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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알아요? 당신을 만나기 전까진 타인에게서 나를 발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삶으로부터 도망친 여자와 삶을 빼앗긴 여자유리벽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질주하는 여성들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에 위치한 작은 해안가. 어머니의 친구 베델과 동거하는 미티는 매일 한밤중에 홀로 산책하며 이웃집을 구경한다.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맨발에 달라붙은 모래가 아무리 따가워도 미티는 이웃집에, 수많은 유리창으로 이루어진 값비싼 집에 사는 여인에게 붙들린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가녀린 목선과 희미하게 반짝이는 검은색 눈동자, 누구나 한눈에 사로잡힐 매혹적인 외모…… 그러나 어딘가 공허한 눈빛을 가진 그녀에게서 미티는 자신을 발견한다. 안온한 현실 속 어느 틈엔가 스며든 불안과 의심에 매 순간 잠식되는,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한 존재를.한편 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부유한 남자친구 서배스천을 따라 이곳에 온 레나는 허름한 이웃집에서 동거하는 미티와 베델을 보며 묘한 동경을 느낀다.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는 여성 간의 유대. 언제나 자신을 신경 써주는 듯하지만 동시에 모든 일상을 통제하는 서배스천에게서 벗어난 삶을 갈망하며, 레나는 미티에게 다가간다. 십 년 전 모종의 사고로부터 도망쳐 기억을 묻어버리고 자신의 삶을 외면한 미티, 자기 삶에 온전히 존재하는 기억이 남자친구와 관계된 일뿐인 레나. 동질감과 시기, 질투를 잡아먹고 팽창하는 욕망이 두 여성을, 스산한 해변을 덮쳐 온다. 복종의 그늘 속에서 피어오르는 의심과 각성강렬한 서스펜스로 현실의 위계와 폭력을 해부하는 심리 스릴러빼어난 미모와 다정한 남자친구, 풍족한 생활. 조금의 걱정도 없을 것만 같은 레나는 매 순간 남자친구 서배스천에게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그들의 삶을 관음하던 미티는 이내 레나가 식사를 전혀 하지 않으며, 남자친구의 이력을 마치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줄줄 읊어내는 등 조금 기묘하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친밀하고 사려 깊은 행동 뒤로 감지되는 폭압적인 관계, 성적 착취는 점차 드러나는 레나의 과거와 맞물려 섬뜩한 의심을 자아낸다. 레나가 서배스천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일지 모른다는 것. 소설은 마치 스릴러처럼 서스펜스를 증폭하며 여성에게 강요되는 사회적 억압과 비대칭적 권위를 낱낱이 해부한다. 저자 올리비아 개트우드는 미티와 레나를 둘러싼 입체적인 인물들로 서사의 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잃어버린 젊음에 신음하는 베델은 레나의 매혹적인 신체를 보며 선입견을 드러내고, 레나와 AI를 둘러싼 의혹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서배스천은 기술 발전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에 위협받는 현대인의 모순을 지적한다. “기술, 젠더, 복종 그리고 여성 간의 유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설”이라는 〈시카고리뷰오브북스〉의 찬사에서 드러나듯, 복합적인 주제의식을 한 편의 이야기로 담아낸 본작은 〈보그〉 〈타임〉 〈엘르〉에서 ‘올해 최고의 책’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등에 선정되며 뛰어난 작품성과 폭발적인 흡인력을 증명해냈다. 위트 섞인 형식미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자랑하는 웨스 앤더슨 제작사, 여성의 주체성과 욕망을 대담하게 탐구해온 마고 로비 프로덕션 참여로 영화화가 확정되어 더욱 큰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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