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모든 선택은 우선순위를 가려내는 행위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 소소한 차이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일에 달렸다. 무엇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할 것인가.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편집력은 넘치기 전에 분류하여 중요한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며, 버려야 할 것을 가리는 선구안이다. 소유할 것이 많아지고 관리해야 할 관계가 넘쳐날수록 편집력을 통해 잘 분류해야 한다.
--- p.21,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라」 중에서
인생에는 속상하고 괴로운 일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본질 또는 그 일이 일어나게 된 이유에 대 해 아무것도 모른 채 절망과 낙담에 빠지는 것이다. 따라서 사건의 의미와 작동 근거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가 행복의 중대한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글쓰기를 통한 스토리 편집은 벌어진 사건에 대해 일종의 매듭을 지은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자아와 세계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을 일깨워준다. 즉, 행 복은 운이 아니라 편집력에서 온다.
--- p.36, 「스토리가 행복을 부른다」 중에서
1992년 미국 워싱턴 정가에 신출내기인 아칸소 주지사 빌 클린턴이 등장했다.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로 나온 클린턴은 머리가 좋았고 정책통임을 스스로 과시했다. 마이크를 잡으면 모든 정책에 관한 사항을 줄줄이 늘어놓은 달변가였다. 그러나 그의 선거 캠페인 전략가들은 고민했다. 클린턴의 현학적인 달변을 단순하고 기본에 충실한 메시지로 바꿀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나온 슬로건이 바로 “경제라니까, 이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였다. 그리고 클린턴 진영은 선거 기간 내내 경제 분야에만 집중했다. 특히 불경기 타개를 위한 이슈를 선점했다. 미국 경제가 암울한 침체기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모든 문제점은 바로 경제’라는 메시지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클린턴은 공화당 후보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누르고 승리했다.
--- p.74, 「단순한 것이 강하다」 중에서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건너편 명동 버스정류장에는 25개 노선버스가 지나간다. 출퇴근 시간이면 수많은 버스가 엉키고 도로 중간 승하차로 인해 매우 혼잡했다. 특히 퇴근 시간에는 승객들이 버스 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살풍경을 이루었다. 이 문제를 한번에 바로잡는 해법이 등장했는데, 바로 버스노선 표시블록이다. 이 블록은 태양광 충전식이라 밤에도 환하게 빛난다. 승객들은 자신의 행선지를 표시한 블록에 줄을 서고, 해당 버스 운전기사는 오직 그 블록 앞에서만 승객을 태운다. 시민이 우왕좌왕하면서 버스를 찾기 위해 몰려다니는 불편이 사라졌다.
--- p.99, 「편집력이 행정의 혁신을 이끈다」 중에서
번득이는 생각은 찰나다. 말은 귀에 살짝 다가오고는 이내 사라진다. 기억은 자꾸 깎여 언젠가 형체도 없이 스러진다. 관찰은 주변 사물을 살피는 최고의 방법이지만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무의미하다. 말, 생각, 직관, 기억, 관찰을 기록하는 것이 업적을 쌓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메모야말로 인생을 사랑하고 정리하는 구체적 실천법이다. 무엇으로 나를 기억되게 할 것인가. 누군가 나의 삶을 들여다보려고 할 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주저리주저리 음성으로 전하는 것은 취약하다. 생의 중요한 순간을 기록한 메모가 나를 설명한다. 메모가 모여 맥락이 되고, 맥락은 스토리로 완성된다. 또한 메모는 편집력을 키우는 데 꼭 필요한 습관이다
--- p.123, 「메모의 감각과 습관을 길러라」 중에서
모든 연설의 첫 문장은 핵심 메시지로 다가가는 첫 단추여야 한다. 방송사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는 꼭 필요한 말만 두세 문장으로 간결하게 준비하라. ‘왜냐하면 화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 결론을 먼저 말하고 ‘왜냐하면 ○○○하기 때문이다’라고 근거를 대는 것이다. 장황한 서론을 앞에 두고 결론을 마지막에 배치하면 이야기의 방향이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특히 미디어의 인위적 편집이 개입할 소지가 있다면 말의 첫머리에 핵심 주장을 펼쳐야 한다.
--- p.162, 「상대를 배려하는 언어 편집의 기술」 중에서
작가는 이야기를 생산하는 스토리텔러다. 독특한 표현과 전개 방식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언어의 마술사다. 작가는 출판사 편집자를 만나기 전에 이미 최초의 편집자로서 편집력을 발휘한다. 즉, 자신의 스토리를 가장 감동적으로 전달할 문체를 찾는 것이다. A작가와 B작가를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문체이다. 문체는 스타일이다. 스타일은 정형화된 기존 양식이 아니라 새로운 것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거나 대세를 이룬 트렌드를 가리킨다. 2000년 이후 한국 문단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는 단연 김훈이다. 그에게 문장 스타일은 겉멋이 아니다. 그가 세상을 들여다보는 앵글이다.
--- p.202, 「펜으로 군더더기를 베는 문장의 검객, 김훈」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