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문화는 무시할 수 없는 유럽 문화의 한 축이지만, 친숙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남유럽의 그리스·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오딘, 로키 같은 이름과 비교해보면 동유럽의 신화나 전설은 조금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동유럽 신화는 알게 모르게 꽤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한동안 영화나 TV에서 아주 매력적으로 그려졌던 괴물 뱀파이어는 동유럽의 신화와 전설에서 나온 것이다. 그 맞수로 자주 등장했던 늑대인간 역시 동유럽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했다. 이 외에도 우리가 접한 다양한 공포물과 환상물의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동유럽과 깊게 연관된 이야기 소재가 놀라울 정도로 풍부하다.
안타깝게, 그런 이야기의 뿌리를 살펴볼 만한 자료가 한국에는 넉넉하지 않다. 말하자면, 땅 위에 피어 있는 꽃의 향기는 퍼지고 있지만, 그 꽃을 품고 있는 땅의 모양은 당최 알 수 없는 데서 오는 답답함과 비슷하다. 『드디어 만나는 동유럽 신화』는 그 답답함을 풀어주면서도 땅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총 일곱 편의 동유럽 옛이야기를 소개한다. 소설 같은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고, 이야기의 해설이 될 만한 많은 자료를 풀어놓는다. 생생하게 피어오르는 극적인 장면을 즐길 수도 있고, 이야기 뒤에 숨겨진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또, 여러 종교·역사·사상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퍼져 나가고 자리 잡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대목에서 독자는 책의 풍성함을 느낄 동유럽에서 건너온 낯설면서도 익숙한 이야기 속 환상의 세계에 푹 빠질 수도 있다. 우리 주변에 자리 잡은 미신의 의미나 희귀한 소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자 할 때도 도움을 주는 책이다. 기묘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새로운 창작을 준비하는 작가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영감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