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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키 콜린스

윌키 콜린스

: 꿈속의 여인 외 9편

세계문학단편선-39이동
리뷰 총점9.0 리뷰 7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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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9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564쪽 | 638g | 145*207*35mm
ISBN13 9791190885331
ISBN10 119088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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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온 지 막 일주일이 됐는데 나는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나와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이 ‘영원의 도시’의 유물들에 대해 쓰는 것으로 이 결심을 실행할 것이다. 나는 그런 건 쓰지 않겠다. 나는 그보다 더 흥미로운 주제인 나 자신에 대해 쓰겠다. 내 생각이 틀릴지도 모르지만, 역사화를 그리는 화가로서 가까운 장래에 내 전기가 나올 것 같은데 그때 나에 대한 개인적이고 상세한 정보가 필요할 것이다. 나는 그림도 그리니, 내 성격 묘사도 못 할 것이 없지 않은가?

나는 요람에 있을 때부터 예술가가 될 운명이었다. 내 아버님은 대단히 탁월한 감정가이자 위대한 수집가였다. 아버님은 당신이 좋아하는 회화 대가의 이름을 따서 내 이름을 ‘페루지노’라고 지어 주고 유산으로 연 수입 500파운드를 남기면서, 임종하는 자리에서 위대한 화가가 되어 왕립 미술원에 들어가거나, 적어도 그러려고 시도하다 죽으라는 유언을 남기셨다. 나는 아버님의 말씀을 따르겠다고 결심했지만, 아직까지 왕립 미술원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미 세상을 떠난 부모님이 말씀하신 대안에 따라 죽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차라리 왕립 미술원이 먼저 파멸하기를 바라고 말지! 나는 그 형편없이 운영되는 조직인 왕립 미술원의 판단이 틀렸다는 점을 증명하겠다는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최대한 오래 살 작정이다.
---「페루지노 포츠 씨의 인생길」중에서

“저기서 거무스름한 피부의 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서 있는 모습이 보여. 아직까지 권총을 쥔 한 손은 허리 옆에 힘없이 축 처져 있지. 또 한 손은 피투성이 손수건을 입에 대고 누르고 있어. 죽음의 고통스러운 경련이 일어나 얼굴이 뒤틀려 있어. 하지만 나는 저 얼굴이 어렸을 때 윈코트 수도원에서 날 높이 안아 올려서 두 번이나 놀라게 한 바로 그 남자의 얼굴이란 걸 알아. 마치 산 사람처럼 저기 서 있는 그가 이제 자네 옆에 서 있어. 그는 크고 검은 눈으로 죽일 것처럼 나를 노려보고 있지. (…) 가지 말게! 제발, 제발 가지 마. 내가 자네를 불안하게 만들었나? 내 말을 믿지 않나? 이 불빛들 때문에 눈이 아픈가? 내가 자네를 이토록 밝은 촛불 빛 속에 앉힌 이유는 유령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보는 게 참을 수 없어서였어. 해가 질 때 어둠 속에 있으면 항상 유령에게서 빛이 뿜어져 나오지. 제발 가지 말게. 아직은 날 두고 가지 말아 줘!”
---「미치광이 몽크턴」중에서

“하얀 여자들! 하얀 여자들이 왔어! 문을 열어라, 가브리엘! 서쪽을 봐 봐. 거기에 썰물이 빠지고 모래가 말랐을 거야. 거기서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빛나는 그들, 천사처럼 키가 크고 힘이 센 그들이 길고 흰 옷자락으로 바다 위를 바람처럼 쓸면서, 흰머리를 뒤로 길게 늘어뜨리며 가고 있을 거야. 문을 열어라, 가브리엘! 그들이 네 아비와 동생이 물에 빠져 죽은 자리에 멈춰서 맴도는 모습이 보일 거야. 그들이 모래 위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가는 모습이 보일 거다. 거기서 그들은 맨발로 모래를 파고 미친 듯이 날뛰는 바다에게 죽은 자들을 내놓으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일 거다.”
---「가브리엘의 결혼」중에서

