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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창비시선-445이동
박형준 | 창비 | 2020년 06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4.0 리뷰 1건 | 판매지수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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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56쪽 | 184g | 128*188*9mm
ISBN13 9788936424459
ISBN10 8936424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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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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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에게도 잠자는 말이 있다
하얀 점이 커지고 작아지고 한다
그 말을 건드리는 마술이 어디에
분명히 있을 텐데
사물마다 숨어 있는 달을
꺼낼 수 있을 텐데

당신과 늪가에 있는 샘을 보러 간 날
샘물 속에서 울려나오는 깊은 울림에
나뭇가지에 매달린 눈〔雪〕이
어느새 꽃이 되어 떨어져
샘의 물방울에 썩어간다
그때 내게 사랑이 왔다
--- 「달나라의 돌」 중에서

내 고향은 정우(淨雨)인데,
맑은 비가 뛰어다니는 지평(地平) 마을이다
생땅을 갈아엎은 듯한
비에서 풍기는 흙내음,
비 향기 진동하는 지평선,
그 진동을 담은 시를
단 한편이라도 쓸 수 있을까
--- 「비의 향기」 중에서

그 땅은 햇빛이 물처럼 흘러내리는 곳
고원의 어디쯤이었을까
담벼락이 길게 펼쳐져 있고
그 아래 십여 미터쯤 떨어져서
늙은 남녀가 나란히 앉아 똥을 누고 있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는 듯
푸근한 인사를 나눈다
오늘도 서로에게 아침 안부를 전한다
담벼락 아래에서 모든 일이 잘되어가고 있다
--- 「아침 인사」 중에서

봄날에는 발밑을 보며 걷습니다
발밑에는 상처들이 많습니다

발밑에
작은 등잔이 있습니다

풀꽃이 있습니다
천명의 아이들이
그을음을
닦고 있습니다

(…)

풀빛 강에 마중 나온
천명의 어머니들도
풀빛 그을음을 닦고 있습니다
그래서 발밑에서만
싹이 나옵니다
--- 「발밑을 보며 걷기」 중에서

소년 때는 십오도 각도로 하늘을 보며 걷거나
반대로 십오도 각도로 땅을 보며 걷는다
흠씬 누군가를 두들겨 패거나
흠씬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거나
둘 중 하나뿐
소년 때는 사람들이 만든 세상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
소년 때는 하늘도 바닥
땅도 바닥
손도 바닥
하늘바닥 땅바닥 손바닥에
세상에 없는 것들만 올려놓거나 내려놓거나
때로는 움켜쥔다

성년이 되면 하늘은 사라지고
땅바닥 같은
손바닥만 남는다
그리고 바닥은 더이상 내려갈 바닥이 없다고
절망한 사람에겐 더 큰 바닥으로 나타난다

바닥은 바다
수천 미터 심연이 있다
--- 「바닥 예찬」 중에서

시를 업으로 삼으려는 시쟁이가
자신의 언어에 빠지면 시를 제대로 만들 수가 없어
시는 일상어라는 나무를 베어내고 잘라내는 것만 제외하고는
언어를 다듬는 모든 공정은 수작업으로 이루어지지
그리고 온갖 정성과 심혈이 깃든 마음이 없다면
그 시는 무용지물의 시가 되지……
--- 「어느 북 장인과의 인터뷰」 중에서

테두리에서 빛이 나는 사람
꽃에서도 테두리를 보고
달에서도 테두리를 보는 사람

자신의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모든 테두리는 슬프겠지

슬퍼하는 상처가 있어야
위로의 노래도 사람에게로 내려올
통로를 알겠지
--- 「테두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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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시인의 시에서 놀라운 지점은 감각의 탄성(彈性)이다. 시인 특유의 서정은 큰 단어나 감정으로 치환되지 않고 언제나 작은 감각으로 돌아온다. 이 미립자 감각은 ‘물방울’에서 비롯된다. 물방울을 열면 ‘나무의 몸’ ‘은하’ ‘부탄의 소녀와 사슴’ ‘엄마’가 있다. 이 “물방울로 된 눈동자”(「아침의 추락」)를 지켜왔기에 ‘물방울 눈동자’는 “달빛이 참 좋구나/막내 손이 약손이구나”(「달빛이 참 좋은 여름밤에」) 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꺼내는 서랍의 손잡이가 되기도 하고, “발밑에/작은 등잔”(「발밑을 보며 걷기」)이 되기도 한다.

시인은 지상이 반쯤 보이고 지하에 반쯤 묻힌, 가로 90센티미터 세로 30센티미터 정도의 창 하나를 나타나게 했다. “창문 앞에는/늘 나무가 서 있”(「저녁나절」)는 ‘은하의 길’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는 “우리가 아직 물방울 속에서 살던 때”로 걸어가 지금-여기에 도달하려고, 아니 늘 지금-여기에서 시작하기 위해 되돌아오는 것 같다. 이곳이 “허공이 무릎을 구부리면 비로소/꽃이 되는”(「오후 서너시의 산책 길에서」), “천명의 아이들이/그을음을/닦고 있”는 곳, “풀꽃”(「발밑을 보며 걷기」)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픈 소리”(「튤립밭」)가 선명한 곳에, 작은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하는 ‘서성거림’. “자신의 줄무늬를/슬퍼하는 기린”처럼, “꽃에서도 테두리를 보고/달에서도 테두리를 보는”(「테두리」) 둘러섬. 이 가냘픈 곳이 지상의 중력임을, 수직의 세계를 역전시키는 희망 또는 수평의 연대라는 것을 그의 시는 가리키고 있다.
- 이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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