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는 허락도 보상도 없이 그의 책을 재출판한 미국 출판사를 ‘미국 강도’라고 칭하면서 신랄하게 비난했다. 디킨스는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의 단 1달러 선물조차 보내지 않고 미국 독자들에게 그의 책을 판매한 불법복제 출판사 때문에 극도로 분노했다. 비록 미국출판조합에 부여한 권리로서 미국 내에서 인쇄된 작품에만 적용되기는 했지만, 1891년이 되어서야 미국 의회가 국제저작권법을 제정함으로써 미국은 외국 작품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보호하게 되었다. 그는 개인 독자의 복제보다는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의 절도 행위를 비난했지만, 개인 차원이든 기업 차원이든 불법복제가 사용료 명세서에 미치는 효과는 비슷하다.
--- p.32
디지털화는 음반 회사가 계약할 음악인들을 더 쉽게 발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많은 빅 스타는 온라인에서 발굴되었다. 2008년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aun)은 유튜브에서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의 비디오를 보고 그를 발굴해 냈고, 후에 그의 매니저가 되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비버는 아일랜드 레코드와 녹음 계약을 했다. 2009년에 출시된 그의 데뷔 음반 「마이 월드(My World)」는 마침내 100만 장 이상 판매되면서 미국에서 공인된 플래티넘 음반이 되었다. 비버는 『빌보드』 핫 100에 데뷔 음반의 7곡이 올라간 최초의 가수가 되었다. 비버의 스토리가 전형적인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독특한 것은 아니었다.
--- p.67
디지털화는 새로운 음악인과 소비자가 서로를 발견하기 쉽도록 적어도 세 가지 방법으로 정보 환경을 바꾸어놓았다. 첫째, 인터넷은 청취자 취향에 맞추어 음악을 틀어주는 라디오 방송국의 새로운 형태를 낳았다. 메이저 온라인 음악 플랫폼은 판도라, 스포티파이, 라스트닷에프엠(Last.fm), 유튜브 등을 포함한다. 둘째, 인터넷은 새로운 음악의 창조, 확산, 비판적 평가 등을 촉진시킨다. 예를 들면, 피치포크(pitchfork)나 메타크리틱(Metacritic) 등의 사이트가 있다. 셋째, 온라인 소셜미디어는 음악에 대한 또래들 간의 평가를 촉진시킨다. …… 이러한 채널들은 음악 팬들에게 전통적인 라디오에서는 방송되지 않았던 수많은 곡을 들려준다.
--- p.72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영화 제작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서로 경쟁한다. 넷플릭스는 신작을 극장의 독점적 유통기간 없이 바로 온라인 출시하는 것으로 영화 제작자에게 구애했다. 극장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으로 동시 출시되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 같은 작품을 상영하는 것에 멈칫했다. 넷플릭스는 점차 극장 출시로 인한 홍보 효과 없이도 영화를 유통할 수 있다고 믿게 된 반면, 영화 제작자들은 극장 출시를 정통성의 표식으로 보고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독점 유통 이전에 극장 출시를 약속하면서 영화 제작자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 p.117~118
스트리밍 서비스와 DVD 배달 서비스를 하지만 방송 서비스는 하지 않던 넷플릭스가 2011년 3월 26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국 정치드라마의 미국판 리메이크인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제작함으로써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계획은 넷플릭스 가입자에게만 제공되는 콘텐츠를 제작한 것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자면, 넷플릭스에 가입하게끔 만드는 콘텐츠를 의미했다. 보 윌리몬(Beau Willimon)이 개발하고, 「조디악(Zodiac)」, 「파이트 클럽(Fight Club)」, 「소셜 네트워크(The Social Network)」를 감독한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가 감독했다.
--- p.141
앤디 위어는 1990년대 말에 아메리카 온라인(America Online)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고, 적절한 시기에 아메리카 온라인 주식을 현금화해서 수년 동안 문학적 삶을 살았다. 위어는 나중에 영화 「마션」이 되는 스토리의 1회분을 써서 개인 웹사이트에 게시했다. …… 많은 사람이 그의 이야기를 좋아했지만 문학 에이전트나 출판사들을 만족시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프로그래머로 돌아가서, 이야기 1회분을 하나의 전자책으로 엮어 99센트에 아마존에 올려놓았다. 마치 에이전트와 메이저 출판사인 랜덤하우스가 좋은 작품을 보고 달려들듯이 다운로드가 뒤따랐다. 위어는 도서 출판권과 영화 제작권까지 수십만 달러의 상당히 낮은 가격에 계약을 맺었다. 그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USA 투데이』 톱 10에서 20주 동안 머물렀다. 『마션』의 영화 버전은 2015년에 시작했는데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5억 9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 p.168~169
좋은 디지털 카메라로의 기술적 변화는 누구든지 사진 저널리즘이나 다른 상업적 목적을 위한 이미지를 생산할 수 있게 해주었다. 전문적인 웨딩 사진작가들은 고품질의 디지털 카메라로 무장한 초보자들과의 경쟁에 직면하게 되었다. 베테랑들은 경쟁자가 된 초보자들을 조롱하듯이 “마마라찌(mamarazzi)” 혹은 “디지털 데비(digital debbie)”라고 칭한다. 사진작가들이 처한 곤경에 대한 『뉴욕타임스』 기사는 확률의 법칙이 초보자들도 수많은 디지털 사진 중에서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게 해준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상황을 잘 드러내는 최상의 표현이 아닐까.
--- p.190
사람들은 어디에 살든지 간에, 스포티파이에 있는 3000만 곡 중에서 원하는 곡을 고를 수 있고, 저스트와치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4만 편의 영화를 볼 수 있으며, 아마존에서 300만 종 이상의 책에 접근할 수 있다. 스트랜드(Strand) 서점이 자랑하는 “18마일의 책들(18 miles of books)”을 가진 뉴욕처럼 다양성이 풍부한 곳조차도 지역 시장이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의 수는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품의 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선택은 풍부한 오프라인 선택권이 없는 중소형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편익을 제공한다.
--- p.202
디지털화는 미디어 상품의 구매자들이 번들(bundle, 묶음 판매)로 엄청난 수의 아이템들을 한꺼번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예를 들면, 스포티파이에 월 이용료를 지불하면 3000만 개 이상의 아이템을 이용할 수 있고, 녹음된 거의 모든 음악을 이용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로 2016년 기준으로 3400편의 영화와 750편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월 정액제로 제공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과 훌루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번들로 책을 파는 것은 아직은 영화나 TV 프로그램만큼 인기가 있지는 않다. 그러나 스크립드(Scribd)는 아마존처럼 도서 번들을 제공한다. 킨들 무제한 프로그램으로 월 10달러만 내면 약 70만 종의 책에 무제한 접근할 수 있다.
--- p.225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디지털 르네상스는 많은 창작자가 새로운 작품을 창작하고, 유통하고, 마케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시장을 과거보다 더 악화시킬 수도 있고, 르네상스를 단축시킬 수도 있는 새로운 게이트키퍼를 창조해 내면서, 시장 집중이 일어날 가능성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기술적 구원의 가능성이 시장을 현 상태에 안주하도록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 p.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