상대방의 삶에가닿기 위한 최단경로에 대해 생각한다. 한 사람에게 다가가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그의 행적과 삶의 궤적을 따라서 걸어보는 것일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예상치 못한 삶의 단면들과 불편한 진실들을 만나게 된다. 이는 상대방을 이해해가는 과정인 동시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진실한 삶에 눈을 뜨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해란 타인과의 온도를 맞춰가는과정이며 이는 상대적 성숙의 시간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설에는 착각과 오해로 지도에는 존재했었지만 실존하지 않는 사라진 섬 샌디섬과 실존하지만 지도에 반영되지 못한지도에 누락된 길이 등장한다. 이는 상실과 결핍이 누적된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은유이다. 상실과 결핍의 경험은 삶의 온도를 변화시킨다. 상실과 결핍의 경험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공간 감각을 둔화 시키기 때문이다. ‘최단경로'가 항상 '최적'일 수 없는 이유는 삶의 상실결핍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삶 자체에 내재된 모순과 부조리 때문이다. 한 인간이 자신의 삶 중에서 완전히 컨트롤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삶 그 자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기 보다 삶이 던지는 질문에 적절히 응답하면서 대처해나가는 것에 더 가깝지않을까? 이러한 개별적인 삶들이 모여 이루는 세상을 과학적으로, 객관적인 데이터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이건 되고, 저건 안된다는 걸 가르쳐주는 일. 이걸 잘 할 수 있을까?” (p. 32)

 

 

데이크스트라는 최단경로 알고리즘을 발명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묻는 인터뷰에서 가장 단순한 방법을 생각해야만 하는상황이 되면 그렇게 되더라.”라는 간략한 소감을 밝혔다. 종이와 펜이 없는 카페에 있는 상황이 역설적으로 모든 복잡한조건과 수식을 배제시키고, 놀랄만큼 간결한 형태의 최단경로 알고리즘을 산출해낸 것이다. 이 같은 모습은 다미안이낸 숙제를 혜서의 조언대로 완성한 애영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애영이의 과제에 대해 다미안은 평가와는 별도로 다음과 같은 피드백을 주었다.

 

 

애영씨 코드대로 경로를 설정하면 낯선 길이라도 좀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순하잖아요. 가까운운하를 찾아서 물길을 쭉 따라간다. 재미있었어요.” (p. 154)

 

 

애영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최단경로 알고리즘은 가장 빠른 지름길을 찾는 것이라기 보다는 가능한한 효율적 우회로를 찾는 공식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한다. 여기서의 방점은 효율 보다 우회로에 찍혀야 한다. 어쩌면 한 인간이다른 인간에게 가 닿기 위한 것도 이러한 형태에 가깝지 않을까상대의 마음에 가닿기 위한 최단경로는 상대의 삶을이해하려는 노력의 기반 위에서 간결하게 진심을 다해 건네는 한 마디 말에서 비롯될 수 있다. 마치 소설의 마지막 대목에서 서로를 한참 마주본 후 혜서애영에게 던지는 한 마디 말처럼 말이다. 어차피 서로를 향하는 최단경로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효율이라는 잣대는 그 두사람만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목적지는 늘 같아도 늘 새로울 수 있는것은 매번 같은 곳을 다른 경로로 가는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진심의 무게를 느끼고 나서야 가능한 것일테니까 말이다.


 

둘은 그렇게 한참 서로를 마주보았다. “어디 가지 말아요.” (p.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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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문화리뷰 점의 행방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돼**스 | 2020.01.02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그곳과 이곳의 시차버스는 삼십 분에 한 대씩 있다.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달린다. 멀어지는 버스의 뒷모습을 보는 일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꿈까지 꿀 정도이다. 달려갔지만 나만 두고 떠나는 꿈. 휴대전화에 깔아둔 시내버스 앱을 켜면 버스가 어디에 있는지 뜬다. 그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달린다. 매번 버스는 잠시 후에 도착할 예정이다. 버스를 타고 가지 않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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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과 이곳의 시차

버스는 삼십 분에 한 대씩 있다.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달린다. 멀어지는 버스의 뒷모습을 보는 일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꿈까지 꿀 정도이다. 달려갔지만 나만 두고 떠나는 꿈. 휴대전화에 깔아둔 시내버스 앱을 켜면 버스가 어디에 있는지 뜬다. 그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달린다. 매번 버스는 잠시 후에 도착할 예정이다. 버스를 타고 가지 않는 방법도 있다. 택시를 타거나 걷거나. 전자는 돈이 많이 들고 후자는 힘이 많이 든다. 매일 매 순간 일하러 가기까지의 최단 경로란 버스를 타는 방법 밖에는 없다.

