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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그늘

사소한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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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342g | 135*205*16mm
ISBN13 9788937413773
ISBN10 8937413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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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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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같은 엉덩이를 제 동무 앞에 환히 드러낸 채 맞기를 몇 차례 거듭하자, 아이가 이부자리를 적시는 횟수는 표가 나게 줄어들었다. 그는 그토록 효과적인 방식을 터득해 낸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북어하고 마누라는 사흘에 한 번씩 패랬다. 거기에 그는 한 가지 덧붙였다. 부모 말 안 듣는 아이도. 달리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그 또한 어릴 적 아버지의 매를 맞고 자랐다. 매 맞는 게 무섭고 싫어서, 매 맞을 짓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아이를 때리기는커녕 언성도 높이지 않는 부모 슬하에서 자란 상순이 아이가 매 맞는 걸 보고 난 밤이면 무서운 꿈에 시달린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혹시 알았다 하더라도, 자신과 무관한 일이므로 흘려 넘겼을 것이다. 여름날 저녁밥을 먹고 빨갛게 잘 익은 속살을 드러낸 수박을 향해 뻗치려는 제 손을 아이의 마음이 억지로 붙들고 있다는 것, 제가 안 먹는 걸 식구들이 눈치채지 않게 먹는 시늉만 낸다는 것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변소에 가서 제 입으로 ‘쉬’ 소리를 내 가며 몸 안의 물기를 억지로 짜내려 한다는 것도 그는 알지 못했다. 오줌을 짜내느라 제가 입으로 내는 ‘쉬’ 소리를 들으며 쪼그리고 앉아 있을 때면 아이 자신이 바람 새는 풍선처럼 후줄근하게 느껴진다는 것도. 우리 지선이, 이제 다 컸구나. 밤에 오줌 싸지 않는 걸 보니. 질척한 이부자리를 본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느 날, 엄마의 칭찬을 듣는 아이의 귀에 다시 그 풍선 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도.
--- pp.100~101

수민이 쌔근쌔근 고른 숨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지선은 수민 옆에 누워 심호흡으로 숨을 고른다. 어떻게 그렇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 처음 진오에게 느꼈던 친밀감의 정체, 뭔지 모르게 익숙하던 그 느낌을. 어떻게 그렇게 눈을 감고 있을 수 있었던 걸까. 진오의 섬약한 체구, 크지 않던 목소리가 위장복 노릇을 한 걸까. 아무도 없는 줄 알고 한가롭게 걷던 들판에서 문득 위장복 차림에 총검을 치켜든 험악한 사람을 만난 듯한 섬뜩함.
--- p.268

수민이 아니었더라면 진오를 끝내 거부할 수 있었을까, 그동안 잊거나 애써 덮어 주었던 진오의 어떤 면을 볼 수 있었을까. 지선은 잠든 수민을 바라본다. 꿈을 꾸는지 닫힌 눈꺼풀 안쪽 안구가 도록도록 움직이고 있었다. 아버지와 경선과 진오가 정삼각형의 세 변으로 서 있었다. 무엇이 그들을 닮게 한 것일까.
--- pp.271~272

그 말간 눈을 보자 말문이 막혔다. 엄마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면, 영민한 아이가 입 밖에 내지 못한 생각은 아이의 가슴에 납덩이의 무게로 얹힐 것이었다.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걸 보고 느끼는지, 어른들의 눈이 보지 못하는 것까지 한순간에 알아차리고 그걸 가슴에 담아 두는지 지선은 잊지 않았다.
(……)
오래전, 이모네 집에서 보낸 시간이 떠올랐다. 이모가 이런 심정이었겠구나. 사는 일이 너무 적막하고 막막해서 어린 조카를 데리고 장난친 거구나. 20여 년 뒤에야 깨닫다니.
그때 이모네 집에서 누렸던 평화는 먼지 안 묻게, 예쁜 보자기에 싸 두고 싶은 기억이었다. 어쩌면 수민도 20년쯤 뒤에 오늘을 떠올리게 될지 몰랐다. 그래도, 그 기억엔 먼지처럼, 오점처럼, 그날 밤의 소란이 묻어 있을 것이다. 평화로운 기억만 주고 싶었는데, 목이 메었다.
--- pp.315~316

종말 앞둔 지구에서 사과나무 묘목을 챙기듯, 지선은 저녁상을 준비한다. 가리라, 곧 가리라 다짐하면서. 또 다른 해가 있는 곳, 크든 작든 저마다 나름대로 해여서, 서로에게 그늘을 드리우지 않는 곳으로. 이미 깃든 그늘을 걷어 내며.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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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나보다 내 어머니 세대에 가까운 경선과 영선, 지선 세 자매의 이야기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해졌던 차별과 억압 속에서 성장한 이들은 뿌리 깊은 가부장적 질서 안에서 침묵하고, 망설이고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도저히 자신의 것이 되지 않던 삶을 마침내 되찾으려는 막내 지선의 용기 있는 결단에 다다르면 우리는 이 소설이 다만 우리 윗세대 여성들의 상실과 좌절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선의 삶에 깃들어 있는 고요하고 끈질긴 갈등과 저항의 면면들을 따라가는 것은 아프지만 벅차고 안타깝지만 의미 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각자의 삶에 드리운 그늘의 너비와 깊이는 각기 다르지만 그 그늘을 벗어나는 데에는 존재를 걸 만큼의 큰 각오가 필요하고,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된다는 것을,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다시금 깨닫기 때문이다.
- 김혜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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