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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쿠스 솔루스

로쿠스 솔루스

[ 양장 ]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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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소설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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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0월 2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574g | 150*210*30mm
ISBN13 9788954675116
ISBN10 8954675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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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쿠스 솔루스에서 캉트렐은 거의 일 년 내내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지낸다. 이들은 그의 쉼없는 탐구에 대해 열정적인 찬미의 감정을 품고 있는지라 그야말로 광신에 가까운 태도로 그의 연구수행을 돕는다. 빌라의 방 가운데 몇몇은 본보기가 될 만한 실험실로 호사스럽게 꾸며졌고, 많은 조수가 그곳을 관리한다. 선생은 과학에 인생의 전부를 바친 사람이다. 독신자로서 아무런 부양의 책임이 없는 그는 집요한 작업과정에서 스스로 설정한 다양한 목표로 생겨나는 온갖 물질적 어려움을 막대한 재산을 쏟아 단숨에 해결한다.
--- p.9

선생은 날씨를 예보하는 기술을 가능성의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놀랍도록 예민하고 정확한 일군의 기계를 검토한 끝에 일정한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공기 이동의 방향과 강도, 그리고 구름의 발생, 규모, 농도, 잠재력을 열흘 앞서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보의 완벽함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캉트렐은 태양과 바람의 협응만으로도 미학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계를 상상하기에 이르렀다.
--- p.38~39

캉트렐이 콩덱렌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그 동물은 털을 모두 뽑아버린 진짜 고양이였다. 아쿠아미칸스(선생은 우리 눈앞에서 반짝이는 물을 이렇게 불렀다)는 특별한 산소를 주입한 덕분에 여러 가지 예외적인 특성이 있었다. 예컨대 오로지 뭍에서만 사는 존재도 그 속에서 아무 문제 없이 숨을 쉴 수가 있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머리칼에서 음악이 흐르는 여인(무용수 포스틴이라고 캉트렐이 가르쳐주었다)도 고양이도 물속에 그토록 오래 머무를 수 있었던 것이다.
--- p.69

세심한 조련 덕분에 콩덱렌은 그 이상한 마스크의 날카로운 끝부분으로 당통의 뇌를 섬세하게 건드릴 수 있었고, 그 순간 끈끈한 막에 의해 이미 전기를 띠고 있던 근육과 신경은 강력한 방전과 함께 마치 옛 습관의 기억에 영향을 받은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 p.70

떨어져 있을 때는 아무런 작용도 하지 않는 두 물체이지만 서로 닿는 순간에는 강력한 전기를 발생시켰다. 이 전기는 뇌 속을 흐르면서 시체의 경직성을 이겨내는 한편, 죽은 사람에게 인상적인 인공의 생명을 부여했다. 죽은 사람은 신기하게도 기억이 깨어나 자기 생애에서 특기할 만한 어떤 순간에 행했던 동작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되풀이했다. 그러고는 미처 쉴 틈도 없이 한번 선택한 일련의 행위를 다시 반복했다. 정말로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완벽했다. 시선의 움직임이며 폐의 지속적인 운동, 말씨, 다양한 태도에 걸음까지, 그야말로 모자란 곳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 p.137~138

공포의 지배 아래, 광인의 벗어진 머리 양옆 숱이 많은 부분 가장자리에서 각각 여섯 가닥의 머리카락이 곤두서더니 스스로 솟구쳐서는 이 모공에서 저 모공으로 이동했다. 세포조직 깊은 곳의 이완에 의해 뿌리가 뽑힌 머리카락들을 모공이 위쪽 입구 가장자리를 오므려 공중으로 솟아오르게 하는 것 같았다. 각 머리카락은 수직상태를 유지하면서 미세한 궤도를 그린 뒤 그것을 받기 위해 입구를 벌린 다른 모공으로 떨어졌다. 그러면 그 모공은 새로운 안식처로 떨어진 머리카락을 받자마자 방출하여 다른 곳으로 솟구치게 했다.
--- p.218

