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을 최상으로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살기 위해 봉급이 필요한 자, 자신의 자리를 떠날 자유가 없는 자, 쓸데없이 서류를 뒤적이는 것 외에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
--- 1권 p.12
그렇다고 해서 제발 이런 원색적이고 처절하며 잔인한 말은 하지 마시기를.
“우리 아이는 공무원이 될 거야!”
아, 나도 안다. 지금 이 시대에 행정직만큼 선망하는 게 없다는 것을.
--- 1권 p.6
자리 경쟁은 이렇게 합법화된다. 관료가 된다는 것은 세비에 손댄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 아무것도 안 하거나 해도 조금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제 의회는 신임자들의 적이 된다. 의회는 지출 경비를 감시하는 전문 조직을 만들고, ‘인건비 예산 삭감’ 같은 제목의 장을 만든다. 치사하게 수당을 흥정하는 것이다. 비밀 경비를 위해 돈을 구해야 하는 장관은 직원들의 예산을 삭감한다.
나폴레옹 시절은 황금기였다. 그처럼 행복했던 시대는 이제 꿈이 되었다. 사람들이 일을 더 많이 하는 것도 아닌데, 일자리는 무자비하게 사라져 갔다. 공무원만 상대하는 법률 사무소가 생겨났고, 의원들에게 봉사하면서 쓰는 돈은 보이지 않는 돈이 되어버렸다.
--- 1권 p.40
오늘날 국가는 모든 다수에 의해 움직인다. 그런데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다수에게 복무한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공무원은 두 개의 부정 사이에서 산다. 동정도, 배려도, 가슴도 없는 세상, 친구마저 없는 세상! 사람은 다 이기적이기에 어제 한 일을 내일이면 잊어버린다. 결국 사람은 다 맹목적으로 변해간다.
--- 1권 p.50
따라서 가난한 임시직이야말로 유일한 임시직이다. ... 만일 갑자기 어떤 이상한 이유로 당신이 파리 도심에 아침 7시 반이나 8시에 나왔다가, 매서운 추위나 비 또는 악천후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도 짙은 담배 연기만큼이나 근심 가득한 얼굴을 한 청년을 본다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면 된다. ‘아! 임시직이구나!’
--- 1권 p.110~111
그런데 1830년 다음과 같은 심오한 정치사상에 의해서만 생겨날 수 있는 큰 국가적 운동이 있었다. 바로 이런 사상이다. “너 거기서 나와. 그래야 내가 들어가지!” 이게 바로 모든 자유주의자를 이끈 기치였다. 관료 사회도 적잖게 동요했다. 바닥부터 정상까지 다 뒤엎어지는 대이동이 있었다. 상관 얼굴이 자꾸 바뀌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환에게는 이런 혁명이 좀 께름칙한 거였다.
--- 1권 p.184
쥐들 가운데 특히 큰 쥐인 이 자는 자신을 신문의 혼魂이라 자부하니 정부 내각도 필요하면 그를 만나야 한다. 그가 중요한 인물이라면 바로 이런 점이다. 편집국 기자들과 수다를 떨다 아이디어가 하나 떠오르면 무슨 대단한 사람인 양 각을 잡는다. 이른바 힘이 있거나 교활하다고 요약할 수 있는 자들은 보통 옆에 무희나 배우, 여가수를 끼고 있거나, 간혹 본부인을 끼고 있는데, 이 여자들이야 말로 신문을 움직이는 비밀 병기이다.
--- 2권 p.24~25
야당 편 신문의 주필은 정부가 무슨 일을 하든지 어디 흠잡거나 비난할 게 없나, 꾸짖거나 잔소리할 게 없나 찾기 급급하다. 반면, 여당 편 신문의 주필은 정부를 방어하기 급급하다. 전자는 항상 부정문이고, 후자는 항상 긍정문이다. 당마다 특유의 문체가 있지만, 미묘한 농담濃淡을 두어 약간의 색을 조정하는 정도다. 각 당에는 제3의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쪽 편을 들건, 몇 년을 그렇게 쓰다 보면, 사설 담당자의 머리에는 못이 박혀 사물을 매번 같은 방식으로 보고 엇비슷한 문장을 쓰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 2권 p.33
공화파 정당은 이런 추종자들을 살피고 감시한다. 그들이 환상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어느 날, 공화당원이 길에서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는 민중사관을 가진 자였고 몸이 항상 앙상하고 빈약했다.
“매수됐군.”
공화당원이 친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내가?”
“그래! 왜 이렇게 살이 쪘어!”
--- 2권 p.87
이들은 프랑스라는 피부에 달라붙어 사는 기생충으로 공공의 부를 좀먹으며 사반세기를 살아왔다. 움직여야 또 움직여지니 프랑스라는 피부를 쓸데없이 찌르며 괴롭하온 것이다. 자기 허영심을 채우느라 영토 확장도 지연시키고, 정복 기회도 놓치고, 사익이 공익을 지배하는 현 정치 체제의 부끄러운 모습을 잊게 할 작정으로 근질근질한 피부를 괜히 들쑤셔놓은 것이다.
--- 2권 p.110
어제는 평가절하 했던 자를 오늘은 칭찬하는 것을 보았다. 지난밤 아니면 작년에 결투했던 동료와 다시 동맹을 맺는 것도 보았다. 그것뿐인가? 말도 안 되는 학설을 두둔하는 것도 보았다. 그것뿐인가? 말도 안 되는 학설을 두둔하는 것도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신문을 계속 구독하는 것을 보면 강력한 희생정신의 발로인지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 2권 p.265
『기자 생리학』은 자신을 조롱한 자들에게 보내는 또 다른 조롱이자 풍자이며 명언이 솟구치는 풍자 문학의 전범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왠지 우울하고 쓰디쓰며 슬프기까지 하다. 그는 문단과 언론을 향해 복수의 펜을 휘갈기지만, 그 화살은 마치 자신에게 겨누는 듯 가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감 넘치는 발자크는 열정적이고 낙천적이며, 예리하고 단호하다. 이 괴물 같은 작가는 가장 심신이 지치고 곤경에 처했을 때 더욱 고무되어 탁월한 글을 뽑아냈다.
--- 2권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