지난 2월 27일에 저는 시내 산책로에서 아주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습니다. 금발 머리에 새하얀 피부의 영국 여인이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넋을 잃고 바라보다 대화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어디 가서 한잔하자고 제안하자 그녀는 그러자고 했습니다. 우리는 아주 길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우린 서로가 천생연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여기까지는 누가 우리를 탓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 모든 여자들이 다 동의하듯 제가 잘생긴 게 잘못입니까? 애정이라는 귀여운 약점에 굴복한 게 범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다시 여쭙지만 누굴 탓할 수 있겠습니까? 누굴 탓해야 한다면 분명 인간의 본성을 탓해야죠. 그 아름다운 여인도 아니고, 미천한 저도 아닙니다.
---「꿈속의 여인」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 아침 실시된 수사에 따르면 살인자는 마구간을 나와서 오솔길을 따라 강으로 갔다. 경찰들이 강바닥을 샅샅이 훑어서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현재까지 그 여자가 익사했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다. 그날 이후로 다시는 목격되지 않았다는 점만 확실할 뿐이다.

그래서 미스터리로 시작해 미스터리로 끝난 꿈속의 여인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 여자가 유령인지, 악마인지, 아니면 인간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어떤 경이로운 존재들이 우리 주위에 있는지, 혹은 우리 안에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가장 위대한 시인이 한 말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꿈으로 만들어진 존재이고, 우리의 보잘것없는 삶은 잠으로 끝난다.”
---「꿈속의 여인」중에서

로버트가 돈을 많이 벌어서 돌아온다고 했다면 그 소식에 얼마나 행복해졌을까? 나는 그를 지금도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삶에 실망하고, 지칠 대로 지친 데다 전보다 더 가난해진 그를 다시 만나는 게 기대되지 않는다. (…) 나 때문에 이렇게 상심하는 건 아니다. 여자들은 원래 인생 자체가 고해인 데다 특히 나같이 재봉사로 일하다 보면 남자들보다 더 인내심을 기르는 법을 익히게 된다. 내가 겁이 나는 이유는 로버트가 의기소침해진 데다, 이 비정한 도시에서 나와 결혼할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버는 건 고사하고 먹고사는 데도 엄청난 고생을 하게 될 것 같아서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아무리 정직하고 마음이 따뜻하고 일할 의지가 충만하다 해도 워낙 가진 게 없어서 둘이 같이 살림을 꾸리고 단란하게 살아가는 것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 같다.
---「앤 로드웨이」중에서

“중위님에게 평생 갈 실망스러운 일이 하나 있었다고 했죠. 더 이상 설명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일이죠. 이 세상에서 가망 없는 불행은 죄다 여자들이 원흉이니까.”
“여자들로 인해 생기는 행복이야말로 유일하게 100퍼센트 순수한 행복이기도 하다네.” 크레이퍼드가 말했다.
“중위님의 여자 경험은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전 달라요. 전 모든 헌신, 인내심, 겸손, 숭배의 마음을 한 여인에게 다 바쳤습니다. 그녀는 여자들이 으레 그러듯 그런 내 마음을 아주 쉽고 우아하게, 무심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습니다. 전 용기를 내서 그녀의 마음을 얻기 전에 출세부터 하려고 영국을 떠났습니다. 대담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죽음에 맞섰습니다. 아프리카의 열 습지에서 목숨을 걸었습니다. 단지 그녀를 위해서 승진을 하고 싶었고 결국 했습니다. 영국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그 모든 걸 바치고 대가로 그저 지친 제 마음에 태양 같은 그녀의 미소를 받으며 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그 입술로 다른 남자가 그녀의 마음을 뺏어 갔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 고백을 들었을 때 저는 몇 마디 말만 남기고 그녀를 영원히 떠났습니다. 그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용서하는 날이 올 거요. 하지만 내게서 당신을 빼앗아 간 자는 당신과 처음 만난 날을 후회하게 될 거요’라고요.”
---「얼어붙은 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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