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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말들

보이지 않는 말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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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2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96g | 132*192*27mm
ISBN13 9788972751441
ISBN10 897275144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에게 전시회란 완성된 결과물을 선보이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물음이 비로소 사람들과의 교감을 시작하고 울림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어느 곳에서 전시가 이루어지는가는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와도 같은 일이며 그것은 크고 작은 역사와의 만남이기도 하다.
--- p.121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잠시 멈추고 벽 대신 빈 종이를 앞에 놓고 1분간 떠오르는 이름들을 적어보아도 좋겠다. 내 안에 있지만 살면서 한 번도 불러보지 않은 이름이 나올 수도 있다. 어쩌면 이 1분간의 시간이 아래 남아 있는 글을 마저 읽는 것보다 당신에게 더 나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 p.140

돌이켜보면 지금까지의 모든 프로젝트들을 실현해오는 과정 중 늘 결정적인 단계는 불안하고 작은 모험을 위한 첫 편지를 띄우는 일이었다. 스스로 자초한, 혼자서는 실현 불가능한 어려운 작업의 조건들은 항상 타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숨겨진 좁은 통로를 찾는 노력을 요구한다.
--- p.165

작은 체구의 때가 낀 양말을 신은 이탈리아 소년 파올로Paolo가 붕대를 감은 손가락을 내보이며 “저는 오늘 오른쪽 손가락을 다쳐서 글씨를 쓸 수가 없을 것 같아요”라고 했을 때 “이런 멋진 우연이 있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여섯 살 소년은 어차피 반대편 손으로 써야 한다는 설명에 반색하며 그 작은 손을 열심히 움직여 “Piu forte(보다 힘차게)”를 남겨놓았다.
--- p.165

사진은 주로 ‘과거’ ‘기억’으로 이야기되지만 사실은 과거를 담은 ‘현재’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기억은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변화될 준비를 하고 있다.학교에서 배워온 사진의 전통적 방식, 순간을 최대 속도로 잡아내고 대상과의 일방적인 관계 맺기에 대한 나의 회의가 한계치에 다다랐을 때였다. 스튜디오 안에서 대상이 되는 인물들간의 교감으로 일어나는 미세한 기운들, 우리가 모르던 감각들을 깨우는 사진을 통한 이 경험들이 과정만을 드러내는 퍼포먼스의 발단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것이 나로 하여금 사진이 없는 확장된 사진, 비로소 시간의 양quantity이 아닌 시간의 질quality에 대한 필연적 구상들을 시작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 pp.189-190

나는 인물 사진을 대할 때 ‘모델’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카메라 앞의 대상과 사진가의 일방적인 역할에 대한 각인 같은 인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의 사진에서 한 공간 안의 인물들은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교감하며 모두가 사진 안에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 pp.202-203

오늘날 소통은 넘쳐나지만 공감의 분별력은 희미해졌다. ‘소통의 과속’은 우리로 하여금 껍데기에 집착하게 하고 고속 열차를 타고 달려가듯 귀한 풍경들을 놓치게 만든다. 이제는 손과 붙어버린 스마트폰에 대한 습관적인 응시는 그것을 자신의 존재를 지탱해줄 손잡이로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누구든 희망의 실마리를 놓고 싶지 않아 하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짐작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전화기를 들고 메시지를 눌러 보내지만 내 신호가 의도한 방향과 달리 어디로 날아갈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 pp.217-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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