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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제왕의 생애

나, 제왕의 생애

[ 양장 ]
쑤퉁 저 / 문현선 | 아고라 | 2013년 08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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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0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60g | 123*188*30mm
ISBN13 9788992055406
ISBN10 899205540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울지 마십시오. 그대는 섭왕입니다. 제왕은 신하들 앞에서 울어서는 아니 되는 것입니다.”
각공은 가사 자락을 말아쥐고 내 눈물을 훔쳐주었다. 그는 고요하고도 성스럽게 느껴지는 미소를 띤 채, 여전히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나는 그가 소맷자락 사이에서 『논어』라고 씌어 있는 책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그가 말했다.
“그대는 아직까지 이 책을 다 읽지 않으셨지요. 그것이 제가 궁을 떠나면서 느끼는 유일한 아쉬움입니다.”
“난 책을 읽지 않을 거야! 난 스승님이 계속 궁 안에 있게 할 거야!”
“그러니 결국 그대는 아직 어린아이인 것이지요.”
각공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빛은 화톳불처럼 이글거리며 한참이나 내 이마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검은 표범과 용이 새겨진 내 왕관을 가볍게 쓸어주더니, 왠지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 어린아이의 몸으로 제왕이 된 것이 너의 운명이고, 또한 너의 불행이구나.”
--- p.46

금의위 무사는 겨우 울음을 삼키고, 생사의 기로에 서서 내장을 누르고 있는 장수를 가리켰다.
“폐하, 저 사람은 참군 양송이옵니다. 부디 은덕을 베푸시어 회궁하는 길에 양참군을 데리고 가도록 윤허해주옵소서.”
나는 창에다 눈을 갖다대고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보았다. 과연 봉황관으로 나아가 장수들의 힘을 북돋우라 재촉하던 참군 양송이었다. 이제 그는 휘청거리며 눈밭 위에 서 있었다. 찢어진 창자는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와 땅 으로 늘어져서는, 핏자국으로 얼룩진 군화 밑의 흰눈을 더더욱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만신창이가 되어 죽어가는 양송의 두 눈을 보았다. 슬프고도 아프게 나의 가슴을 찌르는 절망의 눈동자였다. 나는 내가 놀란 나머지 넋을 읽은 것인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에 겁에 질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거나 나는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나 금의위 무사를 향해 나조차 이해할 수 없는 외마디 소리를 내질렀다.
“죽여라!” --- pp.93~94

“장현령은 메뚜기 떼에 물려 죽은 것이 아니옵고 메뚜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죽은 것이옵니다. 장현령은 그날 현의 모든 아전들에게 명하여 밭에 있는 메뚜기를 모두 잡게 하였으나, 아무리 잡아도 효과가 없자 미치기 일보직전이 되어 잡은 메뚜기를 모두 집어삼켰다 하옵니다. 현의 백성들이 모두 이 일에 감동을 받아 눈물바다를 이루었다는 후문이옵니다.”
나는 안자경의 말을 듣고 차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내가 말했다.
“메뚜기는 곡식을 삼키고, 현령은 메뚜기를 삼키다니. 세상에 신기한 일도 다 있구나. 하지만 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난 정말 알 수가 없었다. 배현의 현령이 메뚜기를 잔뜩 먹고 죽은 것은 황당하고도 비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걸 미덕과 절개로서 표창함이 마땅한 것인가? 나는 조례 때 정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가 자주 난감한 상황에 빠졌고, 그럴 때마다 엉뚱한 질문을 던지곤 했다.
“그대들 가운데 광대의 줄타기를 본 사람이 있는가?” --- pp.169~170

“저들의 수단이 이리도 비열하고 지독할 줄은 미처 몰랐어요. 하느님, 저들이, 저들이 절더러 흰 여우를 낳았답니다. 흰 여우를.”
혜비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들었다.
“나의 폐하! 지고무상한 섭왕이시여! 제게 말씀해주십시오. 제가 살까요, 죽을까요? 진실로 제가 죽어야만 하는 것입니까? 반드시 죽어야만 하는 것이라면, 폐하께서 흰 비단을 내려주시옵소서.”
나는 얼음처럼 식어가는 혜비의 여윈 몸을 끌어안았다. 마음 또한 슬프고 처량하기가 시린 물과 같았다. 모란꽃이 흐드러지게 폈던 봄날 이후, 이 선녀 같은 품주 소녀는 하루하루 내게서 멀어져갔다. 그 순간 나는 형체 없는 악랄한 손길이 그녀를 무덤 속으로 밀어넣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나는 왜 그 가엾은 여자를 구해줄 수 없었던가. 그녀가 구원을 청하며 내게 매달렸을 때, 웬일인지 나는 무엇인가에 두 손을 묶인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 pp.193~194

