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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쇄미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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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임진왜란 기록, 오희문의 난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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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638g | 148*215*30mm
ISBN13 9791189946845
ISBN10 118994684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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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왜선 수백 척이 부산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소문이 돌더니, 저녁나절에는 부산과 동래가 함락되었다는 말이 들려와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옛날 역사책에서 난리를 만난 사람들이 이리저리 각자 피란하여 사느라 부모, 처자, 형제, 친척도 서로 보존하지 못하는 것을 볼 때마다 책을 덮고 가슴 아파했는데, 오늘 내가 그 꼴을 당하게 될 줄 어찌 알았겠는가.
--- 「1장, 임진왜란이 일어나다」 중에서

또 들으니, 왜적이 영남 지역 반가의 여인 중 얼굴이 고운 사람을 뽑아 다섯 척의 배에 가득 실어 제 나라로 보내 빗질하고 화장을 시켰는데, 순종하지 않으면 대번에 노하기 때문에 모두들 죽음이 두려워 억지로 따른다고 한다. 이들은 사실 여기서 먼저 겁탈한 뒤 보낸 여자들이다. 그 뒤에도 그들의 뜻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여러 적이 돌아가면서 강간한다고 하니, 더욱 비통한 일이다. 이는 이 고을 복병장 김성업이 포로로 잡혀갔다 돌아온 사람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라고 하니, 분명 헛말이 아닐 것이다.
--- 「1장, 임진왜란이 일어나다」 중에서

◎ ─ 5월 1일
… (막내딸) 단아가 초학草?(학질의 초기 단계)에 걸려서 처음에는 오후에 앓더니 그저께부터 밤 이경二更(21~23시)에 몸을 떨었다. 조금 있다가는 속머리를 몹시 아파하다가 이튿날 아침까지도 낫지 않고 오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가라앉았다. 오늘 밤에 또 크게 앓으니 곧 4직直(추워서 떨다가 높은 열이 나고 땀을 흘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주기)이다.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니 매우 걱정스럽다.
--- 「2장, 흉적은 아직도 섬멸하지 못하고」 중에서

◎ ─ 3월 29일
설을 쇤 뒤로 한집의 위아래 사람들이 계속 죽만 먹고 밥을 지어 먹은 적이 없는데, 근래에는 더욱 심하다. 게다가 장과 소금물도 없이 산나물을 삶아 쌀과 섞어서 죽을 쑤어 모두 반 그릇씩만 먹었다. 아이들이 배고픔을 참지 못하니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나만 7홉의 밥을 먹는데, 밥상을 대할 때마다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두루 나누어 줄 수 없는 형편이라 막내딸에게만 조금 나눠 주었다.
--- 「3장, 그저 하늘의 뜻을 따를 뿐」 중에서

◎ ─ 6월 2일
지금 어머니께서 학질을 앓으시어 학질을 빨리 없애는 세 가지 방법을 써 보았다. 하나는 복숭아 열매를 주문을 외며 먹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래된 신발 밑창을 불에 태워 가루로 만들어서 물에 타서 먹는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제비 똥을 가루로 만들어 술에 담가 코 밑에 대고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옛날부터 썼던 방법으로, 효력이 가장 잘 나타나고 하기에도 어렵지 않다.
--- 「4장, 이루 말할 수 없는 농사의 기쁨」 중에서

◎ ─ 12월 18일
… 막정은 본래 평양에서 살았는데, 14세에 붙잡아 와서 심부름을 시킨 지 이제 37년이 되었다. 여러 곳의 노비들에게 해마다 목화 번동(다른 물건끼리 값을 쳐서 셈을 따지는 일)을 하고 자식들의 혼인 때 남에게 요청하거나 빌리는 일 등을 도맡아 했다. 그런데 조금도 지체하거나 기만하여 제때 미치지 못하는 걱정이 없었으니, 나와 처자식이 난리 속에 피란하면서도 의지하여 일을 맡겼다. … 마침 그의 처 분개가 도망간 뒤로는 상전을 원망하며 더욱 집안일을 살피지 않고 명을 따르지 않았다. … 열흘 전부터 병세가 몹시 위중해져서 마침내 죽기에 이르렀으니 매우 불쌍하다. 근래 막정이 한 짓을 보면 죽어도 아까울 것은 없지만, 이전에 애쓴 일이 매우 많고 타향에서 객사했으니 애통함을 금치 못하겠다. 관을 준비해서 묻어 주고 술과 과일을 차려 제사 지내 주었다.
--- 「4장, 이루 말할 수 없는 농사의 기쁨」 중에서

