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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체리의 계절

레스토랑 체리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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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4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28g | 153*224*30mm
ISBN13 9788972756569
ISBN10 8972756563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책을 덮었을 때는 아침 6시였다. 나는 사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다시 믿게 되었다. 320쪽을 읽었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생기발랄한 다른 세계로 소풍을 다녀온 것 같았다. 그 세계는 신기할 만큼 친숙하게 느껴졌다. ‘라 쿠폴’이나 ‘브라스리 리프’와는 달리 여행안내서에 올라 있지 않은 레스토랑을 어떤 영국인이 이 정도로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다면, 그는 분명히 그 레스토랑에 간 적이 있다. 소설의 여주인공이 어떤 여자와 똑같은 외모라면, 옷장에 걸어둔 부드러운 진초록색 실크 원피스와 커다란 타원형 보석이 달린 진주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것까지 일치한다면, 이 모든 일은 엄청난 우연이거나 그 남자가 이 여자를 본 적이 있다는 뜻이다.---p.47

하지만 이 여자가 살면서 가장 불행하던 날 어떤 책방에서, 수백 권의 책들 중에서 바로 ‘그 책’을 골랐다면 그건 더는 우연이 아니다. 운명이 그녀에게 말을 거는 거다. 그런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나는 곰곰이 생각에 잠긴 채 책을 돌려 뒤표지에 실린 남자의 사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짧은 금발에 파란 눈동자의 인상 좋은 남자는 영국 어느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쭉 펼친 팔을 느긋하게 등받이에 걸친 그가 나를 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로버트 밀러, 당신 누구야?”
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당신 누구야? 어떻게 나를 알지?”---p.49

그녀가 상상하는 것보다 천 배쯤은 더 심하게 놀랐을 것이다. 내 소설의 여자 주인공 소피가 이곳에 불쑥 나타나 질문을 던지다니! 정말이지 기적 같았다. 오후에 전화를 걸어 어떤 작가의 책(그러니까 내 책!)이 자기 목숨을 구했다며 그 작가(전혀 있지도 않은!)의 주소를 달라던 사람이 ‘그녀’라니. 이걸 그녀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 스스로도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텔레비전 방송국의 누군가가 의기양양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구석에서 뛰어나와 쾌활한 목소리로 “몰래 카메라입니다. 하하하!”라고 소리칠 것만 같았다.---p.110

엊저녁에 임신한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클로드를 보았을 때, 그리고 그 장면이 바늘처럼 내 심장을 찔렀을 때, 나는 진실 전체를 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내’ 진실이고 사건에 대한 ‘나의’ 관점에 불과했다. 클로드의 진실은 달랐다. 빨간 외투를 입은 그 여자의 진
실은 또 다를 터였다.
누군가의 마음속 깊은 곳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하는지, 무엇이 그를 채근하는지,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꾸는 꿈은 무엇인지.
그릇을 개수대에 넣고 물을 틀었다. 클로드가 나를 속였다. 하지만 아마 내 쪽에서도 그가 나를 속이게 그냥 가만히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니까. 사람들은 진실보다는 거짓말과 더 잘 지내기도 한다.
클로드와 나는 미래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다. 그는 “당신이랑 아이를 낳고 싶어”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나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인생 여로에서 짧은 구간을 함께 갔다. 아름다운 순간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순간도 있었다. 마음의 문제, 연애에서 정의를 요구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었다. 지나간 사랑은 그저 사랑이었다. 더도 덜도 아닌 그 모습 그대로.
---p.17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그 여자 오렐리 브레댕. 생제르맹데프레의 작은 레스토랑 요리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자친구도 그녀를 떠났다. 비오는 파리 거리를 헤매고 다니며 우주적 고독을 곱씹는데, 이번에는 경찰까지 센 강 투신자살자로 오해한다. 재앙의 구렁텅이에서 그녀를 건져준 건 다름 아닌 소설 한 권.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집어든 소설 속에는 그녀를 꼭 닮은 여주인공과 그녀의 레스토랑이 등장한다. 심지어 작가는 잘생긴 독신남이기까지 하다! 오렐리는 여주인공이 자기라고 확신하고 작가를 만나려고 고군분투하는데…….

그 남자 앙드레 샤바네. 오팔 출판사의 편집장. 베스트셀러를 물어오라는 사장님의 압박에 결국 자기가 소설을 쓰기로 하고, 로버트 밀러라는 가공인물을 내세워 책을 출판한다. 그런데, 아뿔싸! 소설이 정말로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렸다. 이제 온갖 사람들이 로버트 밀러를 주목하고 정체가 드러날 위기에 처한다. 거기에다 한눈에 반해 소설 여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실존 인물, 오렐리 브레댕이 앙드레를 찾아와 밀러를 만나게 해달라고 조른다.
과연 그는 비밀을 지키면서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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