‘장자 단문을 세워 섭국의 군주 자리를 잇게 하라.’
나는 그 유조를 손에 든 채 할 말을 잃었다. 몸 전체가 우물에 떨어진 돌처럼 끝없이 아래로, 아래로 까부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단문이 싫었고 또 내 자신이 싫었다.
“이건 내가 너희 사내놈들과 즐긴 한바탕의 농담이니라. 나는 가짜 섭왕을 만들었다. 너를 조종하는 게 더 쉬웠기 때문이지.”
노부인의 바싹 마른 얼굴에 한 차례 찬란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가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말했다.
“나는 섭국을 여덟 해 동안 통치했고, 쉰일곱 해를 살았다. 원없이 살았어.”
“이게 도대체 뭡니까? 왜 당신의 음모와 죄악을 무덤까지 가져가지 않고, 나에게 비밀을 털어놓는 겁니까?”
분노와 참담한 슬픔이 봇물 터지듯 가슴속에서 터져나왔다. 나는 있는 힘껏 침상에 누운 노부인의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그녀는 죽어버렸다. --- p.207

“내가 무슨 빌어먹을 개 방귀만도 못한 왕이란 말이냐? 나는 하늘 아래 가장 유약하고 무능하며, 또한 가장 가련한 제왕이로다. 어릴 때에는 유모와 환관, 궁녀 들이 하라는 대로 했고, 글을 깨우칠 무렵에는 승려 각공이 하라는 대로 했으며, 왕이 되어서는 황보부인과 맹부인이 하라는 대로 했다. 이제 나라의 정세가 크게 변하여 민심이 흉흉하고 여기저기서 반란을 일으키고 있으니 모두 다 늦었구나. 한 자루 칼이 내 목을 노리고 달려드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그저 여기서 한숨만 내쉬고 있을 뿐이다. 연랑, 말해보아라. 내가 무슨 빌어먹을 왕이란 말이냐?”
이 말을 충동적으로 내뱉은 후에 나는 목을 놓아 엉엉 울었다. 울음은 갑작스레 터져나왔으나, 사실 오랫동안 쌓인 묵은 감정들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었다. 연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할 말을 잊은 채 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가 생각해낸 첫 번째 일은 내 침실 문을 닫는 것이었다. 아마도 제왕의 통곡 소리가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큰 금기사항이라는 사실을 기억했던 모양이다.
--- pp.217~218

“이제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내가 연랑에게 말했다.
“나는 재난이 한 걸음씩 대섭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만 믿는다. 머지않아 섭국의 마지막 날이 올 것이야.”
연랑은 몸에 베어 버릇이 되어버린 굽은 자세로 어둠 속에 서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울먹이는 목소리는 똑똑히 들렸다. 그 목소리는 마치 슬피 우는 여인의 그것 같았다. 나는 연랑이 내 공포와 슬픔을 이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이 재난의 불길을 피할 수만 있다면, 내가 살아서 대섭궁을 나갈 수만 있다면, 연랑, 너는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아느냐?”
“품주성의 광대패를 찾아가실 것이옵니다. 줄타기를 하러 가실 것이옵니다.”
“그래. 그 광대패를 찾아갈 것이다. 줄타기를 하러 갈 것이다.”
“폐하께서 줄타기를 하시면, 소인은 통나무를 탈 것입니다.”
나는 연랑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 우레가 치고 소낙비 내리는 불길한 밤, 나는 출신이 미천한 다 큰 내시와 얼싸안고 흐느껴 울며 여덟 해에 걸친 제왕으로서의 삶의 최후를 미리 애도했다.
--- pp.244~245

나는 연랑이 뱃속에 든 물을 다 토해낸 뒤 천천히 깨어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연랑은 정신이 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련하구나, 나는 비천하구나, 나는 대체 뭣에 쓰는 물건이란 말인가?”
대장간의 어지러운 분위기를 틈타 나는 밖으로 빠져나왔다. 거리는 쥐죽은 듯 조용했고, 대장간 앞에는 말라비틀어진 지푸라기와 녹이 얼룩덜룩 묻은 농기구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 농기구들 더미 속에서 나는 예리한 비수 하나를 발견했다. 누가 거기에 숨겨놓은 것인지 아니면 버린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 작은 비수를 허리춤에 감추고 그 거리를 떠났다. 연랑이 하늘과 세상을 원망하는 소리가 계속 내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대체 뭣에 쓰는 물건이란 말인가?’
연랑의 가련함과 비천함은 태어나면서부터 타고난 것인 듯했다. 그렇다면 연랑과 비교해서 나는 또 무엇을 하는 물건이란 말인가? 아마도 한림원의 학사들이나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는 일일 것 같았다. --- pp.276~277

