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학교 영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영과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재직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주요 번역서로는 마이클 코넬리의 『블랙박스』, 『드롭: 위기의 남자』, 『다섯 번째 증인』, 『나인 드래곤』, 『혼돈의 도시』, 『클로저』, 『유골의 도시』, 『엔젤스 플라이트』, 『보이드 문』 등이 있으며, 그 밖에 『다음 사람을 죽여라』, 『헛된 기다림』, 『소피의 선택』, 『속죄』 등이 있다.
이 순간을 너무나 오랫동안 열망하고 상상해온 게 문제였다. 현실이 상상과 희망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동안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온 그에게는 한 걸음 물러 나서 전체를 볼 수 있는 자신감이 사라지고 없었다. 사랑해. 너로 인해 살았어. 수도 없이 되뇌었던 그 말이 지금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심문과 서명한 진술서, 증언, 그리고 나이가 어려 출석이 허용되지 않아 법정 밖을 서성이며 느꼈던 두려움에 대한 기억도 그 여름날 밤과 새벽에 대한 기억의 단상들만큼 앞으로 살아갈 세월 동안 브라이어니를 괴롭히지는 않을 것이다. 죄책감은 자학의 도구를 끊임없이 정련 했고, 시간이 가면서 떠오르는 세밀한 기억의 구슬들을 하나하나 실에 꿰어 평생 동안 돌리면서 기도해야 할 묵주를 만들어놓았다.
그것이 습관화된 위선이라 해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에밀리에게는 삶에 만족을 주는 것들-저택이라든가, 정원,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들 이 있었고, 잭에게 도전을 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것들을 지키고 싶었다. 게다가 전화로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족할 뿐 특별히 그가 집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계속해서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이 사랑은 아닐지라도 지속적인 관심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치밀하게 거짓말을 했다면, 그는 그녀에게 상당히 마음을 쓰고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의 거짓말은 그들의 결혼생활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증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