그는 금괴를 특별한 모양의 판으로 변형시킨 뒤 무지개새의 자연적인 캐노피 아랫면에 고정시켰다. 이 금판은 새가 알을 선별하는 순간 제 인력이 미치는 범위 내에 놓인 그릇의 물을 거의 전부 끌어당겼다. 새의 기이한 꼬리는 워낙 강력해서 이중의 하중을 끄떡없이 감당해낼뿐더러 껍질을 공격하며 아래 매달린 물덩어리에 아연실색할 우연적 요동을 일으켰다. 바로 선생이 열렬히 바라던 바였다.
--- p.246

모든 도장으로 동일한 훈련을 반복한 덕분에 수탉은 소년이 무엇을 발음하든 목구멍 점막에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어서 그는 필요할 때 자발적으로 기침하는 방법을 수탉에게 가르쳤다. 특히 돌출한 점막 부분이 축축하게 충혈되었으므로 피를 뿜을 때마다 그것이 가닿는 자리에는 언제나 점막에 나타난 글자가 찍혔다. 이 밖에도 일종의 보충교육을 받은 몹쉬스는 필요한 경우 목을 뒤틀어 점막에 피가 몰리도록 할 수 있게 되었다.
---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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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여러 즐거움이 있는 것처럼 소설을 쓸 때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역시 확고하게 존재한다. 나의 경우 그것은 내가 있을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인데 내가 만드는 집은 대체로 평범한 아파트이지만 왜인지 그곳에 있는 것이 무척 좋은 것이다. 레몽 루셀이 만드는 집은 커다란 저택이고 긴 복도와 계단 지하와 창고가 있고 그리고 모든 공간은 신기하고 굉장한 것 놀랍고 알 수 없는 것들로 움직이고 채워진다. 그리고 루셀이 문을 열 때 마다 저택의 뒤로 샛길이 생기고 언덕이 나타나고 당연하다는 듯이 못 보던 방과 복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레몽 루셀은 아마 자다가도 일어나서 들뜬 상태로 자신이 지은 집의 복도를 걸어보고 거기 세워진 동상을 만져보고 보이지 않는 친구들에게 이 동상이 어디서 온 어떤 역사를 가진 물건인지 설명을 할 것이다. 그러다 그는 죽은 사람을 살려내고 그들이 보여주는 생의 강렬한 모습을 재생할 것이다.

나는 새로운 것, 굉장한 것, 때로는 순수하고 잔인한 것을 보고 싶을 때마다 이 집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다. 문을 열고 보게 되는 것은 모두 엄청나서, 내가 겪은 적 없는 이야기라도 지어내서 루셀에게 갖다 바치고 싶어질 것이다. 물론 이런 어딘지도 알 수 없는 이상한 곳에 더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고양이가 스스로 원뿔을 쓰고 당통의 머리에 전류를 흐르게 하기 위해 재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곳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내가 가보았을 때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그곳이 진짜 이 집의 입구다.
- 박솔뫼 (소설가)
매우 독창적인 레몽 루셀의 상상력을 탐험할 수 있는 매혹적인 작품. 이 작품을 탄생시킨 기법은 문학이 나아갈 전혀 새로운 길로 통하는 비밀스러운 통로를 열어주었다.
- Jim Jarmusch (영화감독)
루셀에게는 아주 강렬하고 아주 불길하며, 파스칼이 두려워한 ‘무한공간’의 어둠을 품은 무언가가 숨겨져 있다. 그의 작품을 읽을 때면 일종의 보호장치를 필요하게 하는 무언가가.
- 존 애슈버리 (문학평론가)
현대의 가장 위대한 최면술사가 쓴 매혹적이고 유일무이한 소설.
- 앙드레 브르통 (시인)
비정상적인 과학자의 부지를 안내하는 가이드인 동시에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프리즘인 놀라운 소설. 고딕적인 동시에 모던하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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