혜비는 갑자기 내 손을 휙 뿌리쳤다. 이제 그녀의 얼굴은 날 조롱하는 듯한 차가운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모두들 섭왕은 팽나라로 도망쳤다고 하더이다. 모두들 섭왕이 팽나라로 가서 군사를 빌려 왕궁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이르더이다. 나라를 잃은 왕이 이렇게 기원과 주루 사이를 오가며 제 즐거움만 찾고 있을 줄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혜비는 화장대 앞으로 걸어가더니 구리 거울을 앞에 놓고 얼굴에 잔뜩 분가루를 찍어 발랐다. 그녀가 말했다.
“저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입니다. 하지만 궁 안에서나 궁 밖에서나 세상 어느 곳을 보아도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없더이다. 대체 어디에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 p.293

“걸어라! 뛰어라! 재주를 넘어라! 재주를 넘어!”
사람들이 하나같이 욕망을 좇아 움직이고 돈 냄새가 코를 찌르는 향현 거리에서, 나는 내 인생을 완전히 둘로 가를 수 있었다. 제왕으로 살았던 반 인생은 낙엽처럼 대섭궁의 담장 밑에서 소리 없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하는 광대로서의 나는 아홉 자 높이의 공중에서 이제 막 태어난 것이었다. 나는 그 줄 위에서 무엇을 들었던가? 북풍이 서럽게 울부짖으며 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내 발밑에서 과거의 나의 백성들이 신이 나 고함을 치고 있었다.
“줄타기 왕! 걸어라, 걸어! 뛰어라, 뛰어! 재주를 넘어봐!”
그래서 나는 걷고 뛰고 재주를 넘었다. 단단히 매어져 있는 줄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줄 위에서 무엇을 보았던가? 진실한 내 그림자가 향현의 저녁 빛 속에서 점점 커지는 모습을, 아름다운 흰 새가 내 영혼의 깊은 곳으로부터 날개를 펴고 자유롭고 오만하게 세상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는 것을, 저 푸르고 끝없는 하늘 위로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줄타기 왕이다.
나는 새다. --- pp.321~322

나는 팽나라 사람들이 사람의 피로 섭국의 경성을 씻어내는 아비규환의 장면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미친 피바람은 새벽부터 오후가 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온 성 안은 푸른 옷과 흰 투구를 쓴 팽나라의 기병으로 가득 찼고, 그들의 손에 들린 칼은 피로 씻겨서 시뻘건 색이었다. 투구와 갑옷은 피칠갑이 되어 있고 기이한 형태의 살점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성 안 곳곳에서 칼에 베여 죽어가는 사람들의 슬픈 아우성이 들려왔다. 옷매무새와 머리칼이 있는 대로 흐트러진 섭나라 경성의 백성들이 여기저기로 달아나는 모습이 보였다. 몇 명의 사내가 성벽을 기어올라가다가 곧장 날아온 화살을 맞고 떨어져 땅에 널브러졌다. 나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지르는 절망적인 비명 소리를 들었다. --- p.336

제 육대 섭왕 단문의 재위 기간은 겨우 육 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역대 섭왕 가운데 가장 명이 짧은 제왕이었다. 그리고 가장 운이 나쁜 제왕이기도 했다. 후대의 사학자들은 섭국의 역사를 분석하면서 대부분 그를 나라를 망친 나쁜 군주라고 평가했다. 그들은 그의 독단과 오만, 그리고 자기 과신이 아름다운 한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끈 것이라고 했다.
나는 이번에도 방관자가 되었다. 그해 봄에 나는 수없이 많은 밤마다 단문의 꿈을, 내 이복형제이자 태어나면서부터 내 적수였던 그의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 베개를 베고 누워, 왕관을 둘러싼 길고도 지루한 싸움이 마침내 끝났음을, 우리 두 사람 다 역사의 조롱을 이기지 못한 피해자라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 pp.341~342

