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스스로를 ‘시산주삼혹호’라 칭하면서 부지런히 산을 오르고 술집을 주유하며 시를 쓰는 ‘눈빛 고운’ 시인이 있다. 유목민의 목초지처럼 그가 세상 속을 떠돌며 찾고 있는 것은 ‘진정’ 아름다운 것들이다. 그가 진정 원하는 아름다움이란 낮게 휘어지고, 오래되어 느리고, 때로는 불편함에서 문득 깨닫게 되는 ‘힘’이다. 아름다움에 천착하는 그의 시어들은 오랜 세월 ‘살을 발리고’ ‘뼈를 깎이어’ 어느새 한결 가볍고 부드러워졌다. 나아가 웅숭깊은 시선으로 ‘물끄러미’ 사물을 응시하고 ‘태연하게’ 세상과 마주하는 경지에 잇닿아 있다. ‘장대비에 맥을 놓은 백일홍을 보며’ ‘꼬치 아프다’고 한 표제시에서 시침 뚝 떼고 생명과의 교감을 전하는 시인의 능청스러움 또한 압권이다. 한층 곰삭고 깊어진 시인의 술상에 왁자지껄 길손들 넘쳐나기를!