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례
1권 1장 브레턴 | 2장 폴리나 | 3장 소꿉동무 | 4장 마치몬트 여사 | 5장 새로운 장을 넘기다 | 6장 런던 | 7장 빌레뜨 | 8장 베끄 부인 | 9장 이지도르 | 10장 존 선생 | 11장 문지기의 방 | 12장 작은 상자 | 13장 때아닌 재채기 | 14장 축제 | 15장 긴 방학 | 16장 지나간 시절 | 17장 라 떼라스 | 18장 말다툼을 하다 | 19장 클레 오파트라 | 20장 음악회 | 21장 반작용 | 22장 편지 | 발간사 |
저샬롯 브론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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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조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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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서
내 처지가 유령처럼 날 덮쳐왔다. 나는 아무 데도 어울리지 않고 쓸쓸하고 희망이 없는 처 지였다. 이 거대한 런던에서, 여기서 혼자 무얼 하고 있는가? 내일은 뭘 해야 하는가? 내 인생에 무슨 전망이 있는가? 이 세상에 친구라고 누가 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 로 가야 하나? 무엇을 해야 하나? (…) 그러나 내가 취한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고 돌이키고 싶지도 않았다. 뒤로 물러서는 것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나았고, 아무리 좁고 험난해 도 조만간 길이 열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강력하고도 막연한 생각이 다른 감정들보다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1권 70~71면 부인이 엄숙하게 프랑스어로 말했다. “자, 말해봐요. 정말 못하겠어요?” “못하겠어요”라고 하고 보잘것없는 육아실로 돌아가 일생을 거기서 썩을 수도 있었다. 그러 나 부인을 쳐다보았을 때 (…) 그녀의 이목구비 곳곳에 특별한 종류의 힘이 강력하게 드러 났다. 그 힘은 나의 힘과는 종류가 달랐다. 그것은 동정도 일체감도 순종도 아닌 감정을 일 깨웠다. 나는 위로받은 것도 설득당한 것도 압도된 것도 아닌 상태로 서 있었다. 마치 정반 대로 타고난 두개의 힘이 결전을 벌이는 것만 같았다. 갑자기 나의 자신 없음, 즉 야심 없는 태만함이 부끄러워졌다. “앞으로 갈 거예요, 뒤돌아 갈 거예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처음에는 사택과 통하는 작은 문을 가리키고 다음에는 교실로 통하는 커다란 이중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앞으로 가겠어요.” 내가 말했다. 1권 117~18면 내겐 새로운 신조가 생겼다. 바로 행복에 대한 믿음이었다. 2권 7면 - 5 - 나는 행복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반대였지만, 다시 기운이 나 씩씩해졌다. 만일 인생이 전쟁 이라면 나는 혼자 그 전쟁을 치러야 할 운명인 것처럼 보였다. 겨울을 지낸 숙소, 식량과 사 료가 다 떨어지고 없는 막사를 이제 어떻게 부수고 떠날까 곰곰이 생각했다. 아마 그런 변 화를 위해서는 운명과 다시 한번 전면전을 벌여야 할 것이다. 나는 결전을 벌일 각오는 있 었다. 신은 너무 가난해서 잃을 것이 없는 나를 승자로 점지하실지도 몰랐다. 2권 77면 홈 씨는 내가 딸의 말상대가 되면 훌륭한 보수, 즉 현재 내 월급의 세배를 주마 했지만 나 는 거절했다. 지금보다 더 가난하고 더 돈이 없고 앞으로 더 어렵게 살 형편이더라도 거절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어떤 훌륭한 집안의 가정교사가 되느니 차라리 하녀가 되어 질긴 장갑을 사서 끼고 침실과 층계를 쓸고 난로와 자물쇠를 청소하는 편을 택했을 것이다. 그 편이 더 마음 편하고 독립적이었다. 말상대가 되느니 차라리 셔츠를 만들다 굶어 죽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나는 어떤 빛나는 숙녀의 그림자, 바송삐에르 양의 그림자가 아니었다. 내가 침울한 성격이 고 가끔 우울해하긴 했지만, 우울해하거나 눈에 띄지 않게 있는 것은 나 자신이 원해서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1반 학생들에 둘러싸인 채 내 책상에 혼자 있든, 기숙사 침대에 혼자 앉아 있든, 이젠 다들 내 자리라고 하는 오솔길에 혼자 있든, 다 내가 원해서였다. 2권 79~80면 가끔씩은 삶이라는 계좌를 마주하고 솔직하게 셈을 해보는 것이 좋다. 항목들을 계산하면서 자신을 속이고 불행 항목에 행복이라고 써넣는다면 그는 불쌍한 사기꾼이다. 고뇌를 고뇌라 고 부르고, 절망을 절망이라고 부르라. 단호하게 힘주어 굵은 필치로 둘 다 써넣으라. 그러 면 ‘운명’에게 진 빚을 갚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다. 2권 179면 ‖ 옮긴이의 말 『빌레뜨』는 대담하고 솔직하게 열정을 표출하면서도 열정을 억누르고 부정하려는, 그리고 정신적·경제적 독립을 원하면서도 독립이 주는 힘을 두려워하는 분열된 심리를 탐색하고 있 다. 브론테가 『빌레뜨』에서 더 나아갔다면 모더니즘 소설의 주관적 세계로 침잠했을 수도 있고, 깊이 있는 내면을 그리면서도 현실세계와의 갈등을 거머쥐는 출중한 리얼리즘 작품을 낳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작품 전체의 완성도로 본다면 『빌레뜨』는 『제인 에어』에 미치 지 못하지만 이 불안정함과 불완전함 속에 『제인 에어』에서는 찾을 수 없는 매력이 숨어 있다. 그 매력은 가능성,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 같은 가능성에서 비롯된다. 조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