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것은 시인은, 아무튼 섬세하고 내밀한 감각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그러한 내면의 감각을 통해 시인은 현상계 ‘너머’를 보기도 하고 그 안에 널려져 있는 시를 발견하기도 한다. 평생 지속되는 그런 고되고 즐거운 작업을 통해 시인은 자기만의 세계에 가닿는데, 그것이 그 시인의 독특한 지점을 이룬다. 이 시집에서 그 세계는 ‘당신’이라는 말로 구체화된다. 시집 3부에 들어 있는 ‘당신’의 세계는 현상계 너머, 이를테면 만해 한용운이 그리려 했던 ‘님’의 세계에 잇닿아 있어, 만물일여(萬物一如)의 차원을 송가(頌歌)의 형식으로 노래한다. 그리고 그 핵심 ‘벼리’인 당신은 시집에서 종이배, 꽃, 나비, 바람, 노을, 빛 같은 낱말로, 또 4부의 평화 연작시라는 단형 서정시로 변주되어 나온다.
하나의 시집에서 어떤 세계를 드러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시인의 시적 역량 외에 인생을 총체적으로 보는 눈, 안목이 없이는 불가하다. 일가(一家)를 이룬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독자적 일가는 많은 삶의 경험과 깊은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데, 나는 신탁균의 이번 시집에서 그것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