딱 한 번 걸어가 본 적이 있다. 사십 분이 걸렸고 문을 열기도 전에 지쳐 버렸다. 힘이 나지 않으니 힘을 낼 수 없었다. 버스가 최선이다. 이 삶에서는. 강희영의 소설 『최단경로』의 주인공 애영은 다미안이 강의하는 첫 수업을 인상적으로 기억해낸다. 다미안은 점과 점을 찍으며 묻는다. '이 점에서 저 점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직선을 그으면 된다. 기계는 그렇게 말하고 실제 점과 점 사이에 직선을 긋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그 말은 정답이 될 수 있을까. 『최단경로』는 점과 점 사이를 연결하는 직선을 그어가는 소설이다.

너에게로 가기 위한 최단 경로

혜서는 전임 피디 진혁의 노트북에 있는 업무 파일을 읽다가 이상한 느낌에 휩싸인다. 진혁은 메일 계정을 로그아웃하지 않은 상태로 노트북을 넘긴 것이다. 메일함을 열기 전 혜서는 그가 녹음한 방송 파일에서 특정 트랙을 발견했다. 우연히 드러난 소리였다. 몰래 숨겨두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그 소리를 듣게 되면서 혜서의 삶은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최단경로』는 혜서가 진혁이 남겨둔 미스터리한 소리와 맵에서 드러나는 그의 행적을 추적하는 이야기이다.

공부를 더 하겠다는 이유로 인기 방송 피디를 그만두고 떠난 진혁이었다. 후임 피디 혜서는 그의 방송을 그대로 이어서 하기만 하면 출세가 보장되었다. 그 소리를 듣기 전까지 말이다. 소설의 시간은 이어질 듯하면서 어긋나다가 마지막에는 하나의 시간으로 맞춰진다. 엇나간 시간을 맞추기 위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불완전한 삶의 진실과 마주한다. 혜서는 진혁의 계정에서 검색되는 거리와 장소를 토대로 그를 만나러 떠난다. 호주로 가겠다는 그는 네덜란드에서 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너무도 부지런하게 점에서 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최단경로』는 단순한 서사임에도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혜서는 아무런 감정적 교류도 나누지 않은 진혁을 만나러 네덜란드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다른 그녀와 만나 연대를 시작한다. 다른 그녀, 애영은 교통사고로 친엄마와 딸을 잃었다. 운전자는 맵에서 횡단보도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지 않아 그대로 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오류였다. 횡단보도가 있음에도 기계는 지도에서 길을 길로써 인식하지 못했다. 오류는 나중에야 바로잡아졌지만 애영이 사랑한 사람들은 세상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실제 없던 장소가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었다는 이유로 지도에 들어가기도 한다. 정확한 좌표를 찍어서 가보면 없는데도 말이다. 있어야 할 장소가 지도에 표시되지 않는 일도 있다. 기계와 인간이 만들어내는 오류 때문에 마땅히 있어야 할 점이 없어서 경로를 이탈한 죽음이 밀어 닥친다. 애영은 딸과 엄마에게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프로그램 언어를 배운다. 건물, 강, 호수, 바다, 횡단보도를 끼고서도 가장 빨리 가기 위한 길을 찾는 공부를 한다. 매일 길을 떠나는 자들이 찾아야 할 최단 경로를 익힌다.

