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같이 허튼소리 아니면 반 짜리 진실, 아니면 새빨간 거짓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말하는 것도 거짓말, 듣는 것도 거짓말이다.
--- p.16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는 말에 어폐가 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 탈진실 시대라면 이전에 언젠가는 ‘진실 시대’가 있었다는 것 아닌가.
--- p.17
이 책에서는 역사 속의 엄청난 거짓말, 터무니없는 개소리, 끈질긴 허위 정보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들만 모아서 죽 살펴본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이야기도 많겠지만, 다 누군가가 믿었던 이야기다.
--- p.21~22
유사 이래 진실과 거짓의 본질을 파헤친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 핵심적인 원리를 거듭 발견했다. 우리가 옳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 있지만, 틀릴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에 가깝다는 것이다.
--- p.25
“거짓말이란 진실이 무엇인지 본인이 안다고 확신해야만 할 수 있다. 개소리는 그런 확신이 전혀 필요치 않다.”
--- p.31
거짓은 진실보다 수적으로 우세할 뿐 아니라, 몇 가지 구조적인 이유로 진실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 계속 확인하게 되겠지만, 허위 사실이 퍼져나가고 굳어지는 이치는 크게 보아 일곱 가지가 있다.
--- p.42
언론이란 서로 마구 베끼는 습성이 있어, 앞서 설명한 ‘개소리 순환고리’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릇된 정보가 한번 어느 신문에 실리면, 사정을 잘 아는 누군가가 신속히 반박하지 않는 한 나머지 신문에도 모두 실리는 게 보통이다.”
--- p.72
어쩌면 다 세월이 약일지도 모르겠다. 옛말에 ‘오늘 신문은 내일 튀김 포장지일 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한번 언론을 탄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옛말에도 ‘저널리즘은 역사의 초고’라고 하지 않는가. 문제는, 세월이 흘러도 그 초고를 고쳐 쓸 생각을 아무도 안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 p.112
대원들은 차츰 래시터가 순 구라쟁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하나둘씩 포기하고 떠났다. 결국 래시터 곁에는 폴이라는 들개 사냥꾼과 낙타 몇 마리만 남게 되었다. 탐험을 이어가던 중 래시터가 금맥을 찾았다면서도 어디인지 말을 하지 않자, 잠깐 주먹다짐을 벌이고나서 폴마저 떠나갔다. 마지막으로 낙타들까지 (래시터의 일기에 따르면) 그가 큰 일을 보던 중 도망가 버렸다.
--- p.145
우리는 사기꾼, 협잡꾼, 야바위꾼 같은 사람들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쓰곤 한다. 그들이 약자와 호구를 착취하는 파렴치범으로 그려지건, 부당한 체제의 허점을 찌르는 비뚤어진 서민 영웅으로 그려지건 간에 사기꾼 이야기라면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 p.151
잘못된 믿음은 미국인의 집단의식 속에 자리 잡으면서, 아메리카 원주민은 무자비한 야만인이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 프랭클린 본인이 쓴 편지에서 그 농간을 시인했다는 사실이 나중에 결국 널리 알려졌지만, 그 이야기는 심지어 오늘까지도 간혹 사실인 양 되풀이되곤 한다.
--- p.211
물론 게이츠와 잡스가 오늘날 전 세계의 경영대학원 수업 자료에 꼭꼭 이름이 올라가는 이유는, ‘우긴’ 다음에 ‘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단 직감적으로 결단을 했는데, 실제로 해낸 것이다.
--- p.217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귀착되는지도 모른다. 즉, 우리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상 속에서 온갖 힘든 일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 이외의 다른 집단에 손가락질하며 ‘저 사람들 잘못이야!’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 p.253
“모든 점에서 미루어볼 때, 인류가 저지른 오류의 역사는 인류가 이룬 발견의 역사보다 더 값지고 흥미로운 것일지 모른다”
--- p.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