◎ ─ 2월 6일
새벽에 집사람이 꿈속에서 죽은 딸을 보았는데, 완연히 평소의 모습과 같았다고 한다. 집사람과 서로 마주보며 애통해했다. 오늘이 발인이라 분명 떠도는 넋이 먼저 와서 꿈에 보였나 보다. 슬퍼서 통곡했다. 둘째 딸도 두 번이나 꿈에서 보았다고 한다. 평소에 슬하를 떠나지 않았던 아이를 이제 산골짜기에 묻으니, 외로운 넋이 분명 컴컴한 무덤 속에서 슬피 울고 있겠지. 더욱 지극히 애통하다.
--- 「6장, 지극한 기쁨 뒤에 비통한 마음이」 중에서

◎ ─ 7월 11일
지난밤 동쪽 마을에 사는 채억복 집의 마구간에 큰 호랑이가 들어와서 휘젓고 망아지를 물어 갔는데, 억복이 몽둥이를 들고 횃불을 밝혀 쫓아가서 도로 빼앗아 가지고 왔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호랑이가 다시 와서 햇닭을 물어 갔다고 한다. 매우 두렵다. 우리 집의 계집종들은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아 밤마다 문밖에 횃불을 밝히고 둘러앉아서 길쌈을 한다. 말려도 말을 듣지 않으니,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다. 밉살스럽다.
--- 「7장, 흉악한 왜적은 여전히 변경을 차지하고」 중에서

◎ ─ 12월 16일
조보를 보니, 흉악한 왜적이 모두 바다를 건너갔고 명나라 수군과 우리나라 수군이 뒤쫓아 공격하여 다수의 수급을 베었다고 한다. 그런데 통제사 이순신이 탄환에 맞아 죽었고 전사한 수령 및 첨사, 만호가 10여 명에 이르니, 죽은 군졸도 분명 많을 것이다. 탄식할 일이다. … 흉악한 왜적이 와서 소굴을 만든 지 7년 만에 이제야 돌아갔는데, 장수 1명도 베지 못했고 우리네 죽은 장수와 군사는 전후로 몇 명이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이 분하고 애통함을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 「7장, 흉악한 왜적은 여전히 변경을 차지하고」 중에서

◎ ─ 8월 6일
마을 사람들이 술과 안주를 모아서 냇가에 모여 무당을 불러다가 북을 치면서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 호환을 물리치기 위해서란다. 노래하고 춤추면서 놀고 종일 유희를 즐겼다. 우리 집의 계집종들도 가서 참여했다. 술 1동이와 떡 1바구니를 갖다 바치기에, 온 집안 식구가 함께 먹었다. 이는 해마다 초가을이면 한 번씩 통상적으로 하는 일인데, 혹 하는 말이 밭 갈고 김매는 일이 끝났으므로 호미를 씻는 것이라고 한다.
--- 「9장, 쇠한 가문을 창성하게 떨치기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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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에 관한 조선시대의 3대 기록물로 이순신의 『난중일기』와 류성룡의 『징비록』, 그리고 오희문의 『쇄미록』을 뽑는다. 『난중일기』가 전투를 지휘하며 난세를 헤쳐 나간 영웅의 일기라면 『징비록』은 관료의 시선으로 국가와 전쟁을 반성적으로 살펴본 국가 차원의 기록물이라 하겠다. 이와 달리 『쇄미록』은 전쟁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평범한 양반이 전란의 시기를 어떻게 살아남아 가문을 일으켰는지를 세밀하게 기록한 일기글로, 개인 차원의 기록물이라는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세 권의 책을 함께 읽는다면 400년 전 임진왜란 시기, 더 나아가 조선시대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다.
- 신병주 (건국대학교 교수)
『쇄미록』은 전쟁일기의 백미다. 어디를 펼쳐도 죽음에 코가 닿은 군상이 들끓는다. 비겁한 자도 사람이고 용감한 자도 사람이다. 또 하루를 살아 냈다고 안도하는 자 역시 사람이다. 오희문은 특별한 날도 평범한 날도 문장으로 옮기는 데 정성을 다한다. 사람이 무엇으로 사는지 낱낱이 담는다. 그 눈이 깊고 그 손이 따듯하다.
- 김탁환 (소설가)
피란 중의 생활은 ‘비일상’이지만 오래 이어지면 ‘일상’이 된다. 9년 3개월 동안의 전란일기에는 평소라면 기록하지 않았을 먹을거리 이야기와 자잘한 일화들이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진다. 작고 보잘것없는 소소한 기록이 한 사람의 인생을 넘어 역사가 되는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
-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오희문에게 임진왜란은 난리일 뿐이었다. 사랑하는 딸 단아를 잃고 슬퍼하는 장면에서는 나 역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삶의 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 서윤희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제사를 걱정하고 노비 부리는 일에 늘 노심초사하는 조선 양반 오희문의 고단한 피란살이가 그 어떤 역사책보다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 이성호 (서울 배명중학교 역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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