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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게일 그 여자랑 있으려니까 자기랑 사는 게 더 감사하게 느껴지더라.” 그의 목소리가 가까워진다. 그것은 그녀가 최근에야 알아챈 그의 성향이다. 그녀에 대한 고마움이 다른 누군가, 다른 여자에 대한 증오에서 시작된다는 것. 곧 그가 벌거벗은 채 환하게 웃으면서 문간에 모습을 드러낸다.
--- p.43 “나도 며칠 전만 해도 당신 같은 여자들이 존재한다고 생각 못 했는데.” 미티는 뺨을 긁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면서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한다. “당신 같은 여자들이란 어떤 여자들을 말하는 거죠?” 레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 “이런 모든 것에 혼란스러워하는 여자요.” 그녀는 빈 주차장과 하늘을 손짓으로 가리킨다. “나처럼.” --- p.131 “말들이 죽었어요.” 레나가 말한다. 목소리가 떨린다. “전부 다.” 눈에 뜨거운 눈물이 맺힌다. “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케이블카가 발명됐죠.” 레나는 자신의 이야기가 그들을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걸 안다. 그러나 말해야 한다. 다가올 일에 대해 경고해야 한다. 그들을 대체할지도 모를 존재에 대해 경고해야 한다. --- p.191 그게 바로 비극의 한 부분이라고, 미티는 말하고 싶다. 레나가 그렇듯이 미티도 자신의 기억을 신뢰할 수 없다. 미티가 가진 기억은 하나의 윤곽으로만 존재하며, 미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여줄 뿐 그 속에 가려진 실체를 보여주진 않는다. 미티는 창문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기억의 윤곽이, 그 머리와 어깨가 자신을 향해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그저 그녀를 외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pp.281-282 레나의 입술이 열려 있어서 손가락이 그 속으로 들어가 혀에 살짝 닿는다. 미티가 급히 손을 뺀다. “미안해요.” 미티가 손가락을 티셔츠에 닦으면서 말한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닌데.” 레나는 개의치 않는 듯하다. 오히려 미티의 팔목을 잡아 손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다. 미티의 네 손가락을 자기 입에, 손가락 관절 두 마디를 넘어서까지 밀어넣는다. 미티는 몸서리를 치며 손을 하지만, 레나가 더 강하다. 결의에 찬 표정이다. 몇 초 안에 그녀는 미티의 손 전체를 입안에 넣는다. 레나의 입술이 손목을 옥죄자 쓴 담즙이 올라오는 것 같다. 레나에게 그만하라고 말해야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온다. 목소리가 그녀의 손이 닿지 않는 어딘가로 숨어버린 듯하다. 손가락이 레나의 목 안에서 걸려서 구부려질 거라고 예상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손가락이 바닥없는 구덩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미티의 손이 어둡고 습한 방에 둥둥 떠 있다. 레나는 광기에 찬 눈으로 미티의 손을 더 깊이 밀어 넣으려 한다. 팔꿈치까지 삼켜버릴 기세다. 숨이 조금도 막히지 않는 듯 켁켁거리지도 않는다. 레나는 비어 있다. “이러지 말아요.” 미티가 애원한다. “이러지 말아요, 제발.” --- p.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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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요? 당신을 만나기 전까진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삶으로부터 도망친 여자와 삶을 빼앗긴 여자 유리벽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질주하는 여성들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 위치한 작은 해안가. 어머니의 친구 베델과 동거하는 미티는 매일 한밤중에 홀로 산책하며 이웃집을 구경한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맨발에 달라붙은 모래가 아무리 따가워도 미티는 이웃집에, 수많은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값비싼 집에 사는 여인에게 붙들린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가녀린 목선과 희미하게 반짝이는 검은색 눈동자, 누구나 한눈에 사로잡힐 매혹적인 외모…… 그러나 어딘가 공허한 눈빛을 가진 그녀에게서 미티는 자신을 발견한다. 안온한 현실 속 어느 틈엔가 스며든 불안과 의심에 매 순간 잠식되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한 존재를. 한편 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부유한 남자친구 서배스천을 따라 이곳에 온 레나는 허름한 이웃집에서 동거하는 미티와 베델을 보며 묘한 동경을 느낀다.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는 여성 간의 유대. 언제나 자신을 신경 써주는 듯하지만 동시에 모든 일상을 통제하는 서배스천에게서 벗어난 삶을 갈망하며, 레나는 미티에게 다가간다. 십 년 전 모종의 사고로부터 도망쳐 기억을 묻어버리고 자신의 삶을 외면한 미티, 자기 삶에 온전히 존재하는 기억이 남자친구와 관계된 일뿐인 레나. 동질감과 시기, 질투를 잡아먹고 팽창하는 욕망이 두 여성을, 스산한 해변을 덮쳐 온다. 복종의 그늘 속에서 피어오르는 의심과 각성 강렬한 서스펜스로 현실의 위계와 폭력을 해부하는 심리 스릴러 빼어난 미모와 다정한 남자친구, 풍족한 생활. 조금의 걱정도 없을 것만 같은 레나는 매 순간 남자친구 서배스천에게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그들의 삶을 관음하던 미티는 이내 레나가 식사를 전혀 하지 않으며, 남자친구의 이력을 마치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줄줄 읊어내는 등 조금 기묘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친밀하고 사려 깊은 행동 뒤로 감지되는 폭압적인 관계, 성적 착취는 점차 드러나는 레나의 과거와 맞물려 섬뜩한 의심을 자아낸다. 레나가 서배스천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일지 모른다는 것. 소설은 마치 스릴러처럼 서스펜스를 증폭하며 여성에게 강요되는 사회적 억압과 비대칭적 권위를 낱낱이 해부한다. 저자 올리비아 개트우드는 미티와 레나를 둘러싼 입체적인 인물들로 서사의 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잃어버린 젊음에 신음하는 베델은 레나의 매혹적인 신체를 보며 선입견을 드러내고, 레나와 AI를 둘러싼 의혹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서배스천은 기술 발전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에 위협받는 현대인의 모순을 지적한다. “기술, 젠더, 복종 그리고 여성 간의 유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설”이라는 〈시카고리뷰오브북스〉의 찬사에서 드러나듯, 복합적인 주제의식을 한 편의 이야기로 담아낸 본작은 〈보그〉 〈타임〉 〈엘르〉에서 ‘올해 최고의 책’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등에 선정되며 뛰어난 작품성과 폭발적인 흡인력을 증명해냈다. 위트 섞인 형식미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자랑하는 웨스 앤더슨 제작사, 여성의 주체성과 욕망을 대담하게 탐구해온 마고 로비 프로덕션 참여로 영화화가 확정되어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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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고독과 욕망, 퀴어와 AI에 대한 동시대적 사유. 올해 최고의 책.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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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타인벡을 연상시키는 놀라운 데뷔작. 여성성, 우정, 노화에 관한 사색적이고 에로틱한 스릴러. -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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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무더운 밤에 읽어야 할 소설. AI 시대의 열병 같은 꿈. -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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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젠더, 복종 그리고 여성 간의 유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설. - [시카고리뷰오브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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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릴러의 문법을 차용하여 섬세하게 탐구한다. - 켈리 링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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