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창비시선-444이동
고형렬 | 창비 | 2020년 05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3.0 리뷰 1건 | 판매지수 36
베스트
시/희곡 top100 1주
정가
9,000
판매가
8,550 (5%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232g | 128*188*11mm
ISBN13 9788936424442
ISBN10 893642444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고성 북천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 북천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눈이 내려도
찾아가지 않고 멀리서 살아간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바다가 넘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그 바다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나는 그 북천과 바다로부터 멀어질 뿐이다 더는
멀어질 수 없을 때까지

나와 북천과 바다는 만날 수 없다
오늘도
그 만날 수 없음에 대해 한없이 생각하며 길을 간다

너무 오래된 것들은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래도
너무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에는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나의 영혼 속에 깊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 「북천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중에서

시인들은 서로 다른 말로 나타났다가 사라져간다
늘 아쉽지, 구름처럼, 시와 언어는
먼저 간 것들보다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것들의 미완이다

나는 나의 얼굴을 감싸는 나와 함께 살아간다
죽음까진 같이 갈 것이다
시는 늘 미안해서
기억할 수 없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쓸 수 없는 것까지 쓸 수 있다면
불가능한 생각들을 불러 모을 뿐이다, 나는
--- 「거미막을 밟다」 중에서

죽은 시인들의 시는 얼음을 깨뜨리는 얼어붙은 먼 도시의
눈보라 치는 아침에 도착한다

죽어 있는 시인의 시는 시인이 죽어 있기 때문에 살아 있고
살아 있는 시인의 시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시인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내일 살아 있는 시인이 죽으면
살아 있던 시인의 시는 죽은 시인의 강설로 돌아올 것이다
시는 시인의 끝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그들의 손에서 풀 냄새가 난다
시인이 죽어서 자신의 시를 볼 수 없을 때 시는 옷을 입는다
시는 혼자서 아름다워진다
--- 「죽은 시인의 옷」 중에서

먼지는 문명과 지혜의 문제일 뿐인가
먼지는 먼지에게 아무런 문제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죽음의 죽음의 죽음의 옷을 껴입은
고농도 초미세먼지의 시절이
비로소 우리에게 도착했다, 도착했다
하늘을 점령한 먼지의 세계, 소리 없는 폭력, 시위
먼지의 일상, 먼지의 허무
먼지의 권태
(…)
시 속에서 책 속에서 뇌 속에서
비로소 먼지는 우리가 되었다
우리는 먼지를 뒤집어썼다
먼지의 시대 속에서 살게 된 이 먼 미래에 다다른
오늘, 우리는 먼지의 지구에서 살아가는
먼지 사람이 되었다
--- 「먼지의 패러독스」 중에서

타인의 삶에 노크한다 타인의 눈에 노크한다
노크는 폭력일 수 있다

(…)

누군가 나의 어둠 속에 대고 외친다 목이 찢어지게
계속, 귀찮은 노크
계속이란 말이 가장 시적인 언어, 그곳은
귀찮은 연민으로부터 가장 먼 곳

함부로 말하지 마십시오 나의 가슴은 너의 등에
나의 말은 너의 말귀에 나의 무감은 너의 직설에
나의 등은 너의 얼굴에 대하여

너의 배는 그 무엇에 대하여
만질 수 없는 너의 손등은 또 이름도 없는 그
무엇에 대하여
서로 말하지 않는다 이런 유의 사태에 대해서
--- 「노크」 중에서

도시에서 시가 죽었다고 마음속에서도 시가 죽습니까

저 문명 속에서 매일매일 죽은 시들은
그들의 마음속에 묻힐 것입니다
시는 죽음 속에서 흙을 밀어올리고 피어날 것입니다
시는 마지막 날을 자기 눈 속에 떠올릴 것입니다
겨울나무 가지를 지나가는 삭풍의 기억으로
먼 훗날 차라리 죽은 시들을 찾아 꺼내 읽을 것입니다
그 시의 이름과 말들
나의 검은 손을 들어 바라보듯이

지난 계절에서 다음 계절로 건너가는 이 시간 속에서
누가 시를 쓰고 있나요
--- 「시의 옷을 입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시집을 읽으며 세번 탄식한다. 시인의 높이와 깊이와 길이에 놀라서.
시인은 새다. ‘세상의 모든 먼지를 자기 몸으로 끌어 모아서 하늘로 올라가는 구름’ 같은 새. 그와 함께 높이 올라가면 세상의 많은 구멍이 보인다. 하나의 구멍에 눈을 대고 보느라 우리가 잊은 아흔아홉개의 은빛 구멍이 반짝, 그의 시 속에서 빛난다. 시는 소음이다. “존재의 표시 같은 진공청소기의 소음을 나는/기다리고 있었다”(「천장을 쳐다보다」)고 시인은 쓴다. 그러니까 한 사람이 먼지를 빨아들이며 내는 소음 같은 것이 시란 말인가. 사물들은 먼지처럼 부서지고 흰 구름처럼 흩어지고…… 허무의 심연에 대한 그의 증언을 읽고 있노라면 가지와 잎, 꽃, 열매가 모두 칼이 된 채 거꾸로 자라는 날카로운 나무에 내려앉은 새처럼 떨린다. 그런데 허무를 노래하는 이토록 긴 시집이라니! 시인은 어쩌자고 또 환상의 ‘나무구름’을 만든 것일까? 그가 “계속이란 말이 가장 시적인 언어”(「노크」)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계속 잊고 계속 기억하며 끊임없이 이어 쓸 것이다. “아름다운 것이 맨 나중에 온다면/가장 아름다운 시는 모든 것의 맨 끝에/서 있어도 괜찮”(「아로니아의 엄마가 될 수 있나」)은 것이니까. 시는 모든 것의 시작과 함께하며 모든 것이 소멸하고 구원받은 뒤, 맨 마지막으로 소멸하고 구원받으리라.
- 진은영 (시인)

회원리뷰 (1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8,55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