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제임스 딘과 함께 영원한 청춘으로 남을 이름 장국영. 반항적이지 않았던 그의 느닷없는 죽음. 그리고 스타의 죽음을 난도질해 기어이 망자의 뒷이야기를 파헤쳐 죽음마저 오락으로 만들었던 사람들. 이제 시간이 흘렀다. 좀 더 차분하게 그를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길잡이가 주성철이라면 안심하고 따라가 볼 만하다. 난 기꺼이 그와 함께 장국영을 추모하는 여행을 함께 하리라.
류승완(영화감독)
이 책을 읽는 내내 반복적으로 장국영이 부른 ‘A Thousand Dream of You’를 들었다. 활기와 불안, 우울과 정념, 그리고 밀레니엄과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 장국영과 홍콩은 그렇게 오랜 시간을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서 부유하는 것 같다. 주성철은 마치 고고학자처럼 이 골목, 저 기억의 먼지를 섬세하게 털어 그 떨리는 정서의 겹들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정서과 감정의 인문서가 되었다.
변영주(영화감독)
「영웅본색」을 보고 또 보며 유년기를 보냈던 내게 장국영은 홍콩영화 그 자체였다. 총격이 난무하는 그 거친 남자들의 화염 속에서, 그의 눈빛은 전혀 다른 감성으로 또렷이 각인됐다. 홍콩영화 전문가인 주성철 기자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꼼꼼한 감성을 더해 장국영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이 책은 장국영을 통해 다시 한 번 매만지게 되는, 홍콩영화를 향한 우리들의 기억의 습작이다. 그래서 더 반갑고 아련하게 느껴진다.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그립습니다. 장국영.
이용주(영화감독)
물론 어떤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장국영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장국영과 함께 시작해서 그와 함께 4월 1일에 끝난 홍콩영화 포스트 뉴웨이브의 한 시대의 기록으로도 읽혀야 할 것이다. 종종 사적인 감정과 때로는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수없이 많은 페이지에 출몰하면서 오로지 홍콩영화에 진정으로 애정을 바쳤던 이만이 가능한 예민한 감수성으로 그 영화 제목들을 불러올 때, 당신은 ‘잠시 잊었던’ 사랑 그리고 ‘지금 막 되찾은’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은 당신과 기억을 공유했던 이가 함께 음미하는 책이다. 그러니 부디 책을 읽기 전에 눈을 감고, 잠깐 우리 곁에 왔다가 떠나가기 전 미처 날개를 챙기지 못하고 창문 위로 날아가다가 그만 추락해버린 그 이름과, 그리고 그가 남겨놓은 영화 제목들을(적어도 10편) 소리 내어 불러보시길.
정성일(영화평론가, 영화감독)
몇 해 전에 장국영의 발자취들을 따라서 홍콩에 간 적이 있다. 예상과 달리, 그때 이미 그의 흔적들은 옅게만 남아 있었다. 홍콩은 너무 쉽게 그를 잊은 듯했다. 하지만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된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그를 불현듯 떠올린다. 그러니까, 어떤 마지막은 영원히 되풀이되어 이야기될 것만 같다. 주성철 기자의 글은 늘 흥미롭다. 그게 홍콩영화와 관련된 글이면 더욱 그렇다(그가 중국어 혹은 광동어에 능통하지 않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그가 장국영에 대한 책을 썼다. 내가 홍콩으로 떠나기 전에 미리 읽었더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은 얘기들로 가득하다.
이동진(영화평론가)
‘장. 국. 영’ 입안에 굴려 발음해본다. 그러면 그 순간 나의 철없고 부끄럽고 되바라진 십대가 밀려온다. 그가 먹던 초콜릿이, 그의 틀 잡힌 앞머리가, 그가 속옷 바람으로 춤추던 선풍기 돌아가던 작은 방이, 그리고 그의 긴 외투가 걸어가던 불빛으로 얼룩진 밤거리가 나를 앓게 했다. 열병이었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나의 십대를 완벽하게 고정시켜놓고 그는 더 늙지 않았다. 나의 십대 ‘장. 국. 영’.
이윤정(PD)
나는 주성철 기자의 책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에 한 번 추천사를 쓴 적이 있다. 그와 나는 일면식도 없다. 책과 잡지에 관련된 일로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던 적이 전부다. 그는 이번에도 몇 년 만에 전화를 걸어, 이번엔 장국영에 관한 책을 낸다고 했다. 나는 ‘부지런한 친구군’이라 생각하고 또 흔쾌히 이번에도 추천사를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과의 이런 식의 관계가 쉽게 성립될 수 있었던 것은 그(그와 나는 동년배다)의 홍콩영화에 대한 글을 전부터 내가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홍콩영화를 보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그와 내가 홍콩 느와르에 엄청 빚진 게 많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턱없이 기분이 몽글해지고 주 기자의 글이 가까운 친구와 나누는 대화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래. 그래. 맞아. 맞아’하는 중얼거림이 툭툭 튀어나온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눈치지만, 나는 10년째 ‘주성치 축구팀’ 단장이고 최근엔 ‘견자단 핑퐁클럽’을 꾸렸다. 아직 나는 장국영에 관한 오마주는 해보지 못했다. 장국영은 홍콩영화의 필살기인데, 주 기자가 또 뭔가를 해낸 것이다.
김경주(시인, 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