같은 기기에 동기화한 계정으로 혜서는 진혁이 아닌 애영과 만난다. 점이 표시해준 위치에 진혁이 아닌 애영이 있었다. 그녀가 보여주는 과거의 시간을 접한 혜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경로를 이탈한 채 그대로 떠난다. 『최단경로』는 죽음 이후에 남겨진 자들이 취하는 애도의 태도를 그린다. 애영은 기계 언어를 공부하면서 안락사를 기다린다. 진혁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인 라디오 방송에 소리를 숨겨두고 사라진다.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소설은 죽음 이후의 삶은 삶이 되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어디 가지 말아요라고 했지만 어디에도 없는 존재

가장 빠른 길을 찾아 돈을 벌러 가지만 그 길은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걸 알고 있다. 소설의 초반부에서 혜서는 경쟁과 모욕을 이기지 못하고 도망치는 것으로 느껴진다. 맵이 보여주는 점의 행방을 찾고 숨겨진 소리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혜서는 깨닫는다. 스스로를 대단한 존재라고 여겼지만 하나의 점에 불과한 채 떠돌 수도 있다는 사실을. 무언가로부터 얽매이지 않고 한낱 점으로 부유할 수 있음을 말이다. 우주에서 보면 얼마나 시답잖을까. 저 조그만 별에서 아등바등하며 살아가는 꼴이라니. 빠르게 움직이며 무수한 점을 남겨 놓지만 죽으면 점 하나도 남겨 놓지 못하고 소멸할 거면서.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기묘한 연대를 시작한다. 『최단경로』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그들의 미래를 상상해본다. 애영, 마이레, 혜서로 연결되는 여성들의 공동체에는 삶을 시기하지 않는 민주 또한 포함될 것이라고. 존재하지 않은 샌더스 섬에서 진혁의 좌표는 사라진다. 그가 사랑해야 했던 마지막 목소리만을 세상에 남겨 놓은 채로. 『최단경로』는 묻는다. 당신은 존재하는가. 죽음은 이토록 선명하고 흔적은 오류투성이로 존재한다. 삶은 오류로써 기억될 뿐임을 『최단경로』는 말한다.

『최단경로』는 사건과 사건을 이어주는 긴밀성을 독자 스스로 찾게 만든다. 상상력 또한 발휘해야 한다. 누군가는 듣겠지만 누군가는 들을 수 없음을 알면서도 쏘아 올리는 미약한 신호 같은 소설. 죽음에의 최단 경로를 찾아가는 이들에게 경로를 무시한 채 꼭 한 번 만나자고 말하는 소설. 죽음은 망해가는 지구에서 이미 망해 버린 우주로 건너오는 단순 노동일뿐 무서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라는 묵묵한 위로를 『최단경로』는 숨겨 두었다. 내일도 눈을 뜨고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겠지만 점과 점, 그러니까 그 일은 삶에서 죽음으로 직선을 긋는 일에 지나지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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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단경로가 이끄는 삶의 허구적 진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J**e | 2020.01.02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기술이 알려주는 최단경로를 맹신하나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지도를 고이 접어 손에 들고 다녔다. 너무 자주 접었다 폈다 해서 접힌 부분이 하얗게 변해버렸던 지도는 이제 종적을 감추었다. 대신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도앱(Map App)을 실행해서 가고자 하는 장소를 입력만 하면 자동으로 최단경로를 알려준다. 이용자(User)는 앱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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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알려주는 최단경로를 맹신하나요?


 불과 1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지도를 고이 접어 손에 들고 다녔다. 너무 자주 접었다 폈다 해서 접힌 부분이 하얗게 변해버렸던 지도는 이제 종적을 감추었다. 대신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도앱(Map App)을 실행해서 가고자 하는 장소를 입력만 하면 자동으로 최단경로를 알려준다. 이용자(User)는 앱이 알려주는 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초행길이라면 특히 더 고민할 필요 없이 앱이 알려준 경로를 그대로 좇으면 그만이다.


 편해진 점이 있다면 반대로 사라지는 것 또한 존재한다. 지도앱이 설정한 알고리즘을 따르는 최단경로가 진정 가장 빠른 길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던가. 익숙하고 길들여지면 뇌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뇌는 편할수록 멈추고 불편할수록 움직이니까. 편함을 추구하면 불편함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창의성과 새로운 감각은 사라진다. 감정 또한 특별해지지 않고 무뎌진다. 그럴수록 '레이 커즈와일'이 말한 '특이점'(Singularity,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가까워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는 편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한다. 이제는 사물뿐만 아니라 감정의 영역에서도 편함을 추구하려 한다. 누군가의 죽음을 빨리 잊으려는 회복탄력성, 헤어짐을 쉽게 잊으려는 새로운 만남 등 감정적 영역에서 추구하는 편함은 과연 옳은 일일까?


