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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의 공간을 걷다

명작의 공간을 걷다

[ 반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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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20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437쪽 | 766g | 437*225*26mm
ISBN13 9791159055560
ISBN10 1159055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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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책 속의 문자는 어디까지나 차가운 흑백의 세계일 수밖에 없다. 답사는 그러한 관념의 세계가 오감을 통해 총천연의 세계로 되살아나는 마술 같은 경험이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국내와 해외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분명 답사는 목적이 있는 일의 연속이었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복의 순간들이기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글을 쓰기 위해 여행을 한 것인지, 여행을 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그렇다고 문학 답사가 언제나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무언가 있으리라는 큰 기대를 갖고 찾아간 곳에서 푸른 하늘만을 실컷 보고 오거나,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차라리 오지 않았던 게 나았다고 후회할 때도 많다. 「혈의 누」에서 옥련이가 머물던 호텔을 찾아보겠다고 워싱턴을 두 번이나 찾아갔다가 허탕을 쳤던 일, 가벼운 마음으로 이육사의 묘소를 찾아 나섰던 산길이 무려 왕복 5킬로미터가 넘는다는 것을 확인하고 놀랐던 일, 은폐되어 있다시피 한 용암지 기념비를 찾아 반바지 차림으로 풀숲을 헤매던 일 등이 아찔하게 떠오른다.
--- 「서문」중에서


1927년 초봄에 대구로 돌아온 이상화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대구를 떠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작품 창작은 뜸해지지만, 그 뜨거운 정신에서 비롯된 여러 가지 사회활동은 계속 된다. 이러한 활동들은 모두 개인적인 영리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민족정신을 고취시키려는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 이것은 ‘대구’라는 지명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시 「대구행진곡」을 통해서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4연 16행의 이 시에는 비슬산, 팔공산, 금호강, 달구벌, 도수원처럼 대구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 그대로 등장한다. “넓다는 대구감영 아무리 좋대도/웃음도 소망도 빼앗긴 우리로야/임조차 못 가진 외로운 몸으로야/앞 뒷들 다 헤매도 가슴이 답답다”라는 부분에서는, 시인의 지사적 정신에서 비롯된 ‘쇠같이 뜨거운 오열’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 「白熱된 쇠같이 뜨거운 오열嗚咽의 노래-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1926」중에서


주지하다시피 이 소설은 봉평장에서 출발하여 대화장까지 가는 한밤중의 여로가 작품의 기본 골격을 형성한다. 이 산골은 도시의 먼지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절대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의 공간으로 봉평보다 적합한 곳도 없을 것이다. 평창군의 북서쪽에 위치한 봉평은 모두 해발 1천 미터가 넘는 회령봉, 흥정산, 태기산 등의 봉우리가 성벽처럼 감싸고 있기에, ‘산문의 독기’나 ‘도시의 매연’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곳이다. 허생원은 충주 제천 등의 이웃 군에도 가고, 멀리 영남지방도 헤매이기는 하였으나 강릉쯤에 물건하러 가는 외에는 봉평, 진부, 대화가 위치한 평창군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태어난 청주가 아니라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운 강산”이 허생원에게는 “그리운 고향”이다.
--- 「자연과 아름다움을 향한 영원한 향수-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1936」중에서


과거에 이 땅은 닭 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으며 그 강한 산맥조차 넘볼 수 없는 신성한 곳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 곳은 눈이 내리는 고난의 땅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인은 이 곳을 다시 신성한 곳으로 되돌리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그러한 도전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여전히 남아 있는 매화 향기이다. 또한 이 매화향기는 이 시의 광야를 만주 대륙과 연결지어 바라본 그동안의 논의를 교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매화는 황해도 이남 지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만주에서 매화를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홀로 아득한 매화 향기를 통해 이 시에 등장하는 광야는 시인의 고향인 원촌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매화는 매서운 눈보라와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절의의 상징으로서, 조선 시대 선비들이 아끼던 꽃이다.
--- 「절대의 순간 써내려 간 양심의 기도문-이육사의 「광야」, 1945」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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