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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도일을 읽는 밤

코난 도일을 읽는 밤

: 셜록 홈즈로 보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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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62g | 148*210*20mm
ISBN13 9788932472157
ISBN10 893247215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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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그레이엄 그린의 유명한 글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읽은 책이야말로 평생에 걸쳐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한다. “나이가 든 다음 우리는 어떤 책을 존중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얻고, 또 이미 품고 있던 선입견을 교정하는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그보다는 책을 통해 이미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는 확신을 재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모든 책은 우리에게 미래를 알려 주는 예언서다.”

낭만적인 시인들은 초원의 빛이나 꽃의 영광 같은 유년 시절을 한숨 쉬며 추억했다. 하지만 매끄럽게 윤기 나는 네 권의 페이퍼백 앞에서 데이지나 무지개가 어찌 비교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30년 넘게 문학 저널리스트로 일하면서 무수한 신간들을 읽으며 검토했다. 아, 하지만 그때, 그 시절 학교에서 쓰던 나무 책상, 그 자리를 거쳐 간 기나긴 세월 속 학생들의 이니셜이 조각칼로 여기저기 새겨진 책상에서 나는 각각의 페이퍼백 아트워크를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았고, 뒤표지를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으며, 완벽하게 제본된 책등 꼭대기에서 발견한 섬세한 접착제 선을 꼼꼼하게 관찰하곤 했다. 그다음에야 주변을 휘휘 돌아보고, 때때로 억누르기 힘든 부러움에 휩싸여 근처 책상들 위에서 반짝거리는 보물들을 탐색하곤 했다. 제아무리 귀중한 초판본이라 할지라도, 누가 봐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북클럽 페이퍼백들만큼 조심스럽게 다뤄지고 소중하게 다뤄지진 못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사도록 나를 충동질한 소식지의 요약본을 기억해 낼 수 있다. 그 불길한 제목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소식지에는 페이퍼백 표지 그림의 축소판이 실렸는데, 달빛 비치는 바위 위에 쭈그리고 앉아 이글거리는 눈을 빛내는 어둠침침한 ‘무언가’가 그려져 있었다. 게다가 스릴 넘치는 문구마저 불을 활활 뿜었다. ‘한밤중 황무지에서 불쑥 튀어나와 공포와 폭력적인 죽음의 기운을 퍼뜨리는 이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당연히,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서 튀어나온 괴물 같은 하운드 견 아니겠는가! 내가 신청한 바로 그 책을 펼쳐 들었을 때, 안쪽 페이지 해설 부분에는 괴물이 좀 더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나에게 이빨 자국을 남겼고, 그때까지는 잠잠했던 독서에의 진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렀을 무렵, 나는 더 이상 이전과 똑같은 열 살짜리 소년이 아니었다.

코난 도일이 자신의 장점으로 ‘꾸밈없음’을 꼽았다는 건 정말 당연해 보인다. “그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타인의 미덕은 ‘남자다움’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여가 활동은 ‘일하는 것’, 행복의 이상향은 ‘충만한 시간’, 실생활에서 가장 우러러보는 영웅이라면 ‘의무를 다하는 남자’, 가장 혐오하는 성격은 ‘가식과 자만심’이라고 답했다.” 당연하게도 코난 도일의 작품 모두가 명예와 의무, 용기와 진심의 위대함에 대한 기사도적인 이상을 온전히 지지한다.

왓슨의 놀라움에 찬 반문(“도대체 어떻게 아셨지요?”)은 셜록 홈즈 소설들의 주요한 주제 중 하나를, 그리고 영원토록 지속될 매혹의 많은 부분을 어렴풋이 암시하고 있다. 우리같이 열등한 인간들은 그저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이 위대한 탐정은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관찰하고 사고하며 올바르게 추론해 낸다. “그런 사실들을 알아내는 게 제 일이죠.”

살아가는 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홈즈의 공적을 기록한 왓슨의 글을 읽게 된다. 어릴 땐 능란하게 유지하는 속도감과 스릴 넘치는 줄거리 때문에 읽는다. 더 나이가 들면 이 세상 모든 것이 정의로워 보이던, 혹은 최소한 이 세상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처럼 보이던 시절, 가스등 불빛이 은은하게 빛나는 아늑한 1895년으로 돌아가고 싶기 때문에 읽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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