 강희영의 <최단경로>는 최단거리의 이면을 다룬다. 알고리즘으로 설정한 최단거리가 알려주지 않는 감정과 진실, 그 이면의 중심에 서 있는 혜서와 애영, 그리고 진혁. 믿음에서 출발한 최단거리는 의심과 의문을 거쳐 재설정으로까지 이어진다. 그 여정은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인물 간의 갈등구조로 인해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마치 '사람'바둑기사 '이세돌'과 'AI'바둑기사 '알파고'의 대국을 지켜보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지금까지 그 무엇에 관해서도 충분한 데이터를 얻은 적이 없다. (중략) 그리하여 부패의 과정을 기록하고 그 정도를 검사하고 분석할 수는 있겠으나, 정작 그 냄새를 맡고 그 맛을 보지는 못하는 것이다. 혹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결정적인 데이터는 여전히 내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사용자가 경험한 것에서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162쪽)



감정의 영역에서는 최단경로가 더 위험할 수 있다.


 매 순간 최단경로만을 찾으며 살아온 삶이었다. 지름길을 갈구하며 빠르게, 더 빠르게를 외치며 행진했다. 감정적 지름길을 찾으려 노력하던 우리의 모습은 고스란히 주인공들에게 투영된다. 선배 PD 진혁이 매 프로그램마다 남긴 의문의 소리를 찾으러 암스테르담으로 간 혜서는 스마트폰과 검색기록으로 진혁의 종적을 따라간다.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염탐이라는 은밀한 즐거움은 진실로 가는 최단경로를 탐하고 만다.

 "나는 이곳에 제 발로 찾아왔다. 그리고 이대로 떠날 요량이었다. 혹시나 하고 와서 역시나 하고 갈 생각이었다. 한데 어쩐지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어버린 듯했다. 혜서는 자신이 이 염탐에 은밀한 즐거움을 느껴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제는 포기할 때가 되었다는 것도." (82쪽)

 문제의 중심에 있는 애영, 그녀는 2주마다 횡단보도 앞에 곰인형을 사다 놓는 의문의 쇼잉(showing)을 한다. 상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이라고 연민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죄와 미안함으로 가는 최단경로를 스스로 설정한 것으로 해석한다. 이 책이 안고 있는 가장 현실적인 사회문제인 '안락사'도 마찬가지다. 생과 죽음을 연결하는 최단경로, 자신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극단적인 최단경로를 설정함으로써 이 책은 인간의 '감정적 최단경로 만능주의'를 비판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애영은)오랜만에 제 나이를 헤아려보았다.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아서 생년월일을 더듬어 계산을 해야 했다. 어렵지 않았다. 그 숫자가 너무 작게 여겨질 뿐이었다. 적어도 그보다는 많아야 할 것 같았다." (133쪽)





최단경로보다는 최애(最愛)경로를 선택하자.


 영국의 한 여행사에서 이벤트를 했다. 자신의 나라에서 영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경로를 제출하는 게 문제였고 당첨자에게는 상금과 항공권을 수여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기, 자동차 등 교통수단을 이용한 최단경로를 제출했다. 1등으로 뽑힌 사람의 답은 논리적이지 않았다. 차라리 감정적이었다. "가장 빠른 경로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최단경로가 만능은 아니다. 즐기면서 가는 길이 외려 시간을 절약하는 길일 때가 많다. 이 책은 최단경로를 가장한 최애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크스트라, 노드, 조건문과 고투문 같은 전문용어의 등장이 읽는 데 방해가 되기보다는 호기심을 증폭하는 기폭제 역할을 한다. 책을 통해 여행하는 길은 때로는 슬픔으로, 한편으로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반추로 다가올 것이다. 다만 당신이 이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알고리즘은 당신을 최단경로로 이끌기 위해 분투하고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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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5건) 한줄평 총점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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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좋은 소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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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b | 2023.04.01
구매 평점5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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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 2019.12.30
구매 평점4점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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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 | 20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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