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지성인을 너무 많이 봐 왔다. 입을 열 때마다 주옥같은 말을 내뱉는 소중한 지성인들에게 진짜 신물이 난다. 신경 쓰지 않으려고 속으로 계속 숨 쉴 자리를 만드는 데 이골이 난다.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들과 떨어져 지냈으며, 지금 사람을 만나 보고 다시 내 동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에 걸리는 게 더 있다. 곤충과 야자수와 후추통인데 내 동굴에 후추통을 갖다 놓을 거라 생각하니 웃겼다.
사람은 항상 배신한다.
그러니 절대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
--- p.40
그들이 우리에게 알려 주지 않을 것은 우리의 미치광이, 우리의 암살범이 우리의 현재 삶, 훌륭한 미국 전통 방식의 삶과 죽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우리 모두 겉보기엔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게 기적이다! 대신 꽤 암울하게 존재해 왔으니 우리는 있는 그대로 광기에 대해 솔직히 말해야 한다.
난 산타페에서 연설을 한 번 했고, 아니 꽤 취해 있었고, 친구가 좀 알려진 정신과 의사였는데 술을 마시는 와중에 내가 몸을 숙이고 물었다. “진, 말해 봐. 내가 미쳤어? 어서 말해 줘. 감당할 수 있어.”
그는 남은 술을 들이켠 다음 잔을 커피 테이블에 내려놓고 말했다. “그걸 알고 싶으면 우선 돈을 내.”
그래서 적어도 우리 중 한 사람은 미쳤다는 걸 알았다.
--- p.73
이 시대가 좋다. 이런 기분이 좋다. 젊은이들이 마침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젊은이가 점점 더 많아졌다. 하지만 그들은 매번 감정에 휘둘리고 그 휘둘림에 죽음을 당한다. 늙고 완고한 사람들은 겁에 질렸다. 그들은 혁명이 매국의 방식으로 투표를 불러오리란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총알 없이 그들을 죽일 수 있다. 단순히 더 현실적이고 더 인간적이 되어 쓰레기를 몰아내는 것으로 그들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영리하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줄까? 험프리 아니면 닉슨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차가운 똥이나 따뜻한 똥이나 다 똥이다.
--- p.99
무엇이 사람을 괴롭히는지 단정 지을 수 없다. 아주 사소한 것도 어떤 마음가짐이냐에 따라 끔찍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끔찍한 근심/두려움/고통이 주는 피로는 설명할 수도, 이해할 수도, 생각에서 지워 버릴 수도 없다. 판금 조각처럼 몸에 박혀서 떨어지지 않는다. 시간당 25달러를 받아도 말이다. 나도 안다.
--- p.142
필라델피아에서 난 밑바닥이라 샌드위치 심부름 같은 일을 했다. 앞 시간 바텐더인 짐이 오전 5시 30분에 날 들여보내면, 그는 걸레질을 하고 난 7시에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까지 공짜로 술을 마셨다. 술집이 밤 2시에 문을 닫으니 잠잘 시간이 없었다. 그렇지만 요즘은 별로 한 일이 없다. 잠도 먹는 것도 다른 것도 다. 술집이 너무 낡고 오래되고 소변과 죽음의 냄새가 풍기다 보니 창녀가 시선을 끌러 들어왔을 때 우리는 특히 감동을 먹었다. 월세를 어떻게 낼 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
이때쯤 《포트폴리오 III》에 헨리 밀러, 로르카, 사르트르를 비롯해 다른 문인들의 작품과 나란히 내 단편소설이 실렸다. 《포트폴리오》는 10달러에 판다. 개별 페이지이며 면이 크고 각 장마다 비싼 컬러 용지에 다른 글씨체가 찍혀 있고 그림도 화려하다. 여성 편집자 커레스 크로스비가 내게 편지를 보냈다. “최고로 특이하고 근사한 이야기예요. 당신은 누구죠?” 그래서 나도 답장을 보냈다. “친애하는 크로스비 씨, 나도 내가 누군지 모릅니다. 찰스 부코스키 드림.” 그 일 이후 글 쓰는 일을 10년 동안 그만두었다.
