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안 아이들이 넷플릭스와 유튜브 쇼츠를 보느라 밤을 새는 이 시대에, 청소년소설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회색에서 왔습니다』를 읽고 나니 왠지 안심이 된다. 전날 밤 늦게까지 TV를 보고 인터넷을 하느라 다음 날 교실에서 종일 꾸벅꾸벅 졸다가, 방과 후 도서실에서 무심코 펼친 책 속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마음이 밝게 울렁거리던 날들이 떠올랐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학교에 한 명쯤은 그런 아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회색에서 왔습니다』는 예쁘고 환한 양초가 되어 줄 것이다. 모두가 LED 등을 쓰는 시대에 양초를 하나 가지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다.
‘동화’는 이미 지나간 시대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선물처럼 내밀고 싶다. 우리 시대의 동화는 이런 것이라고, 어쩌면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가 읽은 것보다 더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며 자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가 되었다고, 우리의 아이들은 국가가 아닌 행성을, 지구가 아닌 우주를 세상의 범위로 상상하는 어른이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