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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궁실록 : 연홍전 1-2 세트

조선후궁실록 : 연홍전 1-2 세트

[ 전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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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587쪽 | 145*210*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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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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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면…… 넌, 어떤 여인이냐?”
“예?”
“네가 어떤 여인인지 알아야겠다.”
아, 이건 무슨 주먹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인가 싶어 연홍은 황당한 눈길로 원을 바라보았다.
헌데 이 남자 너무도 진지해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쪽 호기심 채워주고 싶은 마음은 털끝만치도 없다!
게다가 책방에서 한두 번 본 게 아니거늘, 어디서 수작을!
‘그대가 궁금하오,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소.’
이건 순진한 처자들을 사로잡는 소문난 작업남들의 일반적인 접근 방식이기도 했다.
“진정 알고 싶으십니까?”
원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으악,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연홍이 자신의 팔을 쥔 원의 손목을 잡아 비틀면서 팔꿈치를 훅 꺾어버린 것이다.
기습 공격에 당한 원은 몰려오는 민망함에 연홍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허공에 대고 말했다.
“미안하다, 오해해서……. 생각보다 센 여인이었구나.”
--- 1권 p. 48

“나도 몇 번 말 섞어본 게 다라 잘은 모르지만 꽤 흥미로운 아이란 생각은 들었네. 엉뚱하기도 하고. 가벼운 호기심이라면…….”
“결코 가볍진 않은 것 같네.”
내내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를 거둔 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곁에 두고 싶어졌어.”
빈 잔을 채우던 우신의 손이 떨려왔다.
우신은 궐이란 곳에는 애초에 발을 디디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던 연홍이 떠올랐다. 악몽 같은 한나절이었다는 말도 떠올랐다.
“설마 후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궐에는 어울리지 않는 아이일세.”
“나 또한 그 점을 염려하고 있네만 내 처음 가져본 진심이라…….”
진심이란다. 내 앞에 있는 녀석은 벗도 아니오, 세자도 아니오, 그저 사내다. 한 여인을 마음에 들여놓고 어찌 할 바를 몰라 하는 수줍은 소년이다.
--- 1권 p. 227

“저하 그분 참 묘한 양반이시네. 왜 저 같은 걸 눈여겨보셨다는 건지…….”
“그러게 말이다. 나도 진정 그것이 궁금했다.”
“저하께서는 저에 대해 잘 모르시니 그러시는 거겠죠.”
“꽤 많이 아신다.”
“아시긴요. 저 과거 복잡한 여자거든요. 아시면 후궁 삼겠다고는 못 하실 겁니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이시다.”
“다들 말은 그렇게 하죠.”
원이 입술을 삐죽이고 있는 연홍 앞으로 고개를 불쑥 들이밀고 눈높이를 맞추었다.
“정녕 세자 저하의 후궁이 될 생각이 없는 것이냐?”
“고자는 싫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나 고자 아니다.”
“그쪽 얘기가 아니고 세자 저하께서…….”
별안간 뒷골이 서늘해졌다. 연홍이 말끝을 흐리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뒤로 주춤 물러나다가 치맛자락을 밟고는 휘청거렸다.
원이 재빨리 연홍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 1권 p. 294

재서는 글월비자의 손에서 낚아챈 서신을 한눈에 훑고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은애당을 바라보았다.
“네가 미쳤구나? 등 따습고 배불러 기어이 미쳐버린 것이야, 그렇지?”
재서가 한 발 다가왔다. 코앞에 바짝 다가선 재서가 개똥이를 대하듯 비웃으며 낮게 속삭였다.
“아씨, 제가 분수도 모르고 언감생심 품어서는 안 되는 것을 품었나이다.”
“독을 품었구나. 저를 죽이는 독인 줄도 모르고 품었구나. 사랑이 그런 거라더라. 사람 미치게 하는 거라고. 제 손으로 무덤 파는 거라고. 혼자 벙어리 냉가슴만 앓았겠어. 불쌍해서 어쩔꼬?”
“아씨, 아니…… 마마. 마마,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그저 저 혼자……. 그분은 제가 누군지도 모르시는데 그저 저 혼자…….”
재서가 한 발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섰다. 개똥이는 다시 은애당이 되었다.
--- 2권 p. 107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원은 빛 속으로 걸어 나왔다.
연홍 앞에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불빛을 등지고 선 원이었다. 연홍은 꿈인가 싶었다.
“말해보라.”
아, 꿈이 아니다. 저하가 오시었구나. 여태 꿋꿋하게 버티던 연홍은 순간 힘이 툭 풀렸다.
그가 제 앞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온기가 느껴졌다. 고슴도치 가시처럼 바짝 서 있던 긴장이 스르르 풀리며 시야가 흐려졌다. 눈가에 차오른 눈물 때문인가. 흐린 눈 속에서, 모든 것이 흐릿했지만 오직 저하만은 또렷했다.
원은 바람을 막아주고 있었다. 더 나아가 겉옷을 벗어 연홍을 감싸주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냉정해야 했다.
“내게만 고하겠다는 말, 무엇이냐. 말해보라.”
원이 차가운 음성으로 물었다. 연홍이 원의 눈빛을 읽고자 한참을 바라보았다. 전례 없이 차갑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냉기 가득한 목소리에 연홍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지만 곧 침착한 눈빛으로 원을 응시했다.
--- 2권 p. 240
--- 2권 p.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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