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형철 시인은 그냥 옮겨 적는다. 담담하게 옮겨 적는다. 혹여 자신이 개입하여 대상의 뿌리를 건드리거나 다치게 하지는 않을까 염려하듯 공들여 옮겨 적는다. “무슨 비유를 들어도 시원찮아/수심 깊은 곳에서 푸른 파도를 몸에 익힌/도다리야말로 봄의 정점”(「술도둑」)이라고 말하 듯 “기교나 수사 따위에/애써 공들이지 않아도 괜찮”다는 듯 “시시하다 싶을지 모르지만/시란 그런 것”(「다저녁 무렵」)이라는 듯.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이 있다. 훌륭한 기교는 졸렬한 듯하다, 혹은 아주 큰 재주를 가진 사람은 그 재주를 자랑하지 않으므로 도리어 서툰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큰 기교를 흉내 내기는 쉬워도 졸(拙)함을 흉내 내기는 쉽지 않다. 졸함이란 미숙함이 아니라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자신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것은 쉽고 단순한 언어와 방법으로 표현되며, 그때 보는 것은 현상의 본질로서의 자신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집 속 황형철의 시는 쉽고 단순한 언어와 방법으로 본질로서의 자신을 드러내고 있으며 늘 먹어도 다시 생각나는 밥처럼 소박하고 정갈한 밥상 위에 그 맛을 잘 담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