시간이 흐르자 팽나라와 진나라, 적나라가 서로 싸우게 되었다. 전쟁을 피하려는 사람들이 아이들과 여인들의 손을 잡고 하나둘씩 고죽산으로 들어왔다. 고죽산은 차츰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나중에 그들은 산 아래에 모여 살게 되었다. 맑은 아침이면, 그들은 산허리에 있는 절에서 어떤 괴팍한 승려 하나가 두 소나무 사이에 높디 높게 줄을 걸어놓고 새가 나는 것처럼 빠르게 내달리거나 학이 서 있는 것처럼 한가롭게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나는 낮에는 줄을 타고, 밤에는 책을 읽었다. 『논어』를 읽고 또 읽으며 무수한 밤을 보냈다. 나는 어떤 날은 이 성현의 책이 세상 만물을 모두 끌어안고 있다고 느꼈고, 또 어떤 날은 거기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느꼈다.
--- pp.35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철없고 놀기 좋아하는 평범한 열네 살 소년인 단백은 어느 날 갑자기 섭나라의 제왕 자리에 오르게 된다. 다섯 번째 아들이었던 탓에 한 번도 자신이 왕이 될 거라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가 제왕이 된 후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된 것은, 선왕의 후궁이자 맏형 단문의 생모인 양부인의 죽음이다. 그녀는 유서가 조작된 것이며, 왕이 될 사람은 장자 단문이었다고 절규하며 산 채로 순장된다.
할머니 황보부인과 어머니 맹부인의 섭정을 받으며 꼭두각시 노릇을 하게 된 단백은 정사를 돌보는 데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한다. 게다가 그는 자신을 암살하려 한 사람이 누구인지 추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전혀 실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아버지의 후궁들의 혀를 자르고, 할머니의 국화밭을 짓밟는 등의 잔인하지만 부질없는 장난질뿐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국경에 있는 군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순행을 떠나게 되고, 헐벗고 굶주린 백성들의 비참한 삶과 평민들의 자잘한 즐거움을 처음으로 목도한다. 미복으로 저잣거리에 나간 그는 광대의 줄타기 공연을 보고, ‘왕인 자신보다 저 광대가 더 자유롭고 위대하다’고 말한다. 한편 그의 잘못으로 인해 섭나라는 팽나라와의 전투에서 크게 패하게 되고, 그후로 팽나라의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된다.
황보부인과 맹부인의 섭정과 단백의 지리한 생활은 그가 장성한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게다가 화의의 대가로 왕비로 맞은 팽나라의 공주를 비롯해, 그를 둘러싼 비빈들의 암투는 그를 더욱더 피곤하고, 비참하게 한다. 결국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했던 귀비 혜선이 여우를 낳았다는 모함을 받고 궁을 떠날 때에도, 단백은 두 손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한심한 제왕이 다스리는 섭나라에서는 재해와 민란이 연이어 일어나고, 결국 무력한 단백 대신 단문이 나서서 민란을 진압하게 된다. 단문의 승전보가 울릴 즈음, 황보부인은 ‘원래 왕이 될 사람은 단문이었으며, 자신이 좀더 조종하기 쉬운 상대를 찾아 유서를 조작한 것’이라고 밝힌 후 세상을 떠난다. 결국 단문은 운명의 흐름을 따라 자신의 면류관을 찾으려 반란을 일으키고, 단백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왕이 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힘없이 왕위에서 쫓겨나게 된다.
목숨만을 구한 단백은 자신의 충실한 내시 연랑과 함께 길을 떠나게 된다. 평민으로서 가시밭길을 걷게 된 단백은 설상가상으로 강도까지 당해 완전히 빈털터리가 된다. 단백과 연랑은 대장간을 하는 연랑의 집으로 찾아가지만,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 이제 자신의 신세를 확실히 깨닫게 된 단백은 연랑을 놓아주고, 홀로 길을 떠난다. 어릴 때부터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를 좋아했던 단백은 새와 가장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이 줄타기 광대라고 생각하고, 옛날의 순행 때 만났던 품주 광대패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의 앞에 나타나는 것은 굶어 죽고, 아이를 팔고, 역병에 걸려 죽는 비참한 사람들의 무리일 뿐, 광대패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결국 그는 다시 자신을 찾아온 연랑과 함께 단 둘만의 광대패를 꾸린 후, 홀로 줄타기 기예를 익히기 시작한다.
날쌘 몸과 놀라운 평형감각을 타고난 단백은 서서히 ‘줄타기 왕’의 명성을 얻게 되고, 그의 광대패는 열여덟 명의 대규모 광대패로 성장한다. 이제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온전히 발밑의 세상을 지배하게 된 단백은, 줄타기 공연을 하러 자신의 옛 수도로 간다. 그러나 단백의 광대패가 경성에 간 날이 바로 ‘죽음의 날’이었다. 섭나라를 멸망시키러 침입한 팽나라의 군사들에게 단백을 제외한 광대패 사람들 모두가 죽임을 당하고, 또다시 혼자가 된 단백은 활활 타는 섭나라 왕궁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그후 단백은 아무도 모르는 깊은 산 속, 고죽사로 들어가 홀로 낮에는 줄을 타고, 밤에는 책을 읽으며 여생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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