--- p.158~159
우리는 언덕 꼭대기에 자리한 작은 월세방에 살았다. 뒷마당에 잔디가 길게 자랐고 파리 떼가 그 사이에 숨어 알을 낳고 나와 마당에서 사방으로 날아다녔는데 4만 마리는 족히 되어 날 미치게 했다. 난 커다란 스프레이통을 사다가 하루에 1000마리씩 죽였지만 놈들은 너무 빨리 짝짓기를 했고 우리도 그랬다. 이 집에 살던 미친 사람들이 침대 주변에 선반을 가득 달고 그 위에 제라늄 화분을 쭉 늘어놓았다. 커다란 화분, 작은 화분 할 것 없이 제라늄이었다. 우리가 침대에서 섹스를 할 때 벽이 흔들리고 벽은 다시 선반을 흔들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서서히 용암이 분출할 때처럼 선반에서 화분이 떨어지려는 소리가. 그래서 난 얼른 멈췄다. “아니, 안 돼요. 멈추지 말아요. 아, 세상에, 멈추지 말아요!” 그래서 난 계속했고, 선반은 내 등, 엉덩이, 머리, 다리, 팔 쪽으로 기울어지며 화분을 던지려 했고, 그녀는 웃으며 비명을 지르고 그렇게 절정에 올랐다. 그녀는 그 화분들을 좋아했다. “저 빌어먹을 선반을 벽에서 다 떼어 버릴 거야.” 내 말에 그녀가 간곡히 부탁했다. “아, 안 돼요. 제발 부탁이니 그러지 말아요!” 그녀가 너무 간청해서 난 그럴 수가 없었다. 망치로 선반을 고정하고 화분을 고정하고 다음번을 기다렸다.
--- p.183~184
어느 날 밤 불이 모두 나갔을 때 침대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깨어났는데 더러운 벽에서 잤지만 정신이 말짱했다. 왜 일어났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슬펐다. 한쪽 팔꿈치를 괴고 몸을 일으켜 사방을 둘러보니 모두 집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달빛이 비추는 쪽에 놓인 빈 와인병만 보였다. 속이 부대끼는 힘든 아침이 기다리고 있어서 침대 주변을 살피니까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어떤 여자가 나와 같이 있기로 했나 보다. 그건 사랑이고 용기다. 젠장, 누가 진짜 날 이해해 줄까? 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영혼에 엄청난 용기를 품은 사람이다. 나와 같이 있을 용기와 통찰력, 배짱을 지닌 이 달콤하고 작은 사슴을 보상으로 취하기만 하면 된다.
--- p.214~215
친애하는 부코스키
서른다섯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잖아요. 그 전에는 뭘 했나요?
ER
친애하는 ER
글을 안 썼지.
--- p.227
“안녕하세요?” 그녀가 먼저 말했다. “난 엘시예요.”
“별로 안녕하지 못해요. 난 행크예요.”
그녀가 안으로 들어와서 낡은 책상 위로 몸을 구부렸다. 그녀는 어린아이의 옷을 입은 것 같았고 어린아이처럼 움직였고 눈 속에 즐거움이 어려 있지만, 깨끗한 갈색 소녀 원피스를 입은 가슴이 고동치고 기적적인 전류가 흐르는 여성이었다.
“음료수 하나 사도 돼요?”
“그러세요.”
그녀가 돈을 주었고 난 그녀가 음료수 상자를 열어 진지하게 고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가 작은 스툴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는 걸 구경했다. 전깃불을 통해 탄산 방울이 병 위로 올라오는 게 보였다. 난 그녀의 몸을 쳐다보고 그녀의 다리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따뜻한 갈색 친절이 내 속을 채웠다. 주당 18달러를 받고 밤마다 의자에 앉아 있는 건 외로운 일이다.
--- p.239
내가 절대 신경 쓰지 않는다거나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거나 절대 증오하지 않는다거나 절대 희망을 갖지 않는다거나 절대 즐거워하지 않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내가 완전히 열정이나 감정이나 뭐 그런 것들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 감정, 내 생각, 내 방식이 아주 이상하게 달랐고 내 또래들과 반대라는 점이 낯설 뿐이다. 난 결코 그들과 어울리지 못한 것 같고, 그래서 그들의 선택과 내 방식 모두를 통해 얼어 버렸다.
--- p.290
간혹 그녀가 주방에 있을 때면 마치 남자 목소리처럼 매우 쉬어 버린 추악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 그럴 때면 주방으로 가서 그녀에게 물었다. “왜 그래, 자기?” 이어서 말했다. “난 음탕한 인간말짜가 될 거야.” 그리고 큰 잔에 술을 따라 마신 다음 거실로 가서 앉았다.
--- p.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