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교과서로 배우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치는데, 이를테면 초밥과 섬게알젓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과장된 제스처를 지어 보이는 겁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런 제 표정과 몸짓을 보면서 ‘좋아하다’(like)와 ‘싫어하다’(hate)라는 단어를 매우 구체적으로 익히게 되지요. 이런 방법은 교과서만으로 딱딱하게 진행하는 수업과 큰 차이를 드러냅니다. 언어뿐만 아니라 언어에 담긴 감정과 표현방식을 이해하게 되므로 단순히 어휘나 문장을 암기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언어 습득이 이루어지지요.
--- 머리말 중에서
한국 어린이들이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걱정스러워질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과서에 실린 영어 표현을 그대로 암기해 천편일률적으로 똑같은 인사를 주고받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Hello, how are you?”
(안녕, 잘 지내지?)
하고 인사를 건네면 열이면 열 모두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잘 지내, 고마워. 넌 어때?)
아니면 이렇게요.
“I’m fine, too. Thank you.”
(나도 잘 지내. 고마워.)
꼭 그렇게 대답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양 개성 없이 대답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새삼 실감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식의 틀에 박힌 표현을 거의 쓰지 않아요. 자신의 개성과 기분에 따라 자신만의 표현으로 대답하지요. 인사말에도 여러 가지 표현이 있고, 각자 자기만의 표현을 쓰도록 가르치는 것. 학생들이 영어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 본문 중에서
선생님들이 중점을 두는 것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게임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시켜 무언가를 자연스레 익히게 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지요. 이 방법의 핵심은 주의를 기울이게 하는 것(pay attention)에 있습니다. 그런 만큼 다른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다 같이 어우러질 수 있는 게임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아이들이 승부를 가리는 게임에 특히 더 집중한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 본문 중에서
수학이라고 하면 왠지 본격적인 학습을 할 것 같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수학은 사고력 훈련에 가깝답니다. 미국의 어린이들에게 수학이란 결코 ‘하나의 정답만을 구하는’ 학문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답을 얻기까지의 과정과 치밀한 수학적 사고방식을 더 중요하게 여기지요.
--- 본문 중에서
학교에서 ‘Science Fair’라는 일종의 토론 게임도 자주 열곤 하지요. 이 게임은 토론할 상대를 정한 뒤, 어떤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독창적이고 참신한 가설을 입증할수록 높은 점수를 줍니다. 말하자면 독창성을 장려하는 이벤트라고 할 수 있지요. 또한 답을 말하지 않으면 점수를 따지 못하지만 틀린 답이라도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면 점수를 딸 기회를 얻지요. 이것은 답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정답 못지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풍토에서 기인합니다. 즉, 미국의 학교 교육에서는 예술 감상이든 체육이든 또는 언어로 감상을 표현하는 것이든 도출된 결과 그 자체보다 결과를 찾아가는 방법과 과정을 중요시하는 것이지요.
--- 본문 중에서
한국처럼 미국에서도 학교에서 종종 요리수업을 합니다. 그런데 이 시간에 단순히 요리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수학이나 화학, 사회 과목 등을 결합한 일종의 통합수업을 진행합니다.
이를테면 음식에 대한 문화적인 차이(cultural difference)라든가 고체가 액체로 변하는 현상을 관찰하는 과학(science), 요리법이 적힌 글을 읽고 이해하는 언어(language), 음식 재료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배우는 보건지식(health), 요리에 얽힌 역사(history)뿐 아니라 음식 재료가 재배되고 식품으로 가공되는 과정을 배우는 농업(agriculture), 산업으로서의 식품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사회과학(social science), 식품과 요리법에 얽힌 종교적 의미를 되새겨 보는 종교(religion), 음식의 색상을 고려해 시각적으로 먹음직스럽게 차리는 방법을 배우는 미술(art) 등 실로 다양한 지식 세계를 다루지요.
요리수업시간에 또 하나 배우는 것이 있다면 이치(sequence), 순서(order)에 대한 인식을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요리법을 보면서 음식을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면 거기에 적힌 문장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들 잘 아실 겁니다. 문장의 의미만이 아니라 어떤 것을 처음에 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순서와 연결 구조를 이해해야만 하지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