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과학자들은 궁극의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궁극의 이론을 찾고 있습니다. 그건 바로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통합한 통일 이론입니다. 초끈 이론이나 양자 중력 이론이 그런 통일 이론의 후보들입니다. 물론 통일 이론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이미 고갱의 간절한 질문에 어느 정도 답하고 있습니다.
궁극의 질문이 간단한 만큼 그 답도 간단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간단한 답에 이르는 과정은 어느 한 사람의 머리에 담기에는 지나치게 방대하고 난해합니다. 더구나 그걸 다른 사람의 머리에 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어려울 것입니다. 이 책의 작가 얀 파울 스휘턴은 마치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연금술사처럼 그걸 해냈습니다.
이 책은 어렵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지식의 범위와 개념의 난이도는 수십 년을 과학 대중화에 몸담았던 저의 능력을 모두 뛰어넘습니다. 하지만 독자들은 재기 발랄한 비유를 통한 작가의 섬세한 해설 덕분에 낯선 지식에 대한 두려움을 충분히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없다고 여겨지던 진공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 우주는 그 진공의 작은 영역에서 탄생했습니다. 우리는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진 원소들로 이루어진 존재입니다. 우리 우주는 끝없이 팽창하고 결국 텅 빈 진공으로 돌아갑니다.
미국의 종교 철학자인 프란시스 쉐퍼는 자신의 저서에서 고갱의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온 곳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며, 갈 곳도 없다.” 순전히 제 생각이지만,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우리는 ‘무’에서 왔으며 ‘무’로 돌아간다.” ‘우리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빠졌다고요? 이런 답은 어떨까요? “우리는 ‘무’에서 나타난 기적이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없음’에서 뭔가 ‘생겨남’의 기적입니다. 이 책을 읽고 부디 이런 말의 뜻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