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에 사로잡힐 것인가속박을 풀고 자유로워질 것인가트라우마 대물림을 치유하는 새로운 솔루션다툼이 잦은 부부, 무기력증에 빠진 청년,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엄마. 왜 우리는 상처를 품고 사는가. 의식과 무의식 속에 새겨진 원인 모를 감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괴로움의 악순환을 끊는 법은 없는가. 저자는 그 해답을 ‘가족세우기Familienaufstelung’라는 심리치료법에서 찾으며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는 해결책을 모색한다.가족세우기는 의뢰인 혹은 의뢰인 대역을 세우기장에 세워서 연극처럼 진행한다. 촉진자, 의뢰인, 대역 등이 함께 참여하여 가족과 사회의 감춰진 문제와 진실을 알게 하고 깊이 이해하도록 안내한다. 독일의 치유 대가인 버트 헬링거Bert Hellinger(1925~2019)가 창안하여 1980년대 초석을 다졌고, 1990년대에 세계대전의 트라우마 대물림으로 고통받는 수많은 독일인을 치유하며 더욱 발전하여 전 세계에 알려졌다. 오늘날에는 삶의 얽힘을 풀어 내적 성장을 돕는 등 영적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2001년 처음 소개되었고,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조직의 현안을 풀어내는 효율적인 방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분단의 상처와 집단양심의 대립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푸는 방법으로 유용하다.이 책은 이 분야의 전문가가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가족세우기를 적용한 사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가족세우기를 참여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도록 사례의 대화를 그대로 살려 현장감을 더했다. 또한 민주화운동, 베트남전쟁, 국민보도연맹사건, 한국전쟁, 여순사건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뒤흔든 사건들을 겪으며 우리 안에 형성된 집단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새로운 해법을 제안한다.나와 가족과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족세우기 저자는 막내아들이 여덟 살 때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상실감에 애도작업을 하다가 가족세우기를 알게 되었다. 이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활동을 했던 터라 가족세우기의 놀라운 효과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가족세우기를 공부하면서 저자는 막내아들을 죽음으로 내몬 운전자를 미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마음의 짐을 털면서 자유로워졌다. 그뿐만 아니라 어릴 적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자라며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멸시를 받아, 그로 인해 내면에 공고했던 트라우마도 해결하였다. 트라우마가 일어난 원인을 전체적?구조적으로 조망하며, 개인이나 사회를 외면하지 않고 존재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덕분이었다.세계대전과 분단의 트라우마를 겪은 독일 국민의 아픔과 우리나라 국민이 겪은 아픔은 상통한다. “일제강점기의 굶주림과 억압, 한국전쟁의 공포와 상실, 독재자의 폭력과 학살 등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큰 트라우마가 우리에게 대물림되어 삶을 어떻게 옥죄는지 생생하게 보고 깨닫게 하기 때문”(52쪽)에 가족세우기는 우리 안에 형성된 집단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선대에서 해결하지 못한 트라우마는 후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을 자기 탓으로만 여겨 죄책감에 시달리기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관계 구조와 다세대 대물림까지 전체적으로 보며 서로 존중하면서 홀로 존재할 수 있는 힘”(19쪽)을 키워야 한다는 통찰을 제시하며 성찰을 이끈다.이 책에 등장하는 주제별 고민 사례와 심도 깊은 통찰이 책은 15년간 트라우마를 상담해온 저자가 다양한 사람들의 의식?무의식 풍경을 읽고, 본질적인 원인을 찾아갔던 사례를 고스란히 집대성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남편과 말이 통하지 않는 아내, 부모와 서먹한 아들, 인간관계가 어려운 직장인,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받는 유가족 등에게 유용한 팁을 총망라했다. 독자는 가족세우기 세션의 사례를 읽으며 실제로 참여하는 간접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나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행복한 부부·연인관계를 위해서사랑하지만 자주 다툰다면, 상대를 내 마음에 맞게 변하도록 요구하기보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결혼하고 나면 예상하지 못한 싸움이 잦다. 이때 못마땅한 듯 잔소리를 하며 배우자에게 내가 살아온 생활양식을 강요한다면 갈등이 폭발한다. 서로 살아온 방식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새로운 가정에 맞는 ‘삶의 질서’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독한 형제관계를 위하여부모 부양에 부담을 느끼는 형제, 유산 문제로 등을 돌린 형제 등 나이가 들면 가까웠던 형제가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존적 서열과 심리적 서열이 어긋나면서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부모의 차별과 편애로 형제간 서열이 뒤죽박죽되어 울분을 토하는 사람도 있다. 가족의 서열은 형제관계에 영향을 끼친다. 각자가 서열대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부모가 자녀를 공평하게 대할 때 우애는 돈독해진다. - 원만한 부모·자식관계를 위해서자녀는 부모가 자신의 위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부모가 살아온 사회문화적 환경과 조건을 상상하며 부모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중요하다. 부모는 자녀에게 충성심을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서야 한다. 자신이 살아온 세상과 자녀가 사는 세상이 다름을 알고 자녀를 존중할 때,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부모와 자식의 의사소통이 순탄해진다.- 근현대사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하여민주화운동을 하던 시절 고문으로 망가진 친구에게 부채감을 갖고 사는 사람,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등의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도 있다. 선대가 겪은 근현대사의 비극은 후대에게 대물림되어 우리에게 영향을 준다. 이때 다른 사람의 희생에 대해 미안함을 갖기보다 고맙게 여기면 불안감이 안정감으로 바뀐다. 또한 “편을 나누는 집단양심을 넘어 사랑과 호의로 비판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어느 편도 들지 않는 경계에서 양쪽 모두 사과하고 용서하고 행복해지기 위한 비판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판은 양쪽에 거리를 두고 그 너머를 바라보는 인식의 눈을 뜨게 한다. 이렇게 새로워진 인식으로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310~311쪽)트라우마의 결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저자는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언어법, 명상법, 신체 훈련법 등을 활용하여 통합치유법을 고안했다. ‘치유를 위한 언어법’는 가족세우기 현장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그대로 따라하며 ”신경계를 잡고 있는 트라우마와 불필요한 상념“(315쪽)을 녹일 수 있도록 돕고 생활 속에서 대화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치유를 위한 명상법’은 천천히 소리 내어 읽으며 마음을 정화하고 평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치유를 위한 신체 훈련법’은 다양한 관계 속에서 나 스스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아차리는 데 도움을 준다.‘관계 질서를 회복하기’ ‘사랑과 호의로 대하기’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기’ ‘가족각본과 인생각본을 이해하기’ ‘몸과 마음에 대한 감각과 느낌을 알아차리기’ 등 이 책에서 소개하는 트라우마 치유의 여정을 시작해보자. 요동치는 마음은 개인사를 집요하게 파고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나와 가족, 나와 사회, 의식과 무의식을 함께 살필 때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마음의 짐을 껴안고 사는 당신에게 이 책은 자신 안에 있는 트라우마의 근원을 확인하고 상처를 보듬는 계기를 선사하며 궁극적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