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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펀드

맨땅에 펀드

: 땅, 농부, 이야기에 투자하는 발칙한 펀드

권산 | 반비 | 2013년 05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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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748g | 153*224*30mm
ISBN13 9788983716071
ISBN10 898371607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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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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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론적으로 유기농이란, 토양에 살고 있는 가장 작은 생물과 인간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전체가 너도 나도 모두 건강해지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로 작업은 포클레인으로 진행하고 밭을 가는 작업은 트랙터로 진행한다. 우리는 계속 석유로 농사를 짓고 있는 것이다. 그 방법이 아니라면? 펀드 투자자들이 모두 매 주말마다 내려와서 정말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것이다. 100명이 그렇게 몸으로 땅을 파고 있는 장면은 우리 시대에서는 딱 두 군데에서 볼 수 있다. 군대와 교도소. 이른바 그 어렵다는 진정한 삽질. 포클레인은 수십 명의 사람이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을 두어 시간 만에 정리할 수 있다. 사실 이 대목에서 나는 아무런 갈등도 없다. “이 방법 말고 뭐가 가능해?” 그러나 속이 편한 것은 아니다.
멀칭비닐 문제는 우리들 내부적으로도 약간의 논란이 있다. 나처럼 입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은 멀칭비닐 결사반대 입장이고 오랜 시간 텃밭을 했던 사람들은 그래도 어떤 작목에서는 멀칭비닐을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누어진다. 농약도 아니고 화학비료도 아닌데 멀칭비닐까지 거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내 생각은 단순하다. 비닐은 석유에서 나오고 가급적이면 화석연료 기반의 농자재는 제외하자는 주장. 포클레인은 되지만 비닐은 안 된다? 이 뭔……. 어쨌건 내가 땅이라면 몇 개월씩 얼굴에 랩을 쓴 상태로 숨을 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고추 농사를 두덕 없이 짓는다? 구근류가 아니니 물길만 잡아주면 되고 힘들게 고랑을 만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 무얼까?의 학설이다. 이 모든 것은 무얼까?의 농법이고 이 농법으로 인해 우리는 다시 온 동네에서 잔소리를 듣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젠젠장장!!

잎맥이 뚜렷하고 질긴 것이 틀림없는 우리 배추다. 이번 김장의 핵심은 김치가 아니라 배추다. 왜 주문을 중단하느냐는 질문, 마을의 다른 엄니들 김장을 대신 판매해도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단호하게 ‘아니다’. 이 배추이기 때문에 판매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또는 평생 여러분들이 보고 먹었던 그 배추로 김장을 할 생각이었다면, 그런 배추를 팔 생각이었다면 이번 전투는 없었다. 푸른 잎 많은 김치. 죽어도 네 쪼가리를 낼 수 없는 사이즈의 배추. 맛은? 나는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이 배추 이외의 다른 배추는 무늬만 배추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 혀가 그리 알고 있다.

쌀은 펀드 배당으로 꼭 집어넣을 생각이었다. 쌀이니까.

농부에 대해서 나는 ‘농부’라고 표기를 한다. 농부이기 때문이다. 농부. 참 서러운 직업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 농부. 참 바보 같은 직업이다. 대한민국에서는 그렇다. 농부들. 참 착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사악한 마음을 먹어 봤자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겠는가. 내가 어떤 수단으로 밥을 먹을 것인지 결정하는 순간 우리들이 범할 수 있는 악과 선의 영향력 범주는 대략 정해진다. 그런데 그들은 하늘에 기대어 밥을 먹는다. 그들이 범할 수 있는 단기적 사악함의 극대치는 고추 모종을 사재기하는 것이다.

너무 일찍 베었고(그건 알고 있다.) 꽃대가 올라올 때 콩대를 ‘날려주지’ 않았기에 쓸데없이 줄기가 길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양분은 줄기로 빼앗겼고, 그래서 콩알이 콩알만하다는 설명이었다. 밭에서 거의 건조해야 하는데 시퍼런 콩대가 햇볕에 말린다고 바싹 마르겠냐는 말씀. 결국 마르지 않은 긴 줄기가 기계로 들어가니 절단이 되지 않는 것이고 타막기 구멍을 계속 막았던 것이다.무엇보다 가장 결정적으로는,
“그 동네 사람들은 왜 삼춘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안 해줬으까이?”
왜 엄니들은 우리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을까? 나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음주단속 나온 경찰관은 안전벨트는 단속하지 않고 카센터에 엔진오일 교환하러 가면 미션오일은 보지 않는다. 펀드매니저들은 풀 잡자고 하면 풀을 잡았고 콩 베자고 하면 콩을 베었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는 나는 엄니들에게 섭섭해야 할까?

텃밭을 하는 사람이나 작물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 ‘맨땅에 펀드’ 밭고랑 상황에서 ‘의도한 작물’과 ‘의도하지 않은 풀’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나 역시 직접 심지 않았다면 이곳이 땅콩 밭이란 사실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역시 긴급하게 ‘땅콩 일병 구하기’ 미션이 떨어졌고 우선은 이제 올라오는 땅콩 모종 주위의 풀들을, ‘호미질은 안 되고’ 손으로 ‘톡톡’ 뽑아 올려야 한다는 작업 지시가 내려졌다. 그렇게 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뽑아 올리는 방법으로 땅콩 주변 한 뼘 정도 지름의 풀을 뽑는다. 이 짓을 한 시간 정도 하고 있노라면 속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고 트랙터를 몰고 와서 밭을 확 뒤집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밀려오지만 부처의 수행심으로 마음을 안정시키고 시간은 흐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되는 것이다.
한둘씩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하는 소리는 한쪽 귀로 들을 필요도 없다. 모두 나를 걱정하는 척 말을 시작해서 결론은 ‘이 바보 같은 놈아.’라는 내용이 9할이다. 땅콩 장면은 여하튼 내 탓이다. 땅콩죽 한번 먹자고 맞지도 않는 흙에 땅콩을 주장한 것은 나 한 사람이었으니.

이 일이 비록 인류의 운명을 건 마지막 전쟁이기는 하지만 어른들의 즐거운 놀이이기도 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우리 세대는 대부분의 ‘큰일’을 목숨 걸고 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 그 싸움에 이기지 못하면 세상이 끝이 날 것 같은 절박함이 있었고 그런 마음으로 대부분의 싸움에서 패배했었다. 그러나 세상은 끝내 망하지 않았고 우리의 이념과 ‘그 무엇을 찾던 청춘’만 쓰러져갔다. 우리는 즐거울 권리가 있다. 비록 낡은 양복에 머리털은 점점 줄어가고 핸드폰 문자도 팔을 멀리 뻗어야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마음 전체에 굳은살이 박인 것은 아니다.

더운 김이 오르고 밥을 나눈다. 흔히 하는 말대로 이게 다 잘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 가능하면 그 짓을 즐겁게 하자는 것이다. 가능하면 그 짓을 함께하고, 가능하면 여럿이 생각해볼 수 있는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우리들 스스로 즐거워보자는. 제공받는 즐거움 말고 만들어가는 즐거움. 날씨가 추워진 탓에 짬뽕 국물이 더 얼큰하게 느껴진다.

무겁게 짓누르는 하늘, 멀리 걸어가는 영감, 그리고 옥수수 초록 잎은 여름 풍경의 전형이다. 그래서 옥수수를 심었다. ‘맨땅에 펀드’ 농지는 수확과 판매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이렇듯 시각화와 스토리 생산에서 하나의 주연배우 역할을 하는 것이다. 땅이 배우다. 그것이 옳은 것이다.

“시각적으로 예뻐야 한다.”가 내가 무얼까?에게 요구하는 ‘맨땅에 펀드’ 텃밭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마을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다르다. 풀이 살아 있고 곡선이 살아 있고 벌레들도 살아 있는 텃밭이 ‘맨땅에 펀드스러운’ 땅이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무질서한 듯 펼쳐진 이 풀밭 속에는 의도한 많은 작물들이 자라고 있다. 풀과 함께. 나는 이 모습이 아름답다. 옥수수, 동부 콩, 깻잎, 고추, 열무, 상추, 호박, 몇 종류의 참외, 수박, 오크라(226쪽을 참조), 오이……. 그 모든 것들이 서정주의 「상리과원」이란 시에서처럼 지지배배로 자라고 다투면서 하나의 덩어리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돈 되는 단일 품종을 길러서 특정한 면적의 땅에서 우월하거나 유일한 식물로 성장하는 것이 우리 눈에 익숙한 밭이나 논의 풍경이다. 그것은 땅의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며 그 ‘정리정돈’을 위해서 많은 화석연료가 투입되고 있다. 마을의 농부들 눈에는 ‘땅을 망쳐버린’ 모습이고 우리들 눈에는 ‘땅을 살리고 있는’ 광경이다.
그리고 그 아래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열매 맺는 것들은 꽃을 피우고 있다. 그리고 개똥참외를 찾던 중에 눈에 밟힌 메주콩의 꽃은 눈물